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12pt

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7회차

쓰던 일기가 곧 책이 됩니다

반조리 찜닭에 재료만 더하면 완성이듯, 일기에 한 줄을 더해 책으로

이윤정

📖 연속 보기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7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10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여유당에서 함께 쓰기로 했기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힘나는 고기」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만난 날은 직접 식당에 가서 먹기도 하고, 집에서 고기를 구어 먹었답니다.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여러분도 힘이나고, 글쓰고 싶어질 겁니다.

목차

  1. 1삼겹살
  2. 2스테이크
  3. 3장어구이
  4. 4치킨
  5. 5찜닭
  6. 6오리고기
  7. 7생선구이
  8. 8돈가스
  9. 9탕수육
  10. 10샤브샤브

01 · 47회차 1일차

삼겹살

간단하게 한 끼. 김치 냉장고에서 삼겹살을 꺼냈다. 모듬 야채를 꺼냈다. 먼저 씻는다. 통에 건져 둔다. 프라이팬에 불을 켠다. 프라이팬이 달궈지면 삼겹살 세 줄을 올린다. 치이익 소리가 난다. 한 면이 노릇노릇 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삼겹살은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뒤집는다. 가위로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삼겹살에 기름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색상도 황갈색으로 바꼈다. 바싹 익혔다. 참기름장도 만들고, 쌈장도 꺼낸다. 밥도 전자렌지에 올려 한 끼 해결했다. 식사 후 기름 헝건한 프라이팬은 키친타일로 닦아낸다. 바닥도 미끌미끌하다. 청소기를 돌린다. 간단한 한 끼 먹겠다고 삼겹살을 선택했지만, 차리고 치우는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식탁위에 쌈, 파절이, 김치, 밥, 된장찌개까지 나왔다. 삼겹살 2인 분을 프라이팬에 올려 후다닥 구워 먹고 나왔다. 글쓰기도 그렇다. 집에서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는다. 커피도 타고, 책상 위도 정리하고, 청소기도 돌린다. PC를 켜서 한 글자 입력하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외부 카페에 가서 글을 쓰면 바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꺼내 글만 쓸 수 있다. 글 쓸 때 준비시간, 치우는 시간을 줄이고, 글 쓰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겠다.

02 · 47회차 2일차

스테이크

미국에서 쁘티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작아 보였다. 높이 4cm쯤 되는 도톰한 덩어리 하나. 그런데 보기와 달리 양이 많아 결국 남겼다. 국내에서 전 메뉴 50% 할인 프로모션이 있었다. 메뉴판에 티본 스테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채끝살과 안심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입맛만 다시고 내려놓았다. 반값이어도, 혼자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양이었다. 처음부터 책 한 권을 쓰려고 하면 양이 부담스럽다. 그럴 땐 쁘티 사이즈를 선택하면 된다. 전자책이든, 공동저서든. 쁘티도 막상 시작하면 생각보다 든든하다. 양에 맞는 것부터 시작이다.

03 · 47회차 3일차

장어구이

삼 년 전, 나고야식 장어 덮밥 집을 소개 받았다. 한 끼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몇 번을 망설이다 기념일에 다. 특제 간장 소스를 발라 숯불에 구운 장어였다. 밥 위에 한 마리가 올려져 있었다. 한 입 크기로 잘라 나왔다다. 숯불 향이 좋다. 점원이 먹는 법을 알려준다. 밥을 4등분한다. 처음은 장어와 밥만. 두 번째는 쪽파, 김, 와사비. 세 번째는 육수를 부어 오차즈케로. 마지막은 제일 좋았던 방식으로 다시 먹는다. 처음엔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다 맛본 뒤에 고르면 된다. 글도 그렇다. 에세이든 자기계발서든 소설이든, 써보기 전엔 모른다. 다 써보고 나에게 맞는 걸 고르면 된다.

04 · 47회차 4일차

치킨

반찬이 없어서 저녁 대용으로 교촌치킨 허니콤보를 주문한다. 남편이 내게 닭다리부터 먹으라고 권한다. 예전엔 닭다리가 좋았다. 요즘은 날개나 봉이 더 좋다.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치킨을 시킬 때마다 닭다리를 내 앞에 놓는다. 내가 배우자에게 닭다리를 양보하느라 안 먹는 줄로 오해한다. 좋아하는 게 바뀌었다고 말해보지만, 한 번 생긴 오해는 잘 안 풀린다. 글도 그렇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쓰면 독자가 헷갈린다. 오해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명확히 정하고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05 · 47회차 5일차

찜닭

"포장하지 뭐." 아빠, 언니들과 안동 찜닭 골목에 갔다. 가게 앞엔 다듬어 둔 감자, 양파, 당근, 파가 소쿠리째 놓여 있다. 엄마는 배달할 때마다 '감자 많이'를 부탁하곤 했다. 고객 명단에 '감자 많이'로 뜬다. 두 마리는 포장하고, 한 마리는 큰언니 집으로 택배 보냈다. 닭은 간장 소스 한 팩에 담긴 반조리 상태다. 집에 와서 큰 냄비에 넣고 20분 조린 뒤, 나머지 재료를 넣고 끓인다. 안동에서 먹던 그 맛이 난다. 글도 그렇다. 반조리로 만들어 두면 금방 한 편이 된다. 일기가 그렇다. 책 쓰고 싶을 때 독자를 위한 메시지를 추가해 완성품이라는 책을 만들 수 있다.

06 · 47회차 6일차

오리고기

"어디 갈까요?" 사무실 내 같은 팀원이 신차를 받았다. 다른 동료를 포함해 셋이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차로 20분 남짓 걸렸다. 시운전이다. 운전자는 핸들을 꽉 잡고,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차가 끼어든다. 급정거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여 분 만에 도착했다. 도착한 곳이 유황오리진흙구이점 잠실점이었다. 진흙 안에서 구운 오리구이 안에는 찰밥, 밤, 대추, 견과류가 들어 있었다. 핑크빛 살코기는 닭고기와 달리 더 촉촉하고, 사르르 녹았다. 셋이서 한 마리 뚝딱했다. 운전자가 돈을 냈다. 함께 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유황 오리고기는 처음 먹어봤다. 생명과 맞바꾼 오리고기라며 웃었다. 글도 그렇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두렵고, 무섭다. 어깨와 손에 힘이 팍 들어간다. 함께 하는 동료가 있으면, 글이 점점 좋아져서 촉촉하고, 영양가 있는 글로 바뀐다.

07 · 47회차 7일차

생선구이

생선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훅 끼친다. 이 냄새, 사실 조금 불편하다. 고등어구이 한 마리가 나온다. 뽀글뽀글 기름이 끓어오른다. 껍질이 까맣고 노릇하게 부풀었다. 가장 두툼한 부분에 젓가락을 푹 찌른다. 하얀 속살이 보인다. 촉촉하다. 겨자 간장에 살짝 찍는다. 한 입. 비린 냄새가 사라진다. 입안에 고소함만 남는다. 한 마리, 뚝딱이다. 불편했던 냄새가, 먹고 나니 나지 않았다. 역시 고등어 구이다. 갈치 조림을 먹을지 고민했지만 항상 고등어 구이를 둘 중 하나는 고등어 구이였다. 글도 그렇다. 내 감정을 처음 들여다보면 불편하다. 있는 그대로 쓴다. 한 발 떨어져 다시 본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마음이 다시 촉촉해진다.

08 · 47회차 8일차

돈가스

돈가스가 얼굴보다 크다. 지름이 20cm는 족히 넘는 것 같다. 하얀 접시에 돈가스가 놓여 있다. 직접 만든 황색 소스가 뿌려져 나온다. 돈가스 겉면은 누르스름하다.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들고 한쪽 귀퉁이부터 힘주어 길게 자른 다음, 조각난 돈가스를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이거 당신 거야. 먹어 봐." 돈가스 집에 가면 돈가스 대신 나는 보리밥을 주문한다. 대접에 마른 호박나물, 생채, 배추, 콩나물, 열무김치를 올리고, 고추장 튜브를 짠다. 된장찌개 국물도 두세 스푼 담는다. 식당에서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는 한 입 맛보면 속이 풀리는 맛이다. 깔끔한 된장국 느낌이다. 배우자의 소울푸드 중 하나가 돈가스다. 돈가스 하나를 다 먹지 못하지만, 보리밥이 있어서 함께 가도 즐겁다. 글은 배려다. 좋아하지 않는 것도 나만의 구수한 해석을 곁들여, 맛보기 좋고 속이 편안해지도록 재해석할 수 있다.

09 · 47회차 9일차

탕수육

"오늘 거기 가면 안 돼?" "가자." "어디?" "탕수육 먹으러." 배우자의 소울푸드다.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동네 맛집 중에 탕수육집이 있었다. 한 번 데려갔더니, 가끔 생각나는 모양이다. 찍먹도, 부먹도 아니다. 여긴 탕수육을 소스에 볶아낸다. 탕수육이 담긴 접시를 탁자에 내려놓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볶은 콩가루 냄새도 난다. 소스는 젤리 같다. 케첩이 들어가 소스 색도 오렌지빛이다. 까만 목이버섯, 주황색 당근, 초록색 오이가 듬성듬성 있다. 탕수육 고기를 집어 먹은 후, 배우자는 중간중간 소스를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기분 꿀꿀해할 때 데려가면 기분 좋아지는 탕수육이다. 글도 그렇다. 읽고 나면 달짝지근하고 행복해지는 글이 있다. 글 쓸 때 항상 미소 지으면서 쓰라고 알려드린다. 기분 좋아지는 글을 쓰면 좋겠다.

10 · 47회차 10일차

샤브샤브

얼큰한 맛과 보통 육수, 반반을 골랐다. 배추, 쑥갓, 파, 버섯, 적채를 담아 왔다. 만두, 어묵, 치즈떡도 미리 넣는다. 얄팍한 호주산 소고기를 육수에 담근다. 배추부터 건진다. 달큰하다. 고기는 붉은 기가 사라지면 건져 먹었다. 야채는 무제한이다. 몇 번이나 리필해서 먹었다. 또 가고 싶어 이벤트 때 슬쩍 말해 보지만, 가족은 빕스나 보쌈집을 더 좋아하는 눈치다. 아직 한 번밖에 못 갔다. 글도 그렇다. 똑같은 글감이라고 한 번만 쓰는 건 아니다. 야채를 리필하듯, 같은 글감을 다음 글에 또 쓸 수 있다. 눈치 볼 필요없다.

나가는 글

열흘 중 10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샤브샤브, 가장 좋았던 날은 탕수육이었어요. 힘나는 고기 열 가지를 쓰고 나니 저를 힘나게 한 건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자 소개

이윤정

이윤정. 십나오 여유당에서 글감을 발견하고 하루 5분씩 씁니다.

판권

쓰던 일기가 곧 책이 됩니다
반조리 찜닭에 재료만 더하면 완성이듯, 일기에 한 줄을 더해 책으로

발행일  2026년 7월 10일
지은이  이윤정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7회차 · 7월 1일–7월 10일 · 10편

ⓒ 2026 이윤정.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 여유당 오픈채팅방 입장하기여유당 오픈채팅방 입장 QR

https://open.kakao.com/o/g6xohpjg

📚 교보문고 「십나오 여유당」 시리즈 1·2·3·4·5·6 더 보기

write, share, enjoy!

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7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