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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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49회차 4일차

홍차

홍차는 진한 부드러움이다. 인생도 홍차처럼 익어 가고 싶다. 투명한 잔 속에 번지는 붉은 빛은 선명하고, 한 모금 머금으면 은은한 향과 깊은 부드러움이 오래 남는다. 하지만 그 한 잔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뜨거운 햇빛과 거센 비바람을 견디며 곧게 자라고, 뿌리를 깊이 내린 뒤 여러 공정을 거쳐 비로소 사람들의 손에 닿는다. 생각해 보면 나의 삶은 아직 그만큼 단단하지 못하다.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찾고, 비가 내리면 밖으로 나서기를 망설인다. 자연을 이겨 낸 홍차 잎 앞에서 괜스레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 오늘은 홍차 한 잔을 마시며 다짐한다. 삶이 주는 계절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견디며, 깊은 향처럼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내 앞에 있는 고마운 사람에게 먼저 환한 미소를 건네는 하루, 그렇게 나도 조금씩, 조금씩 홍차를 닮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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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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