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48회차 9일차
콩국수
아빠표 콩국수를 좋아했다. 노란 콩을 불린다. 콩을 삶아 믹서기에 갈았다. 삼베 거름망에 콩물을 내렸다. 아빠는 어렸을 때, 두부 장사 경험이 있었다. 소면을 삶아 콩국수에 말아주셨다. 아빠가 국수를 좋아해서 여름이면 콩국수를 해주셨다. 요즘은 힘드셔서 아빠표 콩국수를 먹을 수 없다. 동네 근처 만두가게에 콩국수를 맛봤다. 내 기억은 아빠가 해주시는 것과 비슷한 맛이다. 아빠와 엄마도 모시고 다녀왔는데, 아빠는 싱겁다고 한다. 최근 크림스프처럼 걸쭉한 콩국수도 맛봤다. 미슐랭, 블루리본도 가득 단 곳들이었지만, 여전히 동네 근처 콩국수 농도가 딱 내 입맛이었다. 글도 그렇다.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순 없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경험을 불리고, 믹서기로 갈아서 농도를 맞춰 한 편 써내면 충분하다. 그 농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 12 —
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8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