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6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습니다.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분식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먹다가 자꾸 글을 생각했습니다. 안동 구시장 떡볶이 골목에는 포장마차가 열 곳 넘게 있는데 자주 가는 사람은 늘 같은 곳만 갑니다. 입맛이 다르니까요. 글도 그렇습니다. 똑같은 경험이라도 작가마다 글맛이 다릅니다. 라면을 두 개 끓이다 면이 퍼진 날에는 배우자가 알려 준 분식점 레시피를 따라 해 봤습니다. 글에도 레시피가 있더군요. 한 편에 250자입니다. 읽는 데 1분이면 됩니다. 매일 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열 편을 건넵니다.
01 · 46회차 1일차
떡볶이
왜 떡이랑 어묵 뿐이지?' 대학생 시절 신촌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포장마차에 들렀다. 떡볶이 1인분을 주문했다. 떡볶이에 떡과 어묵 뿐이다. 이상했다. 내가 자란 안동에는 구시장에 떡볶이 골목이 있다. 가끔 생각나면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쌀떡이다. 가래떡같은 어묵도 가운데를 비스듬히 잘려 있다. 양배추와 파처럼 야채를 함께 볶는다. 국물도 스프처럼 뻑뻑하다. 떡에 양념이 베어 쫀득한 식감과 함께 매콤하고 달콤함이 함께 몰려온다. 서울 올라와서 먹어본 떡볶이에 대실망을 했다. 시골 가면 떡볶이를 사먹고 왔다. 서울 형부가 안동에 내려오면 언니에게 "떡볶이 사러 가자."며 데리고 나갔다. 같은 골목에 떡볶이 포장마차가 10곳 넘게 있다. 자주 가는 사람은 늘 같은 곳만 간다. 입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글도 떡볶이다. 똑같은 떡볶이라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 똑같은 경험이라도 작가마다 글맛이 다르다. 같은 책도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02 · 46회차 2일차
순대
순대 생각이 났다. 배우자에게 순대국을 배달해 주겠다고 하면서, 슬며시 순대 한 접시도 주문했다. 잠시 후 배달기사가 벨을 누른다. 현관문을 열고 배달온 순대국은 데워서 한 그릇 퍼서 식탁에 올렸다. 따로 주문한 순대를 보니 피순대다. 돼지 피와 고기, 숙주 등을 넣어 만든다. 순대 껍질 밖으로 속이 튀어나와있다. 한 입 먹었다. 순대가 먹고 싶었을 때 상상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결국 주문한 순대도 몇 개만 집어 먹고, 나머진 배우자에게 떠넘겼다. 다음 날 이마트에 갔더니 1인분 정도의 순대가 포장되어 있었다. 얼른 카트에 집어 넣었다. 집에 와서 전자렌지에 살짝 데워 한 입 먹어보니, 상상했던 그 맛이다. 때로는 묵직한 글보다, 가벼운 글이 필요한 날도 있다.
03 · 46회차 3일차
김밥
건강한 어묵, 건강한 맛살, 색소 없는 단무지, 오이, 달걀, 파프리카를 준비한다. 반찬 없을 때 간단하게 한끼 준비하는 LA 김밥이다. LA 김밥은 김밥을 미리 싸서 먹는 게 아니라, 재료만 준비해서 김과 함께 식탁에 올린다. 내 경우에는 밥에 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현미밥 한 공기에 도시락 김 하나를 준비한다. 재료를 구분해 한 통 만들어 놓으면 몇 끼 반찬 걱정이 없다. LA에서 김밥 먹고 싶어 찾아봤더니 LA 김밥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었다. 즉석 꼬마 김밥이지만, 더 건강한 재료로 간단히 한 끼 해결할 수 있다. 글감이 미리 준비 되어 있으면, 즉석에서 글 한편을 쓸 수 있다. LA 김밥 재료처럼 글 쓰기 위한 재료를 메모해 두자.
04 · 46회차 4일차
라면
라면 마다 끓이는 시간이 다르다. 라면은 라면 회사에서 제일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연구해서 뒤에 조리법이 적어두었다. 이 방법은 라면 한 개 끓일 때 기준이다. 집에서 라면 끓이면 두 개 끓인다. 배우자와 나 2인분. 원칙은 냄비 하나에 하나씩 끓여야 제 맛이 나지만, 귀찮으니 두 개를 한 냄비에 끓인다. 조금 싱겁게 먹어서 스프는 80%정도 넣는다. 2인분 끓였더니 한 번은 면이 다 퍼졌다. 배우자가 분식점 라면 레시피를 읊어준다. "끓는 물에 면을 넣어. 면이 풀어지면 바로 그릇에 건져내. 달걀을 빈 그릇에 깨트려 섞어. 면 건져낸 국물에 달걀 물을 부어. 달걀 익으면 불을 꺼. 국물을 라면에 부으면 먹을 때 꼬들꼬들해." 면발이 풀어지자 마자 덜 익은 라면을 건져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알려 준 방법대로 끓여봤다. 꼬들꼬들한 라면을 맛볼 수 있었다. 글을 쓸 때도 레시피가 있었다. 그냥 쓰면 글이 퍼진다. 글쓰기 레시피를 배워 썼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꼬들꼬들한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05 · 46회차 5일차
튀김
분식점에서 배우자와 라면을 먹고 있었다. "튀김 1인분 포장해 주세요." 손님이 한 명 왔다. 가게 주인은 어떤 튀김 원하냐고 묻는다. 손님이 오징어 튀김만 달란다. 보통 나는 튀김 주문할 땐 주로 골고루 담아 달라고 주문했다. 손님의 선택이 신선했다. 다음에 튀김 살 때 나도 오징어 튀김 1인분을 주문했다. 다른 집 오징어 튀김은 산 오징어라 오징어가 줄어들어서 작다. 오징어 튀김만 주문한 식당에서는 대왕 오징어를 반 건조한 걸 사용했다. 튀김 안에 든 오징어가 길죽하고 통통했다. 다음 튀김 살 때는 나도 오징어 튀김만 주문한다. 글쓰기도 튀김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 없는 튀김 같은 글보다 속까지 꽉 차고 식어도 맛있는 튀김같은 글을 쓰면 좋겠다.
06 · 46회차 6일차
쫄면
쫄면을 떠올리면 빨간 고추장에 버무려진 오이와 양배추가 먼저 그려진다. 새콤하고 매콤한 냄새가 따라온다. 그 옆엔 군만두. 매울 때 하나씩 집어 먹을 수 있어서다. 앞 사람이 쫄면 시키면 내가 먼저 걱정한다. '맵지 않을까? 분명 매울 텐데.' 상대는 코에 땀이 송송 맺히면서 한 그릇을 비운다. 나만 걱정했다. 나는 쫄면을 잘 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메뉴에 있으면 시켜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겁이 먼저 난다. 매운 걸 못 먹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정작 쫄면을 한 입 맛보면, 야채도 아삭하고 매콤달콤해서 보기보다 덜 맵다. 글도 그렇다. 매콤한 글을 쓰고 싶지만 첫 줄에서 손이 멈춘다. 누군가 한마디 할 것 같다. 두려움은 손끝에서 온다. 겁 나도, 한 입 먹어보듯 한 줄은 써볼 수 있어야지.
07 · 46회차 7일차
만두
황갈색으로 바삭하게 구워진 군만두 7개가 타원형 접시에 나왔다. 고추가루를 살짝 뿌려진 간장에 콕콕 찍어 한 입 베어 문다. 만두피가 딱딱할 정도로 바삭하게 구워진 만두다. 피가 단단하게 바삭하다. 매장 안에는 만두 피, 국수면 뽑는 기계도 보인다. 벽지는 누르스름하다. 기계 옆은 밀가루로 뽀얗다. 콩국수 두 그릇에 무조건 군만두 추가다. 남자 사장님 표정은 무표정한 모습이고, 무뚝뚝하다. 그럼에도 군만두 직접 빚고, 면을 뽑아 묵묵하게 음식을 만들어 내어준다. 나만의 미슐랭 빕 구르망 군만두급이다. 글도 그렇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글에서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 있다. 말 대신 실력으로 보여주는 글이면 된다.
08 · 46회차 8일차
어묵
어묵 통에 둥글고 긴 어묵, 사각형 어묵을 접어 꼬불한 어묵꼬치가 여섯 블록에 각각 담겨 있다. 한쪽엔 빨간 어묵도 있다. 점심을 못 먹어 허기가 졌다. 꼬불한 사각형 어묵을 하나 집어 든다. 간장 솔로 슥슥 발라 먹는다. 뜨거운 국물에 담겨 있어 후후 불고 한 입 베어 문다. 다섯 번 정도 베어 문다. 꼬챙이만 남았다. 하나 더 먹을까 말까 고민에 빠진다. 빨간 어묵에 손이 간다. 빨간 국물 안 꽃게 껍질도 빨갛다. 한 입 베어 문다. 뜨겁고, 매콤하다. 입안이 두 번 달아오른다. 종이컵에 국물 두 국자를 퍼서 식혀둔다. 두 개 먹었어도 허기가 금방 가시지 않는다. 하얀 어묵 하나 더 빼어 든다. 배가 든든해졌다. 글도 그렇다. 한 가지 경험으로는 독자를 이해시키기 부족하다. 두 가지, 세 가지 경험이나 근거를 덧붙여야 독자의 궁금증이 채워진다.
09 · 46회차 9일차
핫도그
"설탕만 묻혀주세요." 까만 튀김 통 안쪽에 나무젓가락이 톱니바퀴처럼 하나씩 꽂혀 있다. 핫도그를 걸어 튀긴다.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겉면은 황갈색이다. 까슬거린다. 기름을 살짝 뺀다. 스테인리스 설탕 통에 핫도그를 한 바퀴 굴린다. 눈밭을 구른 것 같다. 빵 부분부터 베어 문다. 핫도그를 돌려가며 빵만 먹는다. 빵가루가 바삭한 부분이 입안 곳곳을 찌른다. 살색 소시지는 엄지손가락만큼 들어 있다. 소시지는 그대로 남긴다. 길쭉한 프랑크 소시지 핫도그보다 옛날식 핫도그가 더 좋다. 학창 시절에 먹던 핫도그 맛이 이젠 안 난다. 글도 그렇다. 고급스러운 것보다 달달하고 까슬거리는 투박한 글이 오히려 정겹다. 때로는 알맹이 없이도, 글 자체만으로 추억이 떠오르는 글이 있다. 알맹이가 없어도 추억 돋는 맛은 지금만 쓸 수 있다.
10 · 46회차 10일차
길거리 토스트
지하철역 밖을 지나가면 길거리 토스트 냄새가 유혹한다. 아침은 먹고 왔는데도 발길이 멈춘다. 다음 출장 땐 아예 아침을 안 먹고 갔다. 한쪽에선 버터에 식빵을 굽는다. 다른 쪽에선 양배추, 당근, 양파에 달걀물을 부어 부쳐낸다. 케첩은 빼고 설탕만 살짝 뿌려달라고 한다. 식빵 테두리는 남긴다.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속이 더부룩하다. 아침을 빵으로 대체해 보지만, 나랑은 맞지 않다. 아침은 빵 대신 밥이어야 했다. 길거리 토스트는 맞지 않는 구두 같다. 글도 그렇다. 상대를 자극하는 후킹법이 내겐 불편하다. 편안하게,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했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열 편을 다 썼습니다. 쫄면 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매콤한 글을 쓰고 싶은데 첫 줄에서 손이 멈춘다고요. 누군가 한마디 할 것 같아서입니다. 두려움은 손끝에서 온다고 썼습니다. 겁이 나도 한 입 먹어 보듯 한 줄은 써 볼 수 있어야지,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토스트 편에서는 상대를 자극하는 후킹법이 저에게는 불편하다고 적었습니다. 맞지 않는 구두 같다고요. 그래서 편안하게, 제가 도움 줄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군만두를 묵묵히 빚어 내주시던 무뚝뚝한 사장님을 보고는, 말 대신 실력으로 보여주는 글이면 된다고 적었습니다. 오늘 5분, 한 편. 그거면 됩니다. 함께 쓴 46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습니다.
글이 말해주는 이윤정 작가
이윤정 작가는 분식 한 접시마다 글쓰기 한 가지를 꺼내 놓는 분 같습니다. 열 편이 같은 자리에서 방향을 틉니다. 떡볶이 골목마다 맛이 다르듯 작가마다 글맛이 다르다고 하고, 라면 레시피를 따라 해 꼬들꼬들해진 이야기에서 글쓰기 레시피를 꺼내십니다. 어묵을 세 개 먹고서야 배가 든든해진 일에서는 근거를 여러 개 붙여야 독자의 궁금증이 채워진다고 하시고요. 자기 약한 자리도 적으십니다. 매콤한 글을 쓰고 싶은데 첫 줄에서 손이 멈춘다고, 두려움은 손끝에서 온다고 쓰셨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먼저 겁내고 먼저 써 보는 모습이 이 열 편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 글은 이윤정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저자 소개
이윤정
이윤정.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글도 떡볶이다 — 분식 열 접시에서 배운 글쓰기
ⓒ 이윤정, 2026
이 책의 글은 저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인용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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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6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