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6회차
백원짜리 떡볶이가 평생 남았다
시장 골목 백백집 짜장떡볶이, 오백원어치의 사치 — 가장 값싼 한 입이 가장 오래 남는 이유
김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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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이 책은 6월 21일부터 6월 3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10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후다닥 한 입」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떡볶이와 순대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01 · 46회차 1일차
떡볶이
초등학교 시절 시장 골목에 있던 떡볶이 집이다. 간판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백백집이라 불렀다. 대부분이 떡볶이 백원, 야끼만두 백원어치를 시켜 먹어서 그렇게 불렀다. 특이하게도 그 집 떡볶이는 짜장떡볶이였다. 짜장맛이 베이스였는데 거기에 약간의 매콤함이 묻어 있었다. 친구들 중 누군가 용돈을 받는 날이면 우루루 몰려갔다. 백백이 아닌 오백원어치까지도 맘껏 시켰다. 오백원이 동전으로도, 지폐로도 있던 시절이다. 세월이 지나 추억의 가게는 사라졌다. 떡볶이 한 접시를 먹으려고 아끼던 용돈을 꺼내던 기억만 남았다.
02 · 46회차 2일차
순대
분식집 순대만 순대인 줄 알았다. 성인이 되고 동네에 토종순대 전문점이 생겼다. 야채와 선지가 섞인 그 맛은 당면 순대와는 아예 달랐다. 한동안 친구들과의 저녁 술자리는 항상 순대였다. 나중엔 친구들이 나한테는 어디 갈지 묻지 말라고 했다. 물어보면 또 순대라고 할 거라고, 지겨우니 그만 먹자고. 그렇게 한창 꽂혀 있다가 어느 순간 시들해졌다. 지금은 일부러 찾아 먹지 않는다. 한때 그렇게 빠져들었다가 떠나보낸 것들이 삶에도 꽤 있다. 꽂혔다가 떠나보내는 것, 그게 삶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03 · 46회차 3일차
튀김
제주도에서 김밥 맛집을 찾아야 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제주까지 가서 무슨 김밥인가 싶었다. 생각보다 알려진 곳들이 있었다. 제일 유명한 곳은 전화 예약도 쉽지 않았다. 직접 찾아가니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비행기 타고 날아온 제주에서 흔하디흔한 김밥을 말이다. 기다려서까지 먹을 일인가 싶었지만, 맛을 보니 왜 이렇게 찾는지는 이해가 됐다. 모든 재료를 튀기고 밥 사이에 유부를 넣은, 평범한 재료에서 찾은 특별한 맛이었다. 세상에 흔한 것도 누군가의 손을 거치면 특별해진다.
04 · 46회차 4일차
김밥
1980년대 라면은 가난함의 상징이었다. 쌀을 살 돈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건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누구나 즐겨 찾는 메뉴가 됐다. 이제는 일부러 찾아 먹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딸아이도 집에 오면 라면을 찾을 때가 많다. 맛있는 걸 해준다고 해도 먹고 싶은 게 라면이라며 물을 올린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밉지 않다. 라면은 없이 살던 시대에 조용히 스며들어, 이제는 일부러 찾아 먹는 음식이 됐다. 시대마다 곁에 있었던 음식, 그게 라면이다. 요란하지 않게 옆에 있어준 것들이 가장 오래 남는다.
05 · 46회차 5일차
라면
튀김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분식집 앞에 놓인 오징어, 새우, 깻잎, 고구마, 김말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노릇하게 튀겨진 빛깔에 코끝을 자극하는 기름 냄새, 집어 들면 바삭 소리가 날 것 같은 모양새. 하나만 사려다가도 여러 개를 고르게 된다. 튀김은 식사로도 간식으로도 맥주 안주로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다. 살찐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간다. 튀김 앞에서는 계획이 없다.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미 지갑이 열린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06 · 46회차 6일차
쫄면
쫄면의 쫄깃함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탱탱한 식감에 씹는 재미가 있고, 매콤한 양념이 더해지면 싫지 않은 맛이다. 일부러 찾아 먹을 만큼은 아닌데, 아내가 쫄면을 좋아해서 가끔 한 입씩 얻어먹는다. 빨갛게 양념이 버무려진 쫄면을 아내는 잘도 먹는다. 한 그릇을 다 먹고 싶진 않지만 옆에서 한 입 얻어먹는 정도엔 자꾸 손이 간다. 혼자였다면 쫄면을 시켰을까? 직접 시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얻어먹는 한 입이 더 당길 때가 있다. 곁에 있는 사람 덕에 알게 되는 맛들이 있다.
07 · 46회차 7일차
라볶이
설이나 추석에는 만두를 빚는다. 가족이 많지 않아 매번 명절이 썰렁해서 5~6년 전부터 집에서 빚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명절인데 뭐라도 할까 싶었다. 한두 해가 지나고는 자연스럽게 늘상 하는 일이 되었다. 아이들은 기성품을 더 좋아해서 집에서 만든 건 잘 안 먹는다. 결국 아내와 나만의 양식으로 냉동실에 재워둔다. 끼니가 애매할 때 꺼내 먹을 수 있어 든든하다. 허전함을 달래려 시작한 일이 어느새 냉동실을 채우는 연례 행사가 됐다. 허전함을 채우려 시작한 일이 결국 삶을 채운다.
08 · 46회차 8일차
어묵
어려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할 때는 어묵탕 하나에 소주만 들이키던 시절이 있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안주도 맘껏 먹게 됐다. 일본식 어묵이 골고루 들어간 어묵바가 유행하던 때였다. 싸구려 어묵이 아닌 맛과 모양도 다양하고 유부 주머니도 있어 신기하고 맛있어서 한참 다녔다. 어묵도 싸구려 음식이 아니구나 싶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어묵을 즐겨 먹지 않는다. 지금은 포장마차에서 서서 마시는 어묵 국물 한 컵 정도다. 사람의 입맛도 삶도 그렇게 조금씩 바뀐다.
09 · 46회차 9일차
핫도그
핫도그는 한 끼라 부르기도, 간식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두툼한 빵에 길쭉한 햄, 야채와 피클에 케첩과 머스타드를 뿌리면 배가 찬다. 그런데 먹고 나면 왠지 찜찜하다. 더 먹자니 더부룩하고, 이걸로 됐다 하자니 영 개운하지 않다. 일부러 찾아 먹을 메뉴는 아닌데, 딱히 다른 게 없을 때 손이 간다. 바쁜 날 끼니를 놓쳤을 때, 뭘 먹을지 고르기 귀찮을 때 핫도그를 집는다. 삶에도 그런 선택을 할 때가 있다. 최선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된다고 넘기는 날도 있다. 그런 하루도 가끔은 필요하다.
10 · 46회차 10일차
떡꼬치
고가도로 밑, 덩그러니 토스트차 한 대가 있었다. 출근길 시간이 남으면 그 자리에 서서 먹었고, 바쁜 날에는 포장해 운전하며 먹었다. 마가린 듬뿍 바른 철판 위에서 굽는 빵, 양배추 섞인 계란 부침에 설탕과 케찹만 더해도 중독성 있는 맛이 완성됐다. 종이컵에 따라먹는 어묵 국물은 안 어울릴 듯해도 꼭 함께 마셨다. 겨울철엔 뜨끈한 국물 한 모금이 온몸을 녹여줬다. 시계를 봐가며 10분 안에 해결하는 한 끼로 아침을 시작했다. 바쁜 출근길 허기를 채워주던 토스트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나가는 글
열흘 중 10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후다닥 한 입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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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한조
김한조.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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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백원짜리 떡볶이가 평생 남았다 시장 골목 백백집 짜장떡볶이, 오백원어치의 사치 — 가장 값싼 한 입이 가장 오래 남는 이유 발행일 2026년 6월 30일 지은이 김한조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6회차 · 6월 21일–6월 30일 · 10편 ⓒ 2026 김한조.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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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6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