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8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다. 주제는 빵이다. 식빵으로 시작해 바게트, 베이글, 단팥빵, 소보로빵, 모닝빵, 찐빵, 피자, 크루아상, 샌드위치까지 열 가지를 하나씩 적었다. 나는 빵을 그냥 먹지 않는다. 식빵은 손으로 결을 따라 떼어 먹고, 크루아상은 한 겹 한 겹 벗겨 먹는다. 그 작은 몸짓을 들여다보다 보면 빵 너머의 이야기가 따라온다. 식빵을 먹으며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늘 함께 있다"고 적었고, 소보로빵 '노을'을 두고 "부족해서 더 특별했던" 것이라 썼다. 한 편은 250자 안팎이다.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빵 하나를 손에 쥔 기분으로 천천히 읽어 주면 좋겠다. 한 입 베어 물면 그 안에 내 하루가 들어 있다. 그 이야기를 여기 담았다.
01 · 50회차 1일차
식빵
식빵은 통째로 먹어야 제 맛이다. 손으로 둥그런 두 개의 산을 연다. 뽀얀 결을 엄지와 검지로 살포시 떼낸다. 얇게 조심조심 떼어 낸 투명한 종잇장은 금세 입 속에서 녹아 없어진다. 한 겹, 두 겹, 결을 따라 떼어 먹다 보면 보드라운 속 살은 사라지고 없다. 갈색 옷을 입은 동굴만 남는다. 아쉽지만 뻣뻣한 옆구리를 먹는다. 그마저 다 먹고 나면 마른 스폰지 같은 바닥과 가죽같은 껍질만 남는다. 남은 껍질을 몰래 버리다가 엄마한테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지금은 흰 살과 껍질을 함께 먹는다. 늘 좋은 것만 골라 가질 수 없다.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늘 함께 있다. 인생의 모든 선택이 그렇다.
02 · 50회차 2일차
바게트
바게트는 기본이다. 밀가루, 소금, 효모, 물 이 4가지만 넣어 만들어야 바게트다. 맛에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묵직하게 정면승부한다. 입천장이 까질만큼 극강의 바삭함이 이 녀석의 매력이다. 집앞 빵집에서 바게트가 나오는 시간을 기다린다. 갓 구워 속살의 온기가 남아 있는 맛은 상상 이상이다. 본질은 순수하지만 눅눅하면 질겨지고, 건조하면 벽돌처럼 단단해진다. 이렇게 예민한 너는 고소한 버터를 품어 줄 때 너는 빛이 난다. 버터와 함께 한입에 와앙하고 넣는 순간 입 속은 천국이다. 천국의 퍼즐은 기본에 충실한 바게트가 있어야 완성된다. 단순할수록 언제나 기본은 중요하다.
03 · 50회차 3일차
베이글
베이글의 미덕은 밀도감이다. 도시락에 꾹꾹 눌러담은 밥과같다. 20대에 맛 본 대부분의 베이글은 메이드 바이 코스트코다. 카페에 베이글 메뉴가 있다면 모두 내가 아는 맛이었다. 캐나다 여행 중 맛본 베이글은 충격이었다. 빼곡하게 참깨로 뒤덮힌 비주얼과 고소한 풍미를 잊을 수없다. 화덕에서 바로 구운 베이글은 백설기처럼 퐁신하고 쫀쫀한 식감이었다. 밀도감의 또 다른 세계를 맛 보게 되었다. 베이글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밀도감이다. 반을 가른 사이에 어떤 재료를 넣어도 밀도감으로 무장한 베이글의 맛은 언제나 굳건하다. 사람도 그렇다. 자신을 밀도감있게 쌓아올린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우직하게 자신을 지킨다.
04 · 50회차 4일차
단팥빵
나에게 단팥빵으로 이상형을 말하라면 이렇다. 팥소는 곱게 갈아 놓은 것보다.알갱이가 입 안에서 존재감 있게 씹혀야 한다. 농도는 뭉치면 동그랗게 모양이 잡힐만큼 퍽퍽하지도 질퍽하지도 않아야한다. 팥 소만 먹어도 물리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단맛에, 빵은 우유향이 풍기고 쫄깃함이 있어야 한다. 빵을 반으로 잘랐을 때 팥과 따로 놀지 않고, 빵 표면에 수분이 느껴질 만큼 촉촉함은 필수다. 빵과 팥소의 비율이 정말 중요한데 소와 빵의 비율이 60대 40이 좋다. 이런 단팥빵이 나에겐 박보검이다. 현실에선 박보검같은 단팥빵을 만나기 어렵지만, 한 부분이라도 비슷한 단팥빵을 맛보는 날은 행복하다. 행복은 특별함이 아니라 작은 만족에서 오기때문이다.
05 · 50회차 5일차
소보로빵
나의 첫 소보로빵은 삼립빵에서 나온 '노을'이다. 노을이 소보로빵이고 소보로빵이 곧 노을이다. 도시락만한 빵 위로 감질나게 흩뿌려진 소보로는 세상 달콤했다. 노을은 작은 알갱이의 소보로가 감당하기엔 빵의 크기가 너무 컷다. 그럼에도 노을을 먹을 때면 소보로도 빵도 눈앞에서 금세 사라졌다. 마지막엔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까지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먹었는데, 입안에 털어 넣은 부스러기는 혀끝에 달달한 위로를 남겨주었다. 풍요의 시대를 살고있는 지금의 소보로는 쿠키처럼 두툼해지고 더 맛있어졌다. 그럼에도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것은, 부족해서 더 특별했던 흩뿌려진 소보로빵 '노을'이다.
06 · 50회차 6일차
모닝빵
한 때 건강 문제로 빵을 멀리한 적이 있다. 정기 검진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간 날이었다. 선생님께 모든 수치가 정상 범주라는 결과를 들었다. 그 날은 진료실을 나와 병원 지하에 있는 빵집에 들렀다. 아이스 커피와 건포도 모닝빵을 샀다. 주차장으로 가는 발걸음 소리에 손에 든 빵 봉지는 그네를 타듯 춤을 췄다. 모닝빵 하나를 입에 물고 핸들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오물오물 입속에서 건포도와 함께 안도와 행복이 함께 터졌다. 그날 모닝빵은 나에게 주는 칭찬이자 위로였다. 모닝빵을 먹으며 건포도가 없어 허전함을 느낄 때, 건포도가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떠올리게 된다. 건포도 모닝빵은 나의 힐링템이다.
07 · 50회차 7일차
찐빵
하얀 솥뚜껑이 열리면 안경 알이 하얘질만큼 수증기가 쏟아져나온다. .지하철 역 앞 가게에 포장 만두를 주문한다.타이머가 울린다. 사장님이 분주한 손 길로 앞선 손님이 주문한 만두를 꺼내 포장용기에 담는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는 만두사이로 찐빵 몇 개가 눈에 들어온다. "사장님, 찐빵도 두 개 더 주세요." 계획에 없었던 찐빵까지 주문을 하게됬다. 찐빵을 사러 가게를 들른 적은 없다. 항상 만두를 주문하댜 추가로 주문하게 된다. 나에게 찐빵은 주인공인 적은 없었다. 만두를 다 먹은 뒤 마지막을 채워주는 달콤한 마무리다. 그래서 주인공이 아니어도 찐빵은 꼭 필요하다. 모든 조각이 다 중요한 퍼즐처럼 말이다.
08 · 50회차 8일차
피자
피자는 하얀 도우위에 어떤 재료를 올리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10대에 피자헛 피자를 처음 맛보았다. 알쏭달쏭한 맛이었지만, 주욱~ 하고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 맛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피자는 주말에 배달해 먹는 인기 메뉴였다. 해산물이 얹어지거나 도우에 고구마나 치즈크러스트 같은 맛이 더해졌다. 지금은 신선한 자연재료를 올린 화덕피자나 예상치 못한 식재료가 올라간 피자까지 다채롭다. 우리의 변덕이 다채롭게 만든 것인지, 피자가 스스로 진화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내일도 일상은 늘 한결같다. 한결같기만 했던 시간을 돌아보니 피자처럼 나의 인생도 다채로웠음을 느낀다.
09 · 50회차 9일차
크루아상
버터를 입은 투명하고 얇은 크루아상이 바스락하고 입에서 부서진다. 얇은 겹 속에 숨어있는 버터의 풍미가 입속에서 춤을 춘다. 내가 생각하는 크루아상의 매력은 고소한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가이다. 식감은 물론 한 겹 한 겹 벗겨먹는 수고로운 재미를 좋아한다. 슴슴한 맛에 고소한 풍미와 식감, 그리고 먹는 재미, 크로아상은 나에게 육각형 매력이 있는 빵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상도 그렇다. 대단한 사건보다 평범한 아닌 순간을 더 애정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손끝에 묻어나는 버터 향을 느끼는 것처럼 인생의 즐거움은 얇은 겹 한 장의 매력을 느끼는 순간 내게 와 있다.
10 · 50회차 10일차
샌드위치
우유풍미로 가득한 식빵, 숭숭난 구명 쫄깃한 식감의 치아바타, 겉바속촉 바게트까지 빵의 종류에 따라 샌드위치의 맛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샌드위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식빵 사이에 양상추, 토마토, 햄, 치즈를 넣어 대각선으로 자른 모양이다. 요즘의 샌드위치는 빵사이에 넣는 재료도 다채롭다. 그런면에서 샌드위치는 레고 블록같다. 어떤 조함으로 만드는가에 따라 만들 수있는 종류는 무한대가 된다. 샌드위치를 삼각형 햄치즈 로만 생각한다면 새로울 것이 없다.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생각의 문을 열면 무엇이든 무한대로 바뀔 수 있다.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은 진짜 맞는 것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열 편을 모두 발행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빵 하나씩을 적었다. 쓰기 전에는 빵을 그냥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한 편씩 쓰다 보니 빵마다 나의 시간이 붙어 있었다. 껍질을 몰래 버리다 엄마한테 혼난 날, 검진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지하 빵집에서 산 건포도 모닝빵, 만두를 사다가 덤처럼 주문한 찐빵. 빵을 적는 일은 결국 나를 적는 일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은 진짜 맞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기까지 했다. 읽는 분께 권하고 싶다. 오늘 5분, 한 편이면 된다. 작은 것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면 거기서 이야기가 나온다. 함께 열흘을 달린 50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다. 덕분에 끝까지 썼다.
글이 말해주는 이시영 작가
이시영 작가는 작은 것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같습니다. 식빵을 손으로 결 따라 떼어 먹고, 크루아상을 한 겹 한 겹 벗겨 먹는 장면을 보면 빵 하나도 대충 넘기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늘 부족한 쪽에 마음을 둡니다. 크기에 비해 감질나게 흩뿌려진 소보로빵 '노을'을 "부족해서 더 특별했던" 것이라 적고, 주인공인 적 없는 찐빵을 두고 "주인공이 아니어도 꼭 필요하다"고 쓰는 걸 보면요. 빵 하나에서 삶의 이치를 길어 올리는 눈도 자주 보입니다. "행복은 특별함이 아니라 작은 만족에서 온다"는 문장이 그렇습니다. 마지막 글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처럼, 앞으로도 그 다정한 눈으로 하나씩 적어 가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이시영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한 입 베어 물면 — 빵 열 개에 담아 본 나의 하루들
Copyright © 이시영, HL1, 2026. Printed in Korea.
이 책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HL1이 저작권자와의 동의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인용하시거나 참고하실 경우 반드시 본사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write, share, enjoy!
이시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