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48회차 1일차
잔치국수
7,000원, 식당 시그니처 메뉴다. 정확하게는 멸치국수. 스테인리스 대접에 소면이 찰랑찰랑하게 나온다. 멸치 육수다. 국물이 노르스름하다. 노랗게 채 썬 애호박, 당근채 위에 조미 안 한 김가루가 소박하게 올라 있다. 식탁 옆 양념장 뚜껑을 연다. 매콤한 고추가 든 고춧가루 간장 양념이다. 한 스푼 추가한다. 젓가락으로 휘익 젓는다. 배우자에게 한마디 한다. "나 좀 먹을게." 말없이 흡입한다. 면발이 불기 전에 먹으려고. 절반쯤 먹었다. 그때부터 면이 불어난다. 젓가락 속도도 느려진다. 비 오는 날마다 생각나는 잔치국수다. 글도 그렇다. 타이머 걸어놓고 후루룩 쓸 때 집중이 붙는다. 면 불기 전처럼 읽는 사람에게도 호흡이 있다. 너무 길면 퍼진다. 읽는 맛이 준다. 면도 글도, 적당한 분량으로 퍼지지 않게 써야 맛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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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8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