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6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10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따뜻한 한 끼」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01 · 44회차 1일차
김치찌개
김치찌개 한 그릇을 떠 주신다. 빨간 국물 위로 등갈비와 김치가 가득이다. 김치를 들어 올리니 배추가 결대로 쭈욱 찢어진다. 입에 넣으니 부드럽다. 등갈비 살도 쏙 빠진다. 국물 한 숟갈, 짭조름하고 깊다. 밥 한 공기가 비었다. 어머니께 비결을 여쭸다. 김치에 물 붓고 약불 50분. 집에 와서 바로 해봤다. 삼겹살과 김치를 숭덩숭덩 넣고 강불로 끓인다. 보글보글 소리가 나면 인덕션 9로 낮춘다. 타이머 50분. 김치 익는 냄새가 집 안에 퍼진다. 뚜껑을 열자 국물이 졸았고, 배추가 푹 퍼졌다. 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 공기 뚝딱이다. 김치찌개면 충분하다.
02 · 44회차 2일차
된장찌개
"아빠? 된장찌개 뭐 넣어요?" "무, 호박, 감자는 있으면 넣고, 양파, 파, 두부, 된장, 고추가루, 마늘" "멸치는?" "아, 맞다. 멸치. 감자는 있으면 넣는데." 아빠표 된장찌개는 끓이면 끓일 수록 맛이난다. 처음 끓였을 땐 허멀겋다. 그래도 밥에 두 세 스푼 떠서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 없이도 먹는다. 다음날 아침에 졸아든 된장찌개를 먹으면 또 깊은 맛이 난다. 어렸을 땐 집에서 메주를 띄워 된장, 간장을 만든 적도 있었다. 요즘은 영양이모집에서 아빠가 된장을 가져 오신다. 된장이 바뀌어도 아빠 찌개 맛은 바뀌지 않는다. 친정 된장찌개는 반찬 투정하는 조카들도 밥 먹게 만드는 아빠의 시그니처 요리다. 똑같은 재료를 넣어도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글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경험을 해도 글이 달라진다.
03 · 44회차 3일차
순두부찌개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가 나온다. 배우자는 항상 해물 순두부, 나는 굴 순두부다. 굴 순두부에는 굴이 열 개 정도 담겼다. 덩어리가 큰 순두부를 숟가락으로 잘라 국물에 적셔 입에 넣는다. 갑자기 식도 부분이 따가울 정도로 뜨겁다. 주먹진 손으로 가슴을 톡톡톡 두드린다.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다음은 굴을 건져 먹는다. 잘개 으깨진 순두부보다 큼지막한 순두부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야 내 입맛에 딱이다. 회사 근처 돌솥밥과 순두부 집에는 마른 김이 함께 나오는데, 뜨거운 밥에 올려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순두부를 또 떠먹는다. 누룽지를 먹기위해 밥을 조금 남겼지만, 남은 순두부에 다시 손이 간다. 퇴사 후 순두부 먹고 싶을 때면 15분 미리 예약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두 달 전 순두부 가게를 다시 찾았으나 폐업하고 말았다. 순두부가 스르륵 녹아 버린 것처럼. 아직까지 순두부가 먹고 싶을 때 가야할 식당을 찾지 못했다. 삶도 영원한 건 없다. 갈 수 있을 때 자주 이용하자.
04 · 44회차 4일차
불고기
엄마가 아빠에게 막국수 집에 가자고 했다. 학창 시절엔 없던 식당이다. 아빠 차에 올라탔다. 강변을 따라 십여 분 가서 내렸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 입장하니 좌석이 만석이다. 자리를 치우고 있어서 잠시 후에 앉았다. 아빠는 한우불고기 한 근이랑 막국수 하나를 주문했다. 가스렌지 위에 불고기 전골 냄비가가 올라갔다. 가운데가 볼록 솥은 게 아니라 이건 가운데가 움푹한 전골 냄비였다. 선홍색 살코기에 실 핏줄처럼 가는 하얀 지방이 퍼져 있고, 양념을 거의 하지 않은 듯 생고기처럼 보인다. 부추와 양파가 섞여 있었다. 전골에 담고 남은 불고기는 양푼에 담겨 함께 나왔다. 대패로 벗겨낸 듯 얇은 불고기만 보였고, 육수가 보이지 않았었다. 자글자글 끓어 오르니 수북하던 고기가 수축해 푹 꺼지고, 국물이 생겼다. 아빠가 집게로 뒤적거리신다. 선홍색 고기가 연회색 으로 바뀐다. 아빠가 집게로 불고기를 덜어서 내 앞 접시에 올려 주신다.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먹었다. "맛있네." 밥과 고기를 쉬지 않고 덜어 먹었다. 양푼에 있던 고기도 냄비에 더 올렸다. 셋이서 삼십 분도 되지 않아 한근을 뚝딱 해치웠다. 전에 먹어보지 않았던 신선한 불고기 식당이었다. 친정 가면 불고기 먹고 싶다고 할 정도의 맛이었다. 엄마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랑 둘이서 방문했다. 무조건 한 근을 주문해야 했다. 아빠와 나만 먹기엔 많은 양이었다. 엄마랑 함께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처음 맛본 그 맛이 그리워 다시 찾아갔다. 함께 먹던 맛이 아니어서 그런지, 예전 맛이 나지 않는다. 글감도 신선할 때 써야지, 시간이 늦어지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05 · 44회차 5일차
제육볶음
지난 모임에서 백반 집을 소개 받았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배우자를 데려갔다. 백반 메뉴는 8천 원이다. 난 백반만 먹어도 될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배우자 입맛에는 부족할 것 같다. 리뷰를 찾아보니 오징어 볶음을 많이 주문한다 길래, 오징어 볶음을 주문했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남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제육 볶음도 추가했다. 반찬은 셀프였다. 맛 본다는 심정으로 샐러드, 멸치볶음, 들깻잎, 콩나물, 고추무침, 콩자반, 오이무침, 묵을 조금씩 담아왔다. 길죽한 하얀 접시에 제육 볶음과 오징어 볶음이 나란히 놓여졌다. 하나만 시켜도 될 만큼 양이었다. 남편 앞에는 고봉 밥이 놓여졌다. 집밥의 두 배 정도였다. 남길 까봐 미안해질 뻔 했는데, 밥 그릇을 비웠다. 이유는 모든 반찬이 자극적이어서 그랬다고 한다. 모든 게 자극적일 땐, 오히려 순한 맛도 필요하다. 글을 쓸 때도 자극적인 내용 끝에는 순한 맛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다.
06 · 44회차 6일차
비빔밥
숭덩숭덩 썰은 초록색 미나리와 숙성해서 진한 붉은 빛깔을 띄는 채썬 육회가 큰 놋그릇 대접 세 개와 커다란 접시 하나에 담겨져 나왔다. 채썬 하얀 배도 올라와 있다. 공기밥 절반을 수저로 덜어 육회 비빔밥 그릇에 올린다. 간장 한 스푼을 떠 담는다. 따로 주문한 육회를 젓가락으로 더 덜어 비빔 그릇에 담았다. 젓가락으로 설렁설렁 비빈다. 한 입 떠 먹는다. 먹기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맛이다. 고소한 참기름과 미나리, 숙성된 육회를 처음 맛봤다. 친정 갈 때 마다 들리는 식당이 되었다. 조카들, 언니, 우리 부부가 갈 때 마다 식당에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빠는 육회를 결혼식장에 가면 육회만 드시던 분이다. 하지만, 자녀와 손주들, 배우자가 번갈아 가다보니, 좋아하던 육회 비빔밥도 이제는 별로라고 하신다. 지금은 이사를 와서 자주 가지 않는다. 1년 만에 찾아갔더니, 다시 맛있다고 한다. 좋아한다고, 매일 먹으면 질린다. 나만 좋다고 계속 쓰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질리기 쉽다. 가끔씩 특식같은 글을 쓰면 좋겠다.
07 · 44회차 7일차
잡채
잡채는 먹고 싶다고 바로 먹을 수 없다. 당면을 물에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딱딱하던 면이 물에 퉁퉁 불어 회색빛으로 바뀐다. 맛살은 찢는다. 어묵과 당근, 양파는 채 썬다. 프라이팬에 재료 하나씩 따로 볶는다. 스테인리스 양푼이나 큰 통에 구역을 나눠 볶은 재료를 담는다. 간장과 설탕, 참기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이다가, 불린 당면을 넣어 함께 익힌다. 엄마가 친척 할머니에게 배운 팁이라고 말해 주셨다. 양념장이 졸아들면 볶아 둔 재료를 넣고 프라이팬에서 마무리한다. 마지막에 깨를 뿌린다. 잡채가 투명하고 윤이 나는 황색으로 바뀌었다. 식당 잡채는 볶은 재료를 큰 통에서 그냥 섞어내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집에서 먹는 잡채 맛과 다를 수밖에 없다. 책도 잡채처럼 바로 쓰기 어렵다. 재료 준비하듯 키워드 모으고, 양념이 면에 천천히 스며들듯 메시지가 글 전체에 골고루 배어들게 만든다.
08 · 44회차 8일차
갈비
외갓집에 갔을 때 처음 LA갈비를 먹어본 것 같다.왜 LA갈비라고 불렀을까..일반 식당에 파는 갈비와 자른 모양이 다르다. 타원형의 단면의 뼈가 세 개 정도 박혀 있고, 그 아래로 살코기가 붙어 있다. 후라이팬에 가득 LA갈비를 주욱 늘어놓는다. 치익소리가 난다. 몇 분 뒤에 또 뒤집은 다음 집게와 가위를 들고 뼈 사이를 가위로 잘라 3등분 낸다. 처음 맛 본 LA 갈비는 짭쪼롬하고 달콤한 맛이 어우러졌다. 밥으로 손이 절로 간다. 살코기 부분만 먼저 베어문다. 꼭꼭 씹어 삼킨다음, 손으로 뼈 단면을 잡고 뼈 주변에 붙은 고기를 이에 힘을 주고 뜯어 먹는다. 깔끔하게 뼈가 분리되면 기분까지 깔끔해진다. 후에 LA에 갈 일이 있었는데, 북창동 순두부에 가서 LA갈비를 진짜 먹었다. 미국에서 한국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한식이었다. 글을 쓸 때도 LA갈비 뼈대처럼 세 가지로 분리되기 쉽게 쓰면 좋다. 서론, 본론, 결론 메시지 하나에 살을 붙이면 된다.
09 · 44회차 9일차
냉면
동대문에 있는 평양냉면은 처음 한 번 맛보고는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지나고서야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송파구에서 미슐랭 밥구르망으로 선정된 면옥집을 며칠 전 스레드에서 알게 됐다. 흑백요리사2에 출연연자였다. 20년 동안 송파구에 있었지만, 그런 식당이 있는 줄도 몰랐다. 순 메밀 100% 라는 문구가 보였다. 육수를 한 숟가락 떠 맛을 본다. 얼음이 얼 정도의 차가움은 아니지만, 시원하고 깔끔한데 슴슴하다. 뒷맛은 고기향 입속에 남았다. 가운데 볼록 솟은 메밀국수위로 고춧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다. 젓가락으로 산을 무너뜨려 육수에 담근다. 한 젓가락 맛을 보니 전에 먹던 평양냉면보다 육수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글도 평양냉면처럼 한 번에 맛을 알아채기 어려워도, 얼마 후에도 계속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10 · 44회차 10일차
볶음밥
된장 찌개나 김밥 등 요리 후 남는 양파, 맛살, 호박, 브로컬리 등은 일단 작게 다져서 지퍼백에 한 번에 모아 냉동실에 얼린다. 밥을 볶을 때 추가하기 위해서다. 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한 바퀴 두르고 후라이팬을 달군다. 냉동실 문을 열고 새우 냉동 볶음밥 하나를 꺼낸다. 김치 냉장고에서 김치도 꺼내 줄기 부분을 한 젓가락 추가한다. 냉동 새우 서너 마리는 물에 헹궈서 후라이팬에 던져 넣는다. 김치와 새우를 가위로 새끼 손톱만큼 크기로 자른다. 글라스락에 담아 둔 현미밥 한 공기는 전자렌지에 1분 정도 돌린 후 함께 볶는다. 냉동밥과 재료가 다 익으면, 한쪽으로 모은다. 비워진 자리에 달걀 하나를 깨트린다.달걀 바닥이 익으면 뒤집개로 스스슥 스크램블하든 휘적거려서 조각낸다. 볶아둔 밥과 달걀 조각들을 골고루 섞는다. 보온 도시락에 볶음밥을 옮겨 담는다.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까서 올린 후 뚜껑을 닫았다. 점심을 외부에서 먹기 곤란해 하던 시기 남편 도시락 메뉴는 늘 볶음밥이었다. 도시락 준비가 힘들까 봐 늘 냉동 볶음밥만 볶아 달라고 했지만, 영양소가 부족할까 봐 늘 추가 재료를 넣어 볶아 주었다. ATM기기가 있는 면회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꺼내 먹는 남편이 안쓰러웠지만, 남편은 그때 먹던 볶음밥이 제일 맛있었다고 항상 말해준다. 요즘도 가끔 볶음밥을 조리하지만, 그때 맛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영양소가 빈약한 냉동 볶음밥 같은 글에는, 달걀, 치즈, 새우, 생야채 같은 풍성한 영양소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추가해야 독자의 감정도 풍성해진다.
나가는 글
열흘 중 10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따뜻한 한 끼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저자 소개
이윤정
이윤정.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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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레시피는 못 외워도 글은 씁니다 어머니께 여쭤 그대로 끓인 김치찌개처럼, 어깨너머 배워 완성하는 첫 책 발행일 2026년 6월 10일 지은이 이윤정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4회차 · 6월 1일–6월 10일 · 10편 ⓒ 2026 이윤정.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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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십나오 여유당」 시리즈 1·2·3·4·5·6 더 보기write, share, enjoy!
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