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48회차 4일차
막국수
여름이면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나가 먹으로 갈 때가 있었다. 요즘처럼 더운 날엔 막국수를 먹으러 갔었다. 점심 시간에 가면 대기를 해야한다. 10분 정도 일찍 가야 자리를 잡는다. 좌식 테이블이다. 식당에는 뜨거운 김이 환풍기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덥다. 선풍기도 틀어놓지만 뜨거운 기운이 식당 내부까지 퍼졌다. 다른 사람들은 비빔 막국수를 주문하고, 나만 물 막국수를 시켰다. 대접에 연한 고동빛 막국수와 살얼음이 동동떠있는 육수다. 메밀면 위에는 다대기와 깨소금, 김가루가 뿌려져 있고, 무절임, 반계란이 올려져 있었다. 육수 한 모음에 팔까지 닭살이 올라온다. 관계나 업무로 화가나고 더워질 땐, 시원한 육수를 꺼내듯 글로 뽑아내자. 더위가 한 풀 꺾인다.
— 7 —
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8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