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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9회차

만들 줄은 알아도, 즐길 줄은 모른다

음료 열 잔에 담긴 세월과 가족 이야기

김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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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원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열흘 동안 음료 열 가지를 썼다. 아메리카노로 시작해 물로 끝냈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는 고백으로 문을 열었다. 즐기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한 잔 한 잔을 오래 들여다본다. 라떼가 유독 입에 맞아 잔을 다 비운 날, 스시집에서 손까지 데워주던 녹차 한 모금, 마트 세일 때마다 냉장고에 채워두는 식혜와 콜라를 적었다. 처음엔 그냥 마시는 음료 이야기였다. 그런데 쓰다 보니 매번 같은 말이 돌아왔다. 싫었던 맛이 좋아지고, 못 마시던 걸 찾게 되고, 무심했던 게 누군가에겐 늘 찾는 것이더라는 말이다. 결국 음료 이야기가 아니라 세월과 가족 이야기였다. 한 편은 250자쯤이라 읽는 데 1분이면 넉넉하다. 시원한 물 한 잔 옆에 두고 천천히 넘겨주면 좋겠다. 마시던 음료 하나가 문득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

목차

  1. 1아메리카노
  2. 2라떼
  3. 3녹차
  4. 4홍차
  5. 5에이드
  6. 6스무디
  7. 7식혜
  8. 8수정과
  9. 9탄산음료
  10. 10물

01 · 49회차 1일차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기지 않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일은 거의 없다. 한꺼번에 음료를 시킬 때, 아메리카노 말고는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만 가끔 마신다. 얼음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 목이 잠깐 시원해지지만, 30분도 안 돼 입이 바짝 마른다. 화장실도 맥주 마실 때보다 자주 간다. 15년 전 현장 일로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웠다. 원두를 갈고 물 온도를 맞추는 순서는 익혔지만, 맛을 모르니 좋은 커피와 그저 그런 커피를 구분하지 못했다. 동료들이 "이 정도면 괜찮네" 할 때마다 그냥 그렇구나 했다. 만들 줄은 알아도, 즐길 줄은 모른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할 줄 안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02 · 49회차 2일차

라떼

카페 브랜드마다 라떼가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 있다. 일 때문에 그런 곳을 찾아가 한 잔씩 시켜본다. 매장마다 우유 비율도 다르고, 온도도 다르고, 거품 두께도 다르다.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진하게 녹아든 곳도 있고, 그냥 흔한 맛인 곳도 있다. 몇 모금 마셔보면 왜 소문이 났는지 알 것 같을 때도, 전혀 모르겠을 때도 있다. 얼마 전 갔던 곳은 고소한 맛과 우유 비율이 유독 입에 맞았다. 보통은 몇 모금이면 내려놓는데 그날은 잔을 다 비웠다. 즐기지 않는 커피지만 가끔은 맞는 곳이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됐다.

03 · 49회차 3일차

녹차

일식집에 가면 녹차를 마신다. 평소에는 쌉싸름한 맛 때문에 잘 찾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잔을 든다. 자리에 앉으면 녹차부터 나온다. 스시 한 점을 먹고 나면 입안에 기름기가 남는다. 녹차 한 모금이면 기름기가 가신다. 그래야 다음 한 점도 제맛이 난다. 찬 음식을 계속 먹으면 속이 편치 않다. 따뜻한 찻물 한 모금에 속이 편해진다. 뜨거운 찻잔을 쥐고 있으면 손도 같이 데워진다. 평소엔 손이 안 가던 맛이 이 자리에서는 꼭 맞는다. 세상엔 이렇게 자리를 만나야 제 맛을 내는 것들이 있다.

04 · 49회차 4일차

홍차

시원한 홍차는 달달한 맛에 마신다. 홍차 맛보다 단맛과 시원함이 먼저다. 사실 홍차 맛을 제대로 안다고 하기도 어렵다. 예전엔 인스턴트 홍차 가루에 설탕을 타 마시는 게 전부였다. 그게 홍차인 줄 알고 마셨다. 달달함으로 입을 채우고 나면 이내 텁텁해진다. 칫솔질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요즘은 단맛을 뺀 홍차 고유의 맛이 오히려 더 낫다. 가미 없이 그 맛 자체로 끝나는 게 깔끔하다. 뭔가 더한 것보다 원래 맛이 맞아가는 건, 세월이 흘러서인가보다. 단맛에 의지하던 입이 이제는 제 맛을 찾아간다. 사람도 그렇게 조금씩 본래의 것에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05 · 49회차 5일차

에이드

예전에는 카페에서도 시원한 음료는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만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며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행하면서 레모네이드 같은 에이드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카페도 종류별로 다양해지며 색을 입힌 블루 레모네이드처럼 맛과 색 모두 시원해 보이는 음료도 생겼다. 예전엔 가루로 타서 맛을 냈지만 이제는 원재료를 직접 넣어서 만든다. 집에서는 매실청과 오디청을 탄산수에 타서 마신다. 매실은 새콤함이, 오디는 은은한 단맛이 탄산과 어우러진다. 이것저것 거쳐와보니 결국 가장 좋은 건 직접 만든 한 잔이었다.

06 · 49회차 6일차

스무디

한때 스무디를 메인으로 한 카페들이 생기며 크게 유행했다. 스무디 하나만으로 브랜드를 유지하던 곳도 있었다. 전문 브랜드로 이어가긴 어려웠는지 지금은 대부분 카페 메뉴 중 하나로 들어와 있다. 하지만 유행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스무디를 마셔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아이스크림도 아닌 애매한 질감이 익숙하지 않다. 얼음을 갈아 만든 거라 마시는 것도 씹는 것도 아닌 상태로 입에 들어온다. 목 넘김도 액체보다는 걸쭉한 쪽에 가깝다. 벌컥벌컥 마실 수도, 떠먹기도 어정쩡해서 아예 손이 가지 않는다. 여전히 나에게 스무디는 낯선 음료일 뿐이다.

07 · 49회차 7일차

식혜

작년부터 냉장고에는 항상 식혜가 있다. 마트 세일 때 가격 부담이 적어 사기 시작한 게 그대로 습관이 됐다. 처음엔 한두 병 사다 뒀는데 어느새 떨어지면 아쉬운 존재가 됐다. 갈증이 날 때 시원한 한 잔은 든든하고, 식사 뒤 입가심으로도 좋다. 허기질 때는 식사까지는 아니어도 잠깐의 배를 채워주는 대체로도 괜찮다. 밥알이 동동 뜬 걸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그 자체로 간식이 되기도 한다. 가족들도 오가며 한 잔씩 곧잘 꺼내 마신다. 어디에나 맞는 음료는 흔치 않다. 그래서 냉장고에 늘 식혜를 채워둔다.

08 · 49회차 8일차

수정과

어릴 때 처음 맛본 수정과는 쓴 약 같았다. 이런 이상한 맛을 왜 먹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누군가 권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 때까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마 먹기 시작한 건 30대가 넘어서인 듯하다. 자주 가는 식당에서 후식으로 떠다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그때부터 시원하게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다. 뷔페에 가서도 식혜와 수정과가 있으면 둘 다 한 잔씩 가져다 먹는다. 어릴 때 밀어냈던 그 향과 쓴맛이 이제는 시원함으로 다가온다. 입맛이 이렇게 바뀔 줄은 나도 몰랐다. 싫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날이 온다.

09 · 49회차 9일차

탄산음료

집에는 항상 콜라가 가득 차 있다. 원래는 즐겨 마시지 않아 사놓지 않았다. 마시고 싶어도 한 모금이면 그만인데, 한번 딴 콜라는 양이 많아 다 못 먹고 김이 빠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아예 사지 않았다. 그러다 용량이 적은 콜라를 발견했다. 박스로 사놓았다. 아이들이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이 정도로 콜라를 좋아하는 줄 처음 알았다. 오히려 양이 적어서 더 자주 찾는 건지, 채워놓기 무섭게 금방 사라진다. 이제는 마트에 가면 콜라 세일부터 확인한다. 세일 때마다 냉장고를 채워둔다. 나는 무심했던 것도 누군가에게는 늘 찾는 것일 수 있다.

10 · 49회차 10일차

물

냉장고에는 늘 시원한 물이 채워져 있다. 정수물 2리터 두 병, 보리차 2리터 한 병이다. 보리차는 거의 내 전용이고, 정수물은 아이들 몫이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은 손이 안 간다. 시원하게 벌컥벌컥 들이켜야 갈증이 가신다. 이전에는 아이들이 모두 물을 자주 마셔서 정수물이 늘 빠듯했다. 올해 초 아들이 군대에 간 뒤로 물 받는 일이 좀 줄었다. 그래도 딸아이 혼자서 잘 마셔서 여전히 2리터 두 병을 채워 넣는다. 예전엔 함께 나눠 마시던 양을 이제는 딸아이 혼자 마신다. 물병 개수는 그대로지만, 아들이 없다는 허전함이 이럴 때 느껴진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 편을 다 발행했다. 처음엔 음료 맛을 적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쓰다 보니 맛이 아니라 시간이 적혔다. 어릴 때 쓴 약 같던 수정과를 이제는 시원하게 한 잔씩 마신다. 단맛에 기대던 홍차 입맛이 원래 맛으로 옮겨갔다. 마지막 물 이야기에 와서는 아들이 군대에 간 자리가 물병 개수로 느껴졌다. 쓰기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이다. 열 편을 쓰고 나니,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지난 시간이 같이 보인다. 읽는 분들도 오늘 5분, 한 편이면 된다. 늘 마시던 것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같은 기수를 함께 달린 동료들과, 이 자리를 열어준 여유당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덕분에 열흘을 끝까지 채웠다.

글이 말해주는 김한조 작가

김한조 작가는 대단한 사건보다 늘 곁에 있던 것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같습니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면서도 라떼 한 잔의 우유 비율과 거품 두께까지 적고, 스시집 녹차가 기름기를 가시게 한다는 데까지 짚는 걸 보면, 작은 감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분인 듯합니다. 냉장고에 식혜와 콜라와 물병을 채워두는 이야기가 자꾸 돌아오는 것도 눈에 띕니다. 채워두는 손길 안에 가족을 챙기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물 이야기에서 아들이 없는 허전함을 물병 개수로 말할 때는, 크게 말하지 않고 비껴가며 아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곁의 것에서 세월을 읽어내는 눈이라면, 다음 음료 한 잔도 분명 남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김한조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만들 줄은 알아도, 즐길 줄은 모른다 — 음료 열 잔에 담긴 세월과 가족 이야기

지은이김한조
펴낸이이윤정
펴낸곳(주)에이치엘원
기획이윤정 (파이어북 여유당)
발행일2026-08-02 (초판 1쇄, 전자책)
판형전자책 (PDF / EPUB)
가격무료

ⓒ 김한조,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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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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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