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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50회차

바게트 하나가 세상을 트이게 했다

빵 열 개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이야기 · 나의 음식 100개

최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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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원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다. 모두 빵과 그 곁에 있는 음식 이야기다. 처음엔 식빵 가장자리를 버리기 아까워 언위치를 만들어 먹는 아침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빵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꾸 사람이 따라 나온다. 바게트를 처음 먹던 날의 놀람, 단팥빵을 좋아하시던 어머니, 미니햄버거를 만들며 웃는 두 아들. "바게트 하나가 세상을 보는 눈을 트이게 했던 순간"이라고 적은 것처럼, 빵 하나가 매번 나를 어딘가로 데려간다. 소보로빵과 크루아상을 직접 구워 보며 설탕 양에 놀라기도 하고, 저탄고지 식이로 언위치를 만나기도 한다. 손으로 만들고 실패하고 다시 만드는 이야기가 많다. 한 편은 250자 안팎이라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부엌에서 시작해 사람에게 가닿는 짧은 글들이다. 편하게 한 편씩 읽어 주시면 좋겠다.

목차

  1. 1식빵
  2. 2바게트
  3. 3베이글
  4. 4단팥빵
  5. 5소보로빵
  6. 6모닝빵
  7. 7찐빵
  8. 8피자
  9. 9크루아상
  10. 10샌드위치

01 · 50회차 1일차

식빵

부엌에 가 보니, 아내가 아이들 식사를 챙겨준 흔적이 남았다. 원래 아내는 폭풍처럼 식사 준비를 하고, 치우는건 좀 나중이다. 도마 위를 보니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잘라낸 가장자리 부분들만 남아 있다. 왠지 버리는 게 아까워 넓은 양상추 위에 식빵쪼가리를 최대한 겹치지 않게 편다. 치즈 한장으로 요놈들의 응집력을 높인다. 계란도 하나 올리고 오이도 올린다. 그렇게 맞는듯 아닌듯 한 언위치를 하나 만들어 먹는다. 왠지 식재료도 버리지 않고 건강도 좀 챙긴것 같아 뿌듯하다. 아내는 그걸 왜 먹냐는듯 하다가 내가 먹방하듯 먹는거 보고 그냥 웃어버린다. 왠지 서로가 행복해지는 아침이다

02 · 50회차 2일차

바게트

바게트를 처음 먹었던 날, 느낌을 기억한다. 이 딱딱한게 빵이라고? 어떻게 먹으라는거지? 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아는 빵은 그때까지 한없이 부드러운, 입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 빵이라고 생각했다. 장보고 집에 가는 주부들의 바구니에 항상있던 바게트는 광고용, 장식용인줄 알았다. 나중에 아내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어보고선 아! 라는 탄성이 나왔다. 이렇게 먹는거였구나.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과 함께, 인생은 경험이구나, 나와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게 세상이겠구나. 싶었다. 바게트 하나가 세상을 보는 눈을 트이게 했던 순간이다.

03 · 50회차 3일차

베이글

런던베이글이 유명하단다. 빵하나를 사려면 몇십분을 기다려서 사야한단다. 뭔 빵이 그리 대수라고 그렇게까지 기다리다 사야 하는거지? 생각이 든다. 몸에 좋지도 않은 밀가루로 만든게 말이다. 신입사원 과정에서 웰컴키트에 런던베이글을 주기로 했단다. 덕분에 원하면 하나 먹어볼 기회가 생겼다. 담당자가 알아서 하나 챙겨준다. 빵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챙겨와서 아내에게 건넨다. 아내는 유명한 빵이라 호들갑을 해 주다가 한입 먹고 나서는 별로 말이 없다. 아내도 생각한 만큼의 놀랄만한 맛은 아니었나보다. 그래도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트렌드를 모른체 하는 것 보다는 최소한 세상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있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베이글은 경험이 되었다.

04 · 50회차 4일차

단팥빵

어머니는 단팥빵을 참 좋아하셨다. 솔직히 이야기 하면 거의 서른살이 넘도록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걸 모르고 살았다. 어느날 어머니가 아버지 간호차 병원에 함께 계시는데 분명히 뭘 잘 안드시고 계실 것 같아서 사가려는데 당최 뭘 사가야 겠는지 모르겠더라. 결국 누님들한테 물어봤더니 어머니는 찐빵, 단팥방을 좋아하신단다. 어머니께 죄송하고 누님들 볼 면목이 없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우리한테, 특히 나한테 베풀고 계셨는데, 난 그거 하나 몰랐다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항상 식사 자리에서도 풀떼기만 드셨다. 고기는 죄다 아버지, 나, 손주들한테 나눠주고. 그 다음부터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 밥그릇에 고기, 생선을 올려드렸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택배로도 보내드렸다. 그나마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고, 아들들 볼 면목이 생겼다.

05 · 50회차 5일차

소보로빵

아내가 소보로빵을 사다 놓으면 위에 부분만 살짝 뜯어 먹곤 했다. 티 안나도록. 그 부분이 제일 맛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빵을 직접 만들어 봤다. 빵값이 생각보다 많이 비싸기도 했고, 한참 아이들이 카스테라, 소보로빵, 크로와상 등을 잘 먹을 시기였다. 음식 만드는걸 좋아하고, 손재주도 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직접 만들어 봤다. 두어번 해 보니 모양이 나왔다. 먹어본다. 맛이 별로다. 왜지? 생각하며 레시피를 확인했다. 내가 넣은 것 보다 설탕이 다섯배는 들어가야 하나보다. 에? 진짜? 그럼 설탕 중량하고 밀가루 중량이 거의 비슷한데? 이건 뭐 그냥 당뇨걸려라! 수준이다. 나중에 보니, 그래서 빵을 굽는 사람들이 빵을 잘 안먹는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더라. 뭐든 적당히가 좋은데. 빵은 도를 넘었다. 그래도 어째. 맛있으면 다들 좋아하는걸. 뭔가 우리네 회사생활도 비슷한듯 하기도.

06 · 50회차 6일차

모닝빵

아이들이 어느정도 크니, 식사 준비가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모닝빵을 가지고 미니햄버거를 만든다. 가끔은 재료만 주고 아이들이 만들게 한다. 정석 중의 정석인 첫째는 진짜 FM대로 만들고 둘째는 세상에 있지 않을법한 것들만 만든다.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둘째 아들이 세상 친한척 하며 퇴근하는 나를 반긴다. 만든 햄버거가 가끔 냉장고 안에 있단다. 아빠 주고 싶어서 만들었대서 진짜냐? 물어봤더니 꺄르륵 웃는다. 냉장고를 확인하니 뭔가 되게 크고 절대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모양의 햄버거가 있다. 이게 뭐야! 라고 장단을 맞춰주니 두 아들 모두 크크크크 하고 웃고, 아내는 뒤에서 미소짓는다. 가족이 함께 있어 행복한 순간이다.

07 · 50회차 7일차

찐빵

찐빵을 생각하면 항상 어머니가 떠오른다. 뭘 좋아한다고 말씀하신적이 없는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던 음식이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면서 맞다. 어머니도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텐데, 항상 우리한테, 아버지한테 양보하면서 사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뵈러 갈땐 기회만 되면 사서 간다. 그리 비싸지 않기에 어머니도 부담없이 잘 받으신다. 이제야 알게된게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요즘 당뇨 초기 진단을 받으셨다고 잘 안드시려 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럴 표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나에 대한 메타인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

08 · 50회차 8일차

피자

대학교때 동아리 친구들과 핏자헛을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샐러드바가 지금처럼 무한이 아니고, 4500원에 한 접시를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쌓기 장인이 박수를 받았다. 우리 중에도 한명이 장인이었는데, 가져온걸 보면 뭐, 토목공학 전공자 저리가라였다. 못해도 20센치는 넘어보였다. 사람 심리는 참 이상하다, 무한대로 먹어도 된다고 하면 두어번 간단히 먹고 마는데, 꼭 이렇게 제약을 주면 오버해서 더 먹게 된다. 그래서일까. 피자가 맛있었다는 기억은 전혀 없고, 샐러드를 쌓았던 모습만 자꾸 기억난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피자는 추억이고 친구다.

09 · 50회차 9일차

크루아상

한참 제빵에 빠져있던 시절, 크루아상을 만들어 본적이 있다. 왠지 고급스러워 보이고, 맛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다른 빵보다 왠지 건강해 보였다고 하나? 자신만만하게 만들어낸 크루아상은 생각보다 투박했다. 제과점에서 파는 크루아상은 엄청 바삭하고 얇았는데, 내가 만든건 왠지 두껍고 달지 않다. 제빵을 배운 아내가 한마디 한다. 설탕을 더 팍팍 넣으라고. 문제는 모양이 아니라 맛이란다. 이미 많이 때려 넣었는데 두배를 때려 넣어 본다. 몇번을 거듭하다 보니, 빵이 쌓인다. 쌓이는 만큼 모양도 이제 좀 잡힌다. 처음에는 맛 없다며 손도 대지 않던 아들들이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한다. 그래 성장은 이런 맛이지.

10 · 50회차 10일차

샌드위치

수년전 한참 건강관리를 하며 저탄고지 식이를 했었다.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식이였는데, 그러다 보니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뭘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입한 저탄고지 카페를 봤더니, 완전히 먹을 수 있는 것 천지였다. 탄수화물을 빼면 먹을만한게 없다고 생각했던 게 완전한 고정관념이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음식이 언위치였다. 샌드위치와 똑같이 만들지만 위아래 패티만 빼는 개념이랄까? 얼른 만들어 봤다. 처음 만드는 거라 모양은 나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맛이었다. 요즘에도 아내와 샌드위치를 만들때면 나는 패티 대신 양배추나 배추로 만든다, 그렇게 먹으면 왠지 더 건강한듯 느껴지기도 한다. 음식은 내가 만들어 먹기 나름이고, 세상도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기 나름이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 편을 다 발행했다. 빵 열 가지를 골라 놓고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빵보다 사람 이야기가 더 많아졌다. 쓰기 전에는 그냥 빵이었다. 식빵 가장자리, 어머니의 단팥빵, 아들이 만든 이상한 모양의 햄버거. 쓰고 나니 그 하나하나가 나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를 아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도구라고 적은 날, 나는 어머니를 오래 생각했다. 음식은 만들어 먹기 나름이고, 세상도 생각하고 행동하기 나름이라는 걸 손으로 배웠다. 읽어 주시는 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오늘 5분, 한 편이면 된다. 부엌에서 있었던 짧은 이야기 하나 읽는 마음으로 와 주시면 좋겠다. 같은 시즌을 함께 달린 50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다. 혼자였다면 열흘을 채우지 못했을 것이다.

글이 말해주는 최민욱 작가

최민욱 작가는 부엌에서 사람을 보는 사람 같습니다. 식빵 가장자리가 아까워 언위치를 만들어 먹고, 아내가 사다 놓은 소보로빵 윗부분만 티 안 나게 뜯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인 듯합니다. 소보로빵과 크루아상을 직접 구우며 설탕 양에 놀라고, 맛없다던 아들들이 하나씩 집어먹자 "성장은 이런 맛이지" 하고 적은 대목에서는 손으로 만들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보입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단팥빵과 찐빵을 좋아하신다는 걸 뒤늦게 알고 밥그릇에 고기를 올려드리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다르게 쓰신 걸 보면 오래 담아 둔 마음이 있는 분 같습니다. 빵 하나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걸어 나오니, 남은 음식 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이 글은 최민욱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바게트 하나가 세상을 트이게 했다 — 빵 열 개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이야기 · 나의 음식 100개

지은이최민욱
펴낸이이윤정
펴낸곳(주)에이치엘원
기획이윤정 (파이어북 여유당)
발행일2026-08-14 (초판 1쇄, 전자책)
판형전자책 (PDF / EPUB)
가격무료

Copyright © 최민욱, HL1, 2026. Printed in Korea.

이 책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HL1이 저작권자와의 동의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인용하시거나 참고하실 경우 반드시 본사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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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욱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