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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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 49회차 9일차

탄산음료

탄산음료는 요리 재료다. 냉장고 한쪽에는 콜라와 사이다가 오래 머문다. 치킨이나 피자를 주문할 때 따라온 손님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좀처럼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대신 고기를 재울 때면 조용히 제 몫을 한다. 달콤한 탄산이 질긴 시간을 부드럽게 풀어 주듯, 본래의 쓰임과는 다른 역할로 빛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누구는 앞에서 환호받고, 누구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하루를 지탱한다. 같은 재능을 품고 살아도 쓰임은 저마다 다르다. 인정받으려 애쓸수록 마음은 목이 마르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수록 삶은 깊어진다. 가장 화려한 자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냉장고 속 탄산음료는 오늘도 말없이 가르쳐 준다. 세상은 나를 어디에 놓을지 몰라도, 나는 어떤 자리에서도 내 몫을 다하면 된다고. 가치는 박수의 크기가 아니라 쓰임의 깊이에서 완성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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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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