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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8회차

지금 써야, 맛이 제대로다

면 열 그릇에서 배운 글쓰기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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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원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습니다.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면 요리를 받았습니다. 먹으면서 자꾸 글을 생각했습니다. 잔치국수를 먹다가 면이 불기 시작하는 걸 보고, 글도 길면 퍼진다고 적었습니다. 바지락 칼국수를 먹다가는 들쑥날쑥한 면발처럼 경험도 투박해도 괜찮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면 이야기이면서 글쓰기 이야기입니다. 열 편 모두 음식에서 시작해 글로 건너갑니다. 제가 매일 수업에서 하는 말을, 이번에는 제 밥상에서 꺼내 봤습니다. 한 편에 250자입니다. 읽는 데 1분이면 됩니다. 매일 쓰는 사람에게, 그리고 매일 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열 편을 건넵니다.

목차

  1. 1잔치국수
  2. 2칼국수
  3. 3비빔국수
  4. 4막국수
  5. 5우동
  6. 6짜장면
  7. 7짬뽕
  8. 8파스타
  9. 9콩국수
  10. 10라면 or 라멘

01 · 48회차 1일차

잔치국수

7,000원, 식당 시그니처 메뉴다. 정확하게는 멸치국수. 스테인리스 대접에 소면이 찰랑찰랑하게 나온다. 멸치 육수다. 국물이 노르스름하다. 노랗게 채 썬 애호박, 당근채 위에 조미 안 한 김가루가 소박하게 올라 있다. 식탁 옆 양념장 뚜껑을 연다. 매콤한 고추가 든 고춧가루 간장 양념이다. 한 스푼 추가한다. 젓가락으로 휘익 젓는다. 배우자에게 한마디 한다. "나 좀 먹을게." 말없이 흡입한다. 면발이 불기 전에 먹으려고. 절반쯤 먹었다. 그때부터 면이 불어난다. 젓가락 속도도 느려진다. 비 오는 날마다 생각나는 잔치국수다. 글도 그렇다. 타이머 걸어놓고 후루룩 쓸 때 집중이 붙는다. 면 불기 전처럼 읽는 사람에게도 호흡이 있다. 너무 길면 퍼진다. 읽는 맛이 준다. 면도 글도, 적당한 분량으로 퍼지지 않게 써야 맛있게 읽을 수 있다.

02 · 48회차 2일차

칼국수

젓가락이 분주하다. 입이 벌어진 조개부터 공략한다. 노란 조갯살이 보인다. 젓가락으로 입을 더 벌려 콕 집는다. 입으로 쏙 넣는다. 앞접시엔 바지락 껍데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돌탑쌓듯 쌓아올린다. 칼국수는 수타면이다. 주문하면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내신다. 면발은 넓은 것, 좁은 것 들쑥날쑥하다. 면이 쫄깃하다. 맑은 육수에는 바지락향 맛이 난다. 육수에 담긴 칼국수를 건져 먹는다. 짭조름한 국물까지 입속으로 빨려 들어온다. 바지락 칼국수는 낚시다. 시뻘건 고춧가루로 버무린 겉절이는 칼국수 먹기 위한 떡밥같다. 글도 그렇다. 들쑥날쑥 면발 넓이처럼 경험은 투박해도 괜찮다. 독자들이 핵심 알맹이를 콕콕 찍어 먹을 수 있도록 풍성한 경험과 노하루를 담는다.

03 · 48회차 3일차

비빔국수

주문한 지 십여 분은 지난 것 같다. 새로 문을 연 베트남 식당에 갔다. 처음 보는 메뉴를 주문했다. 분팃느엉. 호치민식 비빔 쌀국수라고 한다. 식당이 분주했다. 베트남 출신 직원들이 서빙했다. 덮밥을 다 먹을 즈음에 분팃느엉이 나왔다. 노란 국물 소스가 플라스틱 비이커에 따로 담겨져 있었다. 하얀 볼에 상추, 숯불향이 나는 돼지고기 볶음, 숙주, 당근, 오이 위에 땅콩이 으깨져 올려져 있다. 길죽한 고기말이 튀김도 3등분으로 올려져 있었다. 소스를 부었다. 젓가락으로 저으니 아래에 쌀국수가 들어있다. 우리나라의 비빔 국수는 고추장 소스가 연상되지만 베트남식 비빔 국수는 달콤 새콤한 소스의 비빔 국수였다. 비빔 국수에는 상추, 야채, 당근 같이 생야채가 어울린다. 글도 살아있는 재료로 비빌 때 상큼한 느낌이 든다. 오늘 있었던 일을 버무려 오늘 발행하는 게 제일 신선하다.

04 · 48회차 4일차

막국수

여름이면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나가 먹으로 갈 때가 있었다. 요즘처럼 더운 날엔 막국수를 먹으러 갔었다. 점심 시간에 가면 대기를 해야한다. 10분 정도 일찍 가야 자리를 잡는다. 좌식 테이블이다. 식당에는 뜨거운 김이 환풍기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덥다. 선풍기도 틀어놓지만 뜨거운 기운이 식당 내부까지 퍼졌다. 다른 사람들은 비빔 막국수를 주문하고, 나만 물 막국수를 시켰다. 대접에 연한 고동빛 막국수와 살얼음이 동동떠있는 육수다. 메밀면 위에는 다대기와 깨소금, 김가루가 뿌려져 있고, 무절임, 반계란이 올려져 있었다. 육수 한 모음에 팔까지 닭살이 올라온다. 관계나 업무로 화가나고 더워질 땐, 시원한 육수를 꺼내듯 글로 뽑아내자. 더위가 한 풀 꺾인다.

05 · 48회차 5일차

우동

중국에 주재원 아내로 나가있는 지인이 서울 왔다가 냉우동과 돈가스를 먹으러 두 번이나 다녀왔다며 식당을 추천해주었다. 배우자와 함께 다녀왔다. 매장 안 구석진 자리를 안내 받았다. 메뉴 공부부터 했다. 처음 냉우동을 주문했다. 납작한 화분받침처럼 생긴 도자기 그릇에 수타우동이 가지런하게 돌돌 말려 있다. 튀김가루 부스러기와 파가 올려져 있다. 묽은 간장 빛 소스국물이 따로 호로병에 담겨 나왔다. 소스를 부었다. 시원한 냉우동이다. 면과 함께 섞어 먹기 때문인지 소스는 생각보다 짰다. 우동국물 마시듯 마시기엔 부담스러웠다. 난 에비동과 작은 우동이 함께 나오는 셋트로 주문했다. 우동면은 발로 밟아 반죽했다고 모니터에 나온다. 쫄깃하다.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해서 먹은 기억은 별로 없다. 늘 시키면 정식 세트에 곁들여져 나왔다. 글도 그렇다. 책 한 편 쓰겠다고 위대한 생각을 하면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게 된다. 본업을 하면서 셋트로 나오는 우동처럼 곁에 두고 조금씩 맛보기로 써보면 좋겠다.

06 · 48회차 6일차

짜장면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때우려고 배우자와 중국집에 갔었다. 아주머니가 단무지와 양파, 물을 가져다 주신다.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다. 간짜장 두 그릇. 뒷쪽에 주방이 있다. 홀과 주방사이에 유리창이 있다. 주방장님이 밀가루 반죽을 턱턱 내리친다. 밀가루 반죽은 점점 얇아지지만 줄은 두 배씩 늘어난다. 잠시 후 하얀 대접에 면이 담겨져 나왔다. 완두콩 몇 개와 채썬 오이가 올려져 있었다. 짜장은 공기에 따로 나온다. 까만 춘장속으로 하양 양파가 빼꼼 내보인다. 춘장 기름이 양파에 스며들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수타면이라 면이 쫄깃하다.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젠가 부터 간짜장 매니아가 되었다. 한 번은 간짜장 먹으러 갔더니, 영업 종료했다. 몇 달 후 우연히 중국식당 이름을 검색했다. 경기도 광주에 있었다. 혹시나하고 찾아봤더니, 회사앞에 있던 중국집 주방장 사진이 있었다. 벼르고 별러서 배우자와 다녀왔다. 예전에 맛보던 간짜장 맛이 나진 않았다. 예전보다 감칠맛이 덜했고, 간도 짜졌다. 주방장님도 나이가 드신걸까. 글도 그렇다. 예전처럼 맛을 내고 싶지만, 예전과 같은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 지금 쓰는 글과 5년 전에 쓴 글, 5년 후에 쓰는 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지금 써야, 맛이 제대로다.

07 · 48회차 7일차

짬뽕

해물짬뽕, 백짬뽕, 굴짬뽕, 고기짬뽕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짬뽕이 유명하다지만, 시킬까 말까 고민이다. 먹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짬뽕 밥을 선택했다. 홍합, 오징어, 새우, 양파, 목이버섯이 수북히 쌓인 짬뽕 그릇이 나왔다. 야채와 해물 먼저 건져 먹는다. 국물만 먹으면 짜다. 밥을 넣거나, 면이 들어가야 짬뽕맛이 조화롭게 바뀐다. 글도 그렇다. 작가 혼자만의 생각으로 책의 분량을 가득 채우면, 풍성해 보이지만 짜다. 독자의 생각이 스며들어 짬뽕처럼 융합될 수 있다. 짬뽕에 면과 밥이 필요하듯, 작가의 책에도 독자의 인생과 생각이 필요하다.

08 · 48회차 8일차

파스타

블랙 타이거 새우, 홍합, 오분자기, 갑오징어, 바지락이 올라간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가 먼저 나왔다. 평소엔 주로 먹물 리조또 하나 크림 파스타를 주문한다. 한 번은 리조또 대신 새콤한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했다. 다음에 나온 건 크림 파스타였다. 토마토 파스타에 있던 새우, 홍합, 오분자기, 갑오징어, 바지락이 똑같이 올라가 있었다. 이상했다. 크림 파스타는 다른 걸 주문한 것 같았는데. 주문 내역을 다시 들여다 봤다. '일 마레' 둘 다 해산물이었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의 '밥'과 같은 존재다. 매일 먹는다. 글도 그렇다. 밥 먹듯이 글도 매일 먹어야 한다. 매일 쓰는 글에 그날의 경험만 소스로 추가하면 된다.

09 · 48회차 9일차

콩국수

아빠표 콩국수를 좋아했다. 노란 콩을 불린다. 콩을 삶아 믹서기에 갈았다. 삼베 거름망에 콩물을 내렸다. 아빠는 어렸을 때, 두부 장사 경험이 있었다. 소면을 삶아 콩국수에 말아주셨다. 아빠가 국수를 좋아해서 여름이면 콩국수를 해주셨다. 요즘은 힘드셔서 아빠표 콩국수를 먹을 수 없다. 동네 근처 만두가게에 콩국수를 맛봤다. 내 기억은 아빠가 해주시는 것과 비슷한 맛이다. 아빠와 엄마도 모시고 다녀왔는데, 아빠는 싱겁다고 한다. 최근 크림스프처럼 걸쭉한 콩국수도 맛봤다. 미슐랭, 블루리본도 가득 단 곳들이었지만, 여전히 동네 근처 콩국수 농도가 딱 내 입맛이었다. 글도 그렇다.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순 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경험을 불리고, 믹서기로 갈아서 농도를 맞춰 한 편 써내면 충분하다. 그 농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10 · 48회차 10일차

라면 or 라멘

여섯 팀 정도 대기 줄이 있었다. 점원이 용지 하나를 건넸다. 맛, 기름진 정도, 마늘, 파, 챠슈, 비밀 소스, 달걀. 면 익힘 정도. 처음이라 뭐가 뭔지 몰랐다. 기본으로 선택했다. 기름진 정도도 담백한 걸 주문했다. 계단을 올라가니 키오스크가 또 나왔다. 용지에 적은 걸 보고 키오스크 버튼을 하나씩 클릭했다. 좌석을 안내 받았다. 1인 좌석이다. 주방과 좌석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창문이 있다. 좌석 옆에는 추가로 토핑을 추가도 가능했다. 글도 그렇다. 글을 쓸 때는 메모부터 한다. 기본으로 초고를 쓴다. 퇴고하여 다듬기 위해서는 오감을 활용하여 토핑을 올린다. 밑줄 그을 문장으로 다듬으며 플레이팅에 신경쓴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열 편을 다 썼습니다. 쓰면서 스스로에게 한 말이 많았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버무려 오늘 발행하는 게 제일 신선하다고 했고, 밥 먹듯이 글도 매일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간짜장 맛이 예전 같지 않던 날에는, 지금 써야 맛이 제대로라고 적었습니다. 콩국수 편에서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자기만의 농도로 한 편 써내면 충분하고, 그 농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요. 열 편을 마치고 보니 그 말이 가장 남습니다. 오늘 5분, 한 편. 그거면 됩니다. 같은 열흘을 함께 걸어 준 48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습니다.

글이 말해주는 이윤정 작가

이윤정 작가는 무엇을 보든 글쓰기로 옮겨 오는 분 같습니다. 열 편 대부분이 같은 자리에서 방향을 틉니다. 음식을 한참 묘사하다가 글도 그렇다며 건너갑니다. 면이 불기 전에 먹어야 하듯 글도 퍼지지 않게 써야 한다고 하고, 짬뽕에 면과 밥이 필요하듯 작가의 책에도 독자의 생각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묘사도 구체적입니다. 스테인리스 대접, 화분받침처럼 생긴 도자기 그릇, 춘장 기름이 양파에 스며들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모습까지 적어 두셨습니다. 잘 보는 사람이 잘 쓴다는 걸 보여 주는 글입니다. 열 편을 다 읽고 나면 한 문장이 남습니다. 지금 써야 맛이 제대로다. 그 말대로 쓰고 계십니다.

이 글은 이윤정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저자 소개

이윤정

십나오 여유당 운영자로서, 매일 글감을 발견하고 하루 5분씩 씁니다. https://firebook.kr

지금 써야, 맛이 제대로다 — 면 열 그릇에서 배운 글쓰기

지은이이윤정
펴낸이이윤정
펴낸곳(주)에이치엘원
기획이윤정 (파이어북 여유당)
발행일2026-07-22 (초판 1쇄, 전자책)
판형전자책 (PDF / EPUB)
가격무료

ⓒ 이윤정, 2026

이 책의 글은 저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인용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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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8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