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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9회차

달지 않아도 오래 남는

음료 열 잔에 담은 나의 하루

이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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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원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 참여해 7월 21일부터 7월 3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다. 아메리카노로 시작해 물로 끝났다. 왜 음료였을까. 카페에서 수많은 메뉴 앞에 망설이다가도 결국 손이 가는 한 잔이 있다. 그 한 잔에는 나를 닮은 이야기가 있었다. 쓴맛을 견딘 뒤에야 만나는 담백한 평온, 서로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더 좋은 맛을 내는 어울림, 기다려야 제 맛을 내는 녹차 같은 하루. 음료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식혜를 쓰던 날엔 말기암으로 호스피스병원을 알아보는 친구를 떠올렸고, 수정과를 쓰던 날엔 한겨울 부엌에서 곶감을 띄워 주시던 친정엄마의 정성이 먼저 입안에 번졌다. 달콤한 이야기 뒤에 이런 마음들이 숨어 있다. 한 편은 250자 남짓,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커피 한 잔 식기 전에 한 편씩 읽어 주시면 좋겠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여운을, 이 열 잔에 담아 두었다.

목차

  1. 1아메리카노
  2. 2라떼
  3. 3녹차
  4. 4홍차
  5. 5에이드
  6. 6스무디
  7. 7식혜
  8. 8수정과
  9. 9탄산음료
  10. 10물

01 · 49회차 1일차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날씨 맑음이다. 새벽을 세차게 두드리던 빗소리도 언젠가는 멈추고, 먹구름은 조용히 길을 비켜 준다. 그 자리에 푸른 하늘이 열리고 흰구름이 느리게 흘러가면 내 마음도 어느새 맑아진다. 카페에 들어서면 수많은 메뉴 앞에서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내 손은 늘 아메리카노를 선택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깊은 향이 있고, 달지 않아도 오래 남는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삶도 그렇다. 힘든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고, 쓴맛을 견딘 뒤에야 담백한 평온을 만난다. 말 한마디가 따뜻해지고,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나를 발견하는 날이면 스스로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그 한 잔은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작은 햇살이고,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더 깊은 향기로 남는다.

02 · 49회차 2일차

라떼

라떼는 건강한 커피다. 우유와 커피가 한 잔의 컵 안에서 흰색과 검은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빨대로 천천히 저으면 서로의 경계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갈색으로 하나가 된다. 컵을 입가에 가져가 한 모금 마신다. 심심하지도, 지나치게 달지도 않은 담백한 맛이 입안에 은은하게 퍼진다. 아메리카노가 부담스러울 때, 혹은 빈속에 커피를 마셔야 할 때 나는 라떼를 선택한다. 우유가 더해진 라떼는 속을 편안하게 감싸주고, 커피의 향은 그대로 남겨 준다. 서로 다른 두 재료가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더 좋은 맛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참 닮고 싶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서로가 메워 주고, 조금씩 배려하며 어울릴 때 더 깊은 향기를 품게 된다. 라떼 한 잔은 맛있는 커피를 넘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03 · 49회차 3일차

녹차

녹차는 깔끔한 마무리다. 따뜻한 잔에 녹차 티백을 넣고 잠시 기다리면 맑은 물은 어느새 은은한 연둣빛을 머금는다. 티백을 천천히 올렸다 내리기를 두세 번 반복하면 향은 더욱 깊어지고 맛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기다림이 있어야 제 맛을 내는 녹차처럼 하루도 차분히 우려낼 때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 스물 네 시간 동안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들과 웃고 대화를 나눈다.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고,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처 펼치지 못한 성경 책 앞에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하루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은 향기가 되고, 어떤 행동은 삶의 빛깔이 된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결국 내 삶의 습관이 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담을 수 없지만, 오늘을 어떻게 살아냈는지는 내일의 나를 만든다. 후회와 두려움보다 감사와 희망을 더 오래 품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녹차 한 잔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비우듯 오늘도 내 삶을 맑은 마음으로 마무리하며, 은은한 향기처럼 오래 기억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04 · 49회차 4일차

홍차

홍차는 진한 부드러움이다. 인생도 홍차처럼 익어 가고 싶다. 투명한 잔 속에 번지는 붉은 빛은 선명하고, 한 모금 머금으면 은은한 향과 깊은 부드러움이 오래 남는다. 하지만 그 한 잔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뜨거운 햇빛과 거센 비바람을 견디며 곧게 자라고, 뿌리를 깊이 내린 뒤 여러 공정을 거쳐 비로소 사람들의 손에 닿는다. 생각해 보면 나의 삶은 아직 그만큼 단단하지 못하다.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찾고, 비가 내리면 밖으로 나서기를 망설인다. 자연을 이겨 낸 홍차 잎 앞에서 괜스레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 오늘은 홍차 한 잔을 마시며 다짐한다. 삶이 주는 계절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견디며, 깊은 향처럼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내 앞에 있는 고마운 사람에게 먼저 환한 미소를 건네는 하루, 그렇게 나도 조금씩, 조금씩 홍차를 닮아 가고 싶다.

05 · 49회차 5일차

에이드

에이드는 상큼함이다. 카페의 투명한 컵 속에 담긴 레몬에이드를 보면 보기만 해도 입안이 먼저 반응한다. 얼음 사이로 번지는 노란빛과 한 조각 레몬은 무더운 여름이 시원하다. 한 모금 머금으면 톡 쏘는 청량감이 몸과 마음을 깨운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상큼함이 삶에도 필요하다.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단정하게 갖춰 입은 옷차림, 미소를 잃지 않는 표정은 나를 위한 배려이면서 상대를 향한 예의이기도 하다. 작은 변화 하나가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고, 마음 온도가 달라진다. 이제는 남의 이야기에 시간을 쓰기보다 각자의 내일을 이야기한다. 레몬에이드의 상큼함이 입안을 오래 머물듯 희망도 마음속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시원한 바람이 되고,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는 청량한 존재로 기억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일 것이다.

06 · 49회차 6일차

스무디

스무디는 한여름을 이겨 내는 가장 차가운 응원이다. 딸기와 얼음을 함께 갈아 만든 한 잔은 새콤달콤한 맛보다 먼저 온몸을 오싹하게 깨운다. 입술을 지나 목을 타고 내려가는 차가움은 찌는 듯한 더위를 단숨에 밀어내고, 잠들어 있던 정신까지 번쩍 일으킨다. 순간 머리가 띵할 만큼 차갑지만, 그 짧은 자극은 다시 시작할 힘이 된다. 사람들은 따뜻한 음료가 몸에 좋다고 말한다. 나도 그 사실을 알지만, 무더운 여름 카페에서는 시원한 스무디를 먼저 찾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도 이와 닮았다. 익숙함만 붙잡고 있으면 마음은 쉽게 무뎌진다. 때로는 스스로를 흔드는 작은 도전이 필요하다. 하루 한 장 읽던 책을 열 장으로 늘려 보고, 미루던 공부를 오늘 시작해 보는 용기 말이다. 계획보다 조금 앞서간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오히려 그 작은 변화가 나를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만든다. 스무디 한 잔은 더위를 식히는 음료가 아니라, 익숙한 나를 깨우고 새로운 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차가운 용기다.

07 · 49회차 7일차

식혜

식혜는 달달함이다. 찜질방에 가면 꼭 찾게 되는 메뉴다. 뜨겁게 땀을 흘린 뒤 마시는 차가운 식혜 한 잔은 몸과 마음을 함께 달래 준다. 잘게 갈린 얼음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고, 은은한 단맛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 지친 기운도 조금씩 살아난다. 힘겨운 순간에 식혜처럼 고마운 맛이 또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달달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나에게도 달달한 위로가 필요하다. 말기암으로 호스피스병원을 알아보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이 힘이 될지, 어떤 위로가 마음에 닿을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포기보다 희망을 전하고 싶다. 호스피스는 삶의 끝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통증을 덜고 남은 시간을 더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라는 믿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할 삶의 끝이지만, 오늘만큼은 친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내가 건네는 작은 다정함이 식혜 한 잔의 달콤함처럼 오래 남기를 바란다.

08 · 49회차 8일차

수정과

수정과는 건강함이다. 어른들의 음료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음료가 흔하지 않던 시절, 한겨울이면 친정엄마가 정성껏 끓여 주시던 수정과가 떠오른다. 깊게 우러난 계피 향 속에 곶감이 동동 떠 있고, 그 위에 잣 몇 알을 올리면 고소한 풍미가 더해졌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달콤함보다 엄마의 정성이 먼저 입안에 번졌다. 요즘 마트에서도 쉽게 수정과를 살 수 있지만, 그때의 맛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재료의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추운 겨울 부엌에서 가족을 위해 정성껏 끓이던 엄마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귀한 건강 음료였고, 지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의 맛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수정과 한 잔에는 건강과 사랑, 그리고 가족의 온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09 · 49회차 9일차

탄산음료

탄산음료는 요리 재료다. 냉장고 한쪽에는 콜라와 사이다가 오래 머문다. 치킨이나 피자를 주문할 때 따라온 손님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좀처럼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대신 고기를 재울 때면 조용히 제 몫을 한다. 달콤한 탄산이 질긴 시간을 부드럽게 풀어 주듯, 본래의 쓰임과는 다른 역할로 빛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누구는 앞에서 환호받고, 누구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하루를 지탱한다. 같은 재능을 품고 살아도 쓰임은 저마다 다르다. 인정받으려 애쓸수록 마음은 목이 마르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수록 삶은 깊어진다. 가장 화려한 자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냉장고 속 탄산음료는 오늘도 말없이 가르쳐 준다. 세상은 나를 어디에 놓을지 몰라도, 나는 어떤 자리에서도 내 몫을 다하면 된다고. 가치는 박수의 크기가 아니라 쓰임의 깊이에서 완성된다고.

10 · 49회차 10일차

물

물은 생명이다. 매일 마시고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 냉장고에 생수, 보리차물, 모과로 끓인물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주기적으로 물을 사고 있다. 이세상에 물이 없다면 지금의 나무,꽃, 동물,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라고 몇번이고 인사를 해도 그 고마움은 표현이 되지 않는 다.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물! 대단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물의 존재 속에 내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 없으면 안 되지만 그존재를 잊고 살아간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부모님의 사랑이다. 죽어서도 모두 헤아릴 수 없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소중한 존재이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 편을 모두 발행했다. 음료 열 가지를 골라 한 잔씩 우려내듯 썼다. 쓰기 전에는 그저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와 차였다. 쓰다 보니 아메리카노 한 잔에서 쓴맛을 견딘 평온을 읽고, 냉장고 구석 탄산음료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의 쓰임을 읽게 됐다. 익숙함만 붙잡으면 마음이 무뎌진다던 스무디의 다짐처럼, 매일 한 편 쓰는 일이 나를 조금씩 깨웠다. 후회와 두려움보다 감사와 희망을 더 오래 품고 싶다던 마음이, 열 편을 지나며 조금 더 또렷해졌다. 읽는 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오늘 5분, 한 편이면 된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좋다. 나도 그렇게 열흘을 걸어왔다. 함께 시즌 6를 걸어온 49회차 동료들에게 고맙다. 서로의 글이 있어 끝까지 우려낼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마련해 준 여유당에도 감사드린다. 녹차 한 잔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비우듯, 이 열흘을 맑은 마음으로 마무리한다.

글이 말해주는 이복선 작가

이복선 작가는 화려한 자리보다 제 몫을 다하는 삶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 같습니다. 냉장고 구석 탄산음료를 두고 "가장 화려한 자리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쓴 대목, 아메리카노에서 "달지 않아도 오래 남는 여운"을 짚는 눈길을 보면 그렇습니다. 다른 이를 향한 마음도 자주 보입니다. 라떼에서는 서로의 색을 잃지 않고 어울리는 삶을, 식혜에서는 아픈 친구에게 건넬 다정함을 이야기합니다. 수정과 한 잔에 한겨울 부엌에서 곶감을 띄워 주시던 엄마의 정성을 담아내는 손길도 따뜻합니다. 음료 한 잔을 삶으로 우려내는 눈이 이미 작가의 것입니다. 다음엔 어떤 한 잔을 우려내실지, 그 잔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이 글은 이복선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달지 않아도 오래 남는 — 음료 열 잔에 담은 나의 하루

지은이이복선
펴낸이이윤정
펴낸곳(주)에이치엘원
기획이윤정 (파이어북 여유당)
발행일2026-08-02 (초판 1쇄,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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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선, 2026

이 책의 글은 저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인용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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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