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7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10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힘나는 고기」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01 · 47회차 1일차
삼겹살
대패삼겹살 유목민이다. 울집 어린이는 삼겹살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빨리 익고 바삭하게 구워지는 대패삼겹살을 엄청 잘 먹는다. 어쩌다 단골이 된 대패삼겹살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개인적 사유로 문을 닫았다. 적당한 칼칼함이 일품이었던 된장찌개도 맵지 않으면서도 구우면 짭조롬한 김치도 대패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는 콩나무물침도 시원하고 새콤했던 김치말이국수도 무엇보다 불판에 올리자 마자 싹 익는 대패삼겹살 특유의 바삭한 고소함도 이젠 안녕. 주변에 대패삼겹살 가게가 개업하면 무조건 달려가서 맛보지만 아직 그 가게만 한 대패삼겹살을 못 만났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삼겹살 맛집을 찾아헤맨다.
02 · 47회차 2일차
스테이크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겼을 때 처음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때 익힘 정도를 뜻하는 용어도 배웠다. 레어, 미디엄, 웰던, 이븐하게 익혀주세요! 고기는 무조건 바싹하게 익힌 게 좋다. 정통 스테이크하우스라고 했지만 솔직히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 그냥 고기맛만 날 뿐이었다. 일단 소고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고 돼지의 삼겹살이나 목살로도 먹어봤지만 두툼하게 썬 구운 고기맛이랄까? 다만 이 가격이면 대패 삼겹살이 낫지 않나? 개인적인 입장에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 그래서 스테이크는 뷔페 가서 먹게 된다. 그냥 고기맛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하겠다. 어차피 고기맛은 고기서 고기니까!
03 · 47회차 3일차
장어구이
더 늦기 전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라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가족의 등쌀에 피하고 미루다가 결국 수술을 받았다. 종일 눈앞이 흐리고 통증에 눈물도 났다. 그날따라 병원 가는 길에 온 가족이 나섰다. 엥? 그냥 간단한 라식 수술인데? 나 보호자 필요 없는 서른인데? 그러나 곧 속셈이 드러났다. 병원 근처 유명한 꼼장어집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난 눈앞이 안 보이고 아파 죽겠는데 가족들은 양념을 온몸에 바른 채 불판 위에서 꿈틀대는 꼼장어를 잘도 먹어치웠다. 너희도 눈이 멀어 이곳에 잡혀와 이 고통을 당하고 있구나. 나도 눈이 멀고 아픈데 여기서 이 고통을 견디고 있구나. 덕분에 지금도 꼼장어를 먹지 않는다.
04 · 47회차 4일차
치킨
토요일 오후가 되면 통닭값을 손에 쥐고 시장으로 갔다. 서너 군데 줄지어 선 통닭 가게 중 단골가게로 들어가 통닭 한 마리를 시켰다. 토막 친 닭 한 마리가 튀김옷을 입고 튀김기 속으로 퐁당~ 지글지글 튀겨지는 와중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피어올랐다. 가게 안 TV를 바라보다가 기름이 요동치는 튀김기 속을 보다가 어느새 노릇하게 익은 닭튀김이 기름채에 건져 올려진다. 노랗고 두꺼운 각대봉투에 통닭을 담고 비닐 주머니에 묶어 넣은 치킨무와 작은 소금 봉지를 비닐봉지에 담아 건네면 그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뜨거운 통닭이 식을세라 나르듯 재빠른 걸음으로 돌아오는 길은 남부러울 게 없었다.
05 · 47회차 5일차
찜닭
치킨을 참 좋아하는 나이지만 물에 넣고 조리한 닭고기는 잘 안 먹는다. 일단 삼계탕은 인삼 냄새가 가장 불호다. 칼칼하고 매콤한 닭볶음탕은 그나마 가끔 해먹을 정도다. 간장이 양념의 기본인 찜닭은 누가 사주면 먹는 편이다. 튀기지 않은 닭요리를 싫어하는 까닭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닭껍질의 식감 탓이 큰 것 같다. 튀긴 닭껍질은 바삭하고 고소하지만 물에 삶긴 닭껍질은 물렁하고 흐물거려서 씹는 느낌이 느끼한 탓이다. 닭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되지만 껍질 없는 닭은 또 너무 퍽퍽하니까. 닭고기를 엄청 좋아한다면서 실은 너무 깐깐하고 편협한 치킨마니아가 아닌가 싶다.
06 · 47회차 6일차
오리고기
오리고기는 구이로도 먹어볼 법한데 이상하게 주물럭 아니면 훈제 아니면 탕으로만 접한다. 첫 오리고기는 고추장 주물럭이었다. 새빨간 양념장이 잔뜩 묻은 고기는 돼지고기도 아니고 닭고기도 아닌 뭔가 낯선 형태였다. 일단 달군 프라이팬 위에 얹으니 치이익 고기가 익는 소리와 함께 고추기름 같은 기름이 이내 배여 나왔다. 대파와 양파를 넣으니 기름이 양파와 대파에 스며들어 풍미를 더했다. 먹어보니 질감도 생경했다. 닭고기처럼 결대로 찢어지지 않은데 돼지고기처럼 야들하지는 않지만 쫀쫀한 느낌이랄까? 매콤한 양념 덕분에 넘쳐나는 기름기에도 느끼하지 않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07 · 47회차 7일차
생선구이
나의 할머니에 대한 첫 기억은 비녀를 꽂아 쪽을 진 새하얀 머리였다. 할머니와 한상에 밥을 먹을 때면 늘 갓 구운 조기 한 마리가 상에 올랐다. 금방 구워 노릇하고 뜨거운 조기를 할머니는 양손으로 덥석 잡아 살과 뼈를 분리하고 큼직 막한 살덩어리를 내 숟가락 위에 올려주셨다. 생선을 싫어했지만 어른이 주신 것이라 눈 꼭 감고 꿀떡 삼켰다. 비리고 물컹대는 생선살이 목구멍으로 넘기면 기다렸다는 듯 또 한 숟갈. 그때 울며 겨자 먹기로 생선을 삼키던 내 표정이 지금 우리 집 어린이가 생선을 먹을 때 표정과 같지 않을까? 할머니의 아낌없는 사랑을 먹고 자란 덕에 지금은 생선구이를 무척 좋아한다.
08 · 47회차 8일차
돈가스
돈가스는 아주 오래된 기억 속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시작된다. 처음 경양식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처음 '돈가스'라는 음식을 알았으며 처음 포크와 나이프를 쥐는 경험을 안겨준 경양식 레스토랑 <소공자> 새하얀 테이블보가 씌워진 탁자 위 새하얀 접시 속 수프와 따뜻한 모닝빵, 곧이어 등장한 커다란 접시에 담긴 잘 튀겨진 돈가스 위로 뿌려진 소스와 곁들여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 새콤한 피클, 새빨간 후루츠 칵테일 체리가 떠오른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돈가스를 썰면 무슨 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창가에 지나치는 행인들의 눈길이 느껴지던 생소했던 경양식 레스토랑의 돈가스가 무슨 맛이었는지는 왜 기억나지 않지? 하하
09 · 47회차 9일차
탕수육
울집 어린이가 유아일 때 외출하는 날이면 식사 메뉴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 돈가스 아니면 짜장면... 덕분에 평생 먹을 짜장면을 이 시기에 다 먹은 듯하다. 온 가족이 중국집에 가면 탕수육 주문은 필수다. 소스가 부어진 눅눅한 탕수육을 별론데 다행히 가족들의 취향은 찍먹파라 다행이다. 근데 요즘은 처음부터 소스가 부어져 나오더라. 한창 유행한 찹쌀탕수육을 먹었을 땐 쫀득하고 바삭한 식감은 좋지만 탕수육이 아니라 꿔바로우 같은 느낌이 든다. 탕수육은 그냥 튀김가루에 묻혀 튀긴 게 가장 맛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드니 튀긴 음식은 역시 부대낀다. 그래서 아주 가끔 탕수육이 좋다.
10 · 47회차 10일차
샤브샤브
월남쌈샤브 전문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먹는 방식을 몰라서 당황했었는데 가게 사장님에게서 자세히 배웠다. 펄펄 끓는 육수에 채소를 넣고 얇디얇은 종잇장 고기를 육수에 담가 살살 흔들면 금새 고기가 익는다.물에 적신 라이스페이퍼를 펼치고 잘 익은 채소와 고기를 얹고 채 썬 오이와 당근, 파인애플을 추가해 주머니처럼 쌈을 만들어 땅콩과 칠리소스를 푹 찍어 한입에! 짭조름한 육수가 배어든 채소,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상큼한 오이와 달큰한 당근, 새콤한 파인애플 그리고 고소한 땅콩과 매콤한 칠리소스 이 모든 것을 감싼 촉촉한 라이스페이퍼가 터지며 조화롭게 입속에 퍼지는 맛의 향연이 벌어진다. 그걸 얼마 전에도 먹었다. 하하하
나가는 글
열흘 중 10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힘나는 고기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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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플로라
플로라.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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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대패삼겹살 유목민입니다 사라진 단골집 그 맛을 찾아, 오늘도 온 가족이 삼겹살 맛집을 헤맨다 발행일 2026년 7월 10일 지은이 플로라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7회차 · 7월 1일–7월 10일 · 10편 ⓒ 2026 플로라.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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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7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