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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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44회차 4일차

불고기

엄마가 아빠에게 막국수 집에 가자고 했다. 학창 시절엔 없던 식당이다. 아빠 차에 올라탔다. 강변을 따라 십여 분 가서 내렸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 입장하니 좌석이 만석이다. 자리를 치우고 있어서 잠시 후에 앉았다. 아빠는 한우불고기 한 근이랑 막국수 하나를 주문했다. 가스렌지 위에 불고기 전골 냄비가가 올라갔다. 가운데가 볼록 솥은 게 아니라 이건 가운데가 움푹한 전골 냄비였다. 선홍색 살코기에 실 핏줄처럼 가는 하얀 지방이 퍼져 있고, 양념을 거의 하지 않은 듯 생고기처럼 보인다. 부추와 양파가 섞여 있었다. 전골에 담고 남은 불고기는 양푼에 담겨 함께 나왔다. 대패로 벗겨낸 듯 얇은 불고기만 보였고, 육수가 보이지 않았었다. 자글자글 끓어 오르니 수북하던 고기가 수축해 푹 꺼지고, 국물이 생겼다. 아빠가 집게로 뒤적거리신다. 선홍색 고기가 연회색 으로 바뀐다. 아빠가 집게로 불고기를 덜어서 내 앞 접시에 올려 주신다.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먹었다. "맛있네." 밥과 고기를 쉬지 않고 덜어 먹었다. 양푼에 있던 고기도 냄비에 더 올렸다. 셋이서 삼십 분도 되지 않아 한근을 뚝딱 해치웠다. 전에 먹어보지 않았던 신선한 불고기 식당이었다. 친정 가면 불고기 먹고 싶다고 할 정도의 맛이었다. 엄마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랑 둘이서 방문했다. 무조건 한 근을 주문해야 했다. 아빠와 나만 먹기엔 많은 양이었다. 엄마랑 함께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처음 맛본 그 맛이 그리워 다시 찾아갔다. 함께 먹던 맛이 아니어서 그런지, 예전 맛이 나지 않는다. 글감도 신선할 때 써야지, 시간이 늦어지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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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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