🕯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12pt

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4회차

레시피도 못 외우면서 집밥 책을 씁니다

된장찌개는 대기업 힘을 빌리지만, 입 짧은 우리 집 어린이 밥맛은 기어이 붙든다

플로라

📖 연속 보기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6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10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따뜻한 한 끼」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1. 1김치찌개
  2. 2된장찌개
  3. 3순두부찌개
  4. 4불고기
  5. 5제육볶음
  6. 6비빔밥
  7. 7잡채
  8. 8갈비
  9. 9냉면
  10. 10볶음밥

01 · 44회차 1일차

김치찌개

대학생은 아니지만 대학가에서 놀던 시절. 어학스터디가 끝나면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부분 학생 신분이거나 나처럼 가난한 직장인에게 대학가의 저렴한 밥상은 성찬이었다. 3번에 1번은 꼭 가는 밥집이 찌개전문집이었다. 나는 꼭 참치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새빨간 국물에 두부 3~4조각과 스쳐가는 참치 부스러기가 다였다. 김치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맛은 분명 김치찌개였다. 혀끝에 감도는 감칠맛에 반해 매번 사 먹었다. 집에서는 김치도 듬뿍, 캔참치도 듬뿍, 두부도 듬뿍 넣어 끓이는데 왜 그때의 맛이 안 나는 걸까? 대학생이 아닌 내게 대학생 기분이 들게 해준 참치김치찌개. 오늘은 그때처럼 대학생 김치찌개를 먹어볼까?

02 · 44회차 2일차

된장찌개

우리 집 어린이는 입이 짧다. 좋아하는 반찬이 얼마 없다. 하지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은 음식이 있으니 바로 된장찌개다. 삼겹살집을 가면 꼭 시켜 먹어야 한다. 된장찌개는 만만한 요리가 아니다.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조리법을 따라 해봤지만 안타깝게도 역량부족. 결국 대기업의 힘을 빌려 보편적이면서 최적의 맛을 식탁에 올린다. 단 하나의 킥으로 쌀뜨물을 꼭 활용한다. 채소와 두부를 넣어 뜨겁게 끓어낸 찌개 냄새가 은근하게 퍼질 때쯤 어린이는 이미 식탁에서 대기 중이다. 어린이의 입 짧은 밥맛도 붙들어 매는 된장찌개 오늘은 찌개 국물을 잔뜩 머금은 보들보들한 두부에 밥 비벼 먹어볼까.

03 · 44회차 3일차

순두부찌개

사회 생활 5년차 무렵 주변은 나보다 훨씬 연배가 많아서 점심은 늘 고만고만한 정식이었다. 이웃 식당 사장님의 식단이 그날의 점심 메뉴였다. 그때 인근에 또 다른 밥집에 생겼다. 밀면집이었지만 한정식도 있어서 순두부찌개를 시켜 보았다. 뚝배기에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국물 사이로 뽀얗게 드러난 순두부. 설익은 노른자가 새빨간 국물 사이로 노랗게 퍼지는 순간, 한 숟갈 떠먹으면 입안으로 퍼지는 맵싹 하고 고소한 맛이 바로 흰쌀밥을 당겼다. 최애 메뉴가 되었다. 그저 순두부와 대파, 달걀만 들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맛을 내지? 내겐 순두부찌개의 표본으로서 그 후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마성의 순두부찌개였다.

04 · 44회차 4일차

불고기

어머니는 갱년기를 힘겹게 보냈다. 우울증이 와서 도통 입맛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기력을 찾게 하려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도 다녔다. 그날도 나들이 삼아 유명사찰에 들렸다가 불고기로 유명한 인근 지역으로 갔다. 석쇠에 얹어 연탄불로 잘 구운 불고기. 반지르르한 윤기에 직화로 불향을 입힌 불고기는 입에 넣자마자 고소한 육즙이 사르륵 혀에 감겼다. 다짐된 고기라 씹을 것도 없이 넘어갔다. 평소 고기를 잘 안 드시는데 그날의 어머니는 불고기를 반찬삼아 밥 한 공기를 다 드셨다. 그 덕분인지 갱년기를 조금씩 이겨내셨다. 그래서 '불고기'하면 '갱년기 극복 음식'이란 생각이 함께 떠오른다.

05 · 44회차 5일차

제육볶음

아재들의 소울푸드 제육볶음! 남초회사만 다닌 탓에 질리도록 먹었다. 왜 아재들은 제육볶음을 좋아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선 매콤 달콤 자극적인 양념맛이 아재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 같다. 하얀 밥 위에 한가득 올려서 슥슥 비비면 뚝딱 밥 한 그릇을 비워낼 수 있으니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저런 반찬 투정을 듣기 싫었던 식당 이모들에겐 가장 인기 좋고 손쉽게 볶아낼 수 있는 제육볶음이 편한 모양이었다. 일주일에 2~3번은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참 지겨웠었는데 지금은 종종 밥반찬으로 찾게 되는 걸 보면 제육볶음은 역시 소울푸드인가 보다.

06 · 44회차 6일차

비빔밥

명절 때면 본가에서 차례 후 식사를 했다. 메뉴는 비빔밥. 양푼에 조개와 오징어로 시원한 맛을 낸 탕국과 차례상의 오색 나물을 슥슥 비벼먹었다. 문제는 해물향을 품은 밋밋한 그 비빔밥을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는 거다. 제사용 나물은 마늘이나 고추를 빼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다. 게다가 탕국의 주재료인 조개와 오징어 향이 강해서 해물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결국 맨밥에 김치만 먹는 유별난 애가 되었다. 그때는 왜 고추장이나 달걀부침 좀 달라는 말을 못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참 건강한 맛이었는데.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잘 익은 열무김치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슥슥 버무려 먹어야겠다!

07 · 44회차 7일차

잡채

잡채는 보기보다 품이 많이 든다. 비빔밥처럼 잡채도 오색의 채소와 고기가 들어간다. 밥 대신 면이 들어가 한 끼 식사로 손색없지만 대부분 반찬으로 먹는다. 잡채는 밀가루가 아닌 녹말가루로 만든 당면이 주재료인데 엄청 불려야 한다. 고기와 채소를 별도로 손질하고 기름에 볶아서 따로 삶아둔 당면과 합쳐 양념장을 넣고 또 볶아야 한다. 탄단지가 포함된 건강식 같지만 사실 열량이 꽤 높다. 소화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당면은 꽤 부담스럽다. 그래도 잡채는 한국의 대표 면요리다. 뷔페에 가도 꼭 담아 온다. 김밥이나 잡채 같은 거 담아 오지 말랐지만 그처럼 손 많이 가는 음식들은 그냥 남의 손을 빌리는 게 최고다.

08 · 44회차 8일차

갈비

인생에서 가장 갈비를 많이 먹었던 적은 초등 4~5학년 무렵이었다. 당시 부친의 사업이 한창 잘 되던 때였다. 일주일에 2~3번은 돼지갈빗집으로 외식을 갔었고 우리 가족은 어느새 그 가게의 VIP 단골손님이 되었다. 숯불 위의 석쇠가 달궈지면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한 돼지갈비 한 대가 쫘악 펼쳐지고 연기와 함께 촤르르 지글지글 갈비가 구워졌다.양념이 타기 전 뒤집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한 점의 갈비가 입안에서 퍼뜨리는 맛의 향연으로 몽땅 사라졌다. 배 터지게 고기를 먹기 전까지 밥도 음료수도 절대 금지! 그래서 지금도 고기를 먹을 땐 밥을 곁들이지 않는다. 좋았던 시절 자주 먹었던 음식 돼지갈비 그때의 기억이 오늘의 행복으로 떠오른다.

09 · 44회차 9일차

냉면

우리 동네는 냉면보다 밀면이 유명하다. 냉면은 보통 여름 대표 요리로 등장하지만 밀면은 계절에 상관없이 먹는다. 밀면도 차게 먹지만 여름 하면 떠오르는 냉면보다는 계절감이 덜 민감한 것 같다. 메밀이 주재료인 냉면의 면발은 잘 끊어지지만 밀가루 만든 밀면은 면발이 탄력 있고 쫄깃하다. 밀면의 육수는 약간 감초와 계피향이 난다. 알고 보니 한약재가 들어간단다. 냉면처럼 밀면도 물밀면과 비빔이 있는데 우리 동네 유명 밀면가게는 물 같은 비빔밀면으로 일명 '물비빔'이 있다. 비빔밀면의 다대기가 올려진 상태에서 육수가 포함되어 촉촉하게 먹을 수 있는 밀면이다. 하지만 나는 물밀면이 시원하고 맛있다고 생각한다.

10 · 44회차 10일차

볶음밥

김장김치가 익을 대로 익어 이게 식초인지 김치인지 구분이 안 갈 때 김치볶음밥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예전엔 볶음밥을 조리하려면 채소 다지는 게 딱 귀찮았는데 요즘은 그냥 가위로 서걱서걱 자르니 자주 해 먹게 된다. 간단하게 양념을 털어낸 김치와 다진 마늘, 양파만 있으면 김치볶음밥 재료는 준비 끝. 마늘향을 낸 프라이팬에 양파와 김치, 설탕을 넣고 다글다글 볶다가 뽀얀 밥을 투하하고 휘리릭 5분만에 완성! 여기에 달걀프라이를 얹으면 화룡정점. 볶음밥은 가끔 밥 해 먹기 귀찮거나 김치 빼고 냉장고가 비어있을 때 치트키다. 와, 글 쓰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오늘 점심은 김치볶음밥으로 먹을까?

나가는 글

열흘 중 10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따뜻한 한 끼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저자 소개

플로라

플로라.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판권

레시피도 못 외우면서 집밥 책을 씁니다
된장찌개는 대기업 힘을 빌리지만, 입 짧은 우리 집 어린이 밥맛은 기어이 붙든다

발행일  2026년 6월 10일
지은이  플로라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4회차 · 6월 1일–6월 10일 · 10편

ⓒ 2026 플로라.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 여유당 오픈채팅방 입장하기여유당 오픈채팅방 입장 QR

https://open.kakao.com/o/g6xohpjg

📚 교보문고 「십나오 여유당」 시리즈 1·2·3·4·5·6 더 보기

write, share, enjoy!

플로라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