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49회차 1일차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날씨 맑음이다. 새벽을 세차게 두드리던 빗소리도 언젠가는 멈추고, 먹구름은 조용히 길을 비켜 준다. 그 자리에 푸른 하늘이 열리고 흰구름이 느리게 흘러가면 내 마음도 어느새 맑아진다. 카페에 들어서면 수많은 메뉴 앞에서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내 손은 늘 아메리카노를 선택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깊은 향이 있고, 달지 않아도 오래 남는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삶도 그렇다. 힘든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고, 쓴맛을 견딘 뒤에야 담백한 평온을 만난다. 말 한마디가 따뜻해지고,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나를 발견하는 날이면 스스로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그 한 잔은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작은 햇살이고,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더 깊은 향기로 남는다.
— 4 —
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