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49회차 3일차
녹차
녹차는 깔끔한 마무리다. 따뜻한 잔에 녹차 티백을 넣고 잠시 기다리면 맑은 물은 어느새 은은한 연둣빛을 머금는다. 티백을 천천히 올렸다 내리기를 두세 번 반복하면 향은 더욱 깊어지고 맛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기다림이 있어야 제 맛을 내는 녹차처럼 하루도 차분히 우려낼 때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 스물 네 시간 동안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들과 웃고 대화를 나눈다.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고,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처 펼치지 못한 성경 책 앞에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하루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은 향기가 되고, 어떤 행동은 삶의 빛깔이 된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결국 내 삶의 습관이 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담을 수 없지만, 오늘을 어떻게 살아냈는지는 내일의 나를 만든다. 후회와 두려움보다 감사와 희망을 더 오래 품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녹차 한 잔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비우듯 오늘도 내 삶을 맑은 마음으로 마무리하며, 은은한 향기처럼 오래 기억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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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