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 44회차 7일차
잡채
잡채는 먹고 싶다고 바로 먹을 수 없다. 당면을 물에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딱딱하던 면이 물에 퉁퉁 불어 회색빛으로 바뀐다. 맛살은 찢는다. 어묵과 당근, 양파는 채 썬다. 프라이팬에 재료 하나씩 따로 볶는다. 스테인리스 양푼이나 큰 통에 구역을 나눠 볶은 재료를 담는다. 간장과 설탕, 참기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이다가, 불린 당면을 넣어 함께 익힌다. 엄마가 친척 할머니에게 배운 팁이라고 말해 주셨다. 양념장이 졸아들면 볶아 둔 재료를 넣고 프라이팬에서 마무리한다. 마지막에 깨를 뿌린다. 잡채가 투명하고 윤이 나는 황색으로 바뀌었다. 식당 잡채는 볶은 재료를 큰 통에서 그냥 섞어내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집에서 먹는 잡채 맛과 다를 수밖에 없다. 책도 잡채처럼 바로 쓰기 어렵다. 재료 준비하듯 키워드 모으고, 양념이 면에 천천히 스며들듯 메시지가 글 전체에 골고루 배어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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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