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를 함께했다. 7월 21일부터 7월 3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다. 아메리카노로 시작해서 물로 끝나는 열 잔의 이야기다. 처음엔 그냥 음료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잔씩 쓰다 보니 그 안에 늘 사람이 있었다. 탄산수를 챙겨주는 아내, 에이드를 쪼로록 마시는 첫째, 탄산음료를 끊자고 조르는 둘째, 새벽부터 식혜를 만들던 어머니, 물 한잔 가져오라던 아버지. 커피맛도 잘 모르고, 뭐든 벌컥벌컥 빨리 마시던 내가 이번엔 좀 천천히 마셔봤다. 홍차의 쌉쌀함 속 달콤함처럼,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안 보이는 것들을 적었다. 한 편은 250자 남짓이라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커피 한 모금 넘기듯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다 읽고 나면 오늘 내 손에 든 잔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01 · 49회차 1일차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어울림이다. 커피맛을 잘 모르는 나는 동료들과 함께 카페에 가면 대부분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걸 왜 5천원씩이나 주고 사먹는지 모르다가도 모를 일이다. 좋은 커피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카페인은 잠을 깨워준다지만 잠이 깬다거나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해보진 못했다. 다만, 동료들과 어울려야 하기에, 굳이 내가 거기에서 분위기를 깰 필요가 없으니, 주문 후 한잔을 받아든다. 반대로 아내는 점심 이후 커피를 먹으면 잠을 못잔다. 잠이 많은 아내인데, 장거리 운전을 하면 커피를 꼭 한두개씩 챙긴다. 예전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을 말하기 바빴지만, 이제는 서로가 잘 챙겨준다. 아내는 내 탄산수를 나는 아내의 커피를. 이렇게 아내를, 타인을,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02 · 49회차 2일차
라떼
항상 커피 머신 앞이면 고민을 한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뭔가 건강을 생각해서는 아메리카노가 나은데, 커피알못인 나한테는 카페라떼가 맞다. 우유의 부드러움이 씁쓸한 커피를 중화시키는 것 같달까. 사실, 그렇게 카페라떼를 먹고 나면 항상 후회를 한다. 우유가 나에게는 잘 맞지 않은 탓인지, 항상 속이 거북하다. 꼭 후회를 하면서도 다음엔 또 고민을 한다. 인생도 보면 그렇다. 나한테 맞지 않는 일, 사람이 있는데도 그걸 꼭 해 보겠다고, 친해져 보겠다고 하는 경우들이 꽤 있다. 먹기엔 별로 맛없지만 건강엔 더 나은 아메리카노 처럼, 사람이나 경험도 그런 경우가 꽤 있다. 카페라떼보다 아메리카노를 차츰 더 찾게 되는 이유다.
03 · 49회차 3일차
녹차
녹차는 어른의 맛이다. 차라고는 물 대신 먹던 보리차가 전부였던 어린시절을 지나, 회사원이 되니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것이 커피와 녹차였다. 솔직히, 나는 둘다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뭐든 액체는 벌컥벌컥 혹은 호로로록 빨리 마셔버리는 스타일이라 맛을 잘 몰랐다. 녹차 열풍이 한참이었던 시절, 나도 몇번 맛을 봤던것으로 기억한다. 어린애들이 커피맛을 처음 봤을때와 비슷하게 인상이 써졌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신기한게 씁쓸하면서도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다. 아내는 역시나 녹차도 좋아한다. 녹차라떼, 녹차 아이스크림 그래도 함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니 감사한 일이다. 오늘 퇴근길에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아내와 함께 먹어야겠다.
04 · 49회차 4일차
홍차
홍차를 마신게 기억 나는 날이 아마 유럽 출장이었던 것 같다.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가 홍차드실래요? 커피드실래요? 하고 나서 블랙티? 커피? 하는데 홍차가 영어로는 블랙티구나? 왜 레드티가 아니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유럽의 호텔의 조식에서는 항상 커피와 홍차가 함께 있었다. 그만큼 유럽에서는 홍차가 대중적인줄 알았으나, 꼭 그렇지 만도 않은듯 했다. 처음 먹은 홍차의 맛은 커피만큼이나 씁쓸했다. 그래도 희한하게 당기는 맛이 있어, 몇번 먹다 보니 쌉쌀함 속 달콤함이 느껴졌다.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볼수 없는 달콤함이었다. 혹시 너무 일상을 빨리 살아내려다가 인생의 달콤함을 지나쳐 버리지는 않고 있는지, 무심한 생각이 드는 날이다.
05 · 49회차 5일차
에이드
나한테는 버리고 싶은 습관이 하나 있다. 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하면 꼭 원가를 계산해 보는 버릇이다. 언젠가 레몬에이드를 주문했는데, 냉장고에서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따르고 얼음 넣어준 걸 본 후에는 에이드는 항상 못된 음료였다. 가끔 첫쨰 아들과 카페에 가면 아들이 에이드를 주문한다. 못마땅하게 3초 정도 생각하다가, 그래 먹고 싶은거 먹어야지. 하면서 주문한다. 내 앞에 앉아서 쪼로록 먹고 있는걸 보고 있으니, 왠지 이 시간이 참 고맙다. 한참 사춘기인데 아빠하고 잘 다니고, 카페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 그리 생각하니 에이드 몇천원이 아깝지 않다. 그렇네. 카페는 음료를 파는게 아니고 공간을 파는 곳이었다. 이따 아들을 또 한번 꼬드겨 봐야겠다.
06 · 49회차 6일차
스무디
"아빠,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첫째 아들이 이불을 덮고 눕는다. 왜 갑자기 아프냐고 물어봤더니 잘 모르겠단다. 옆에서 아내가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 "아들아. 스무디를 그렇게 갑자기 호로록 마시면 머리가 아프지 안아프겠냐!" 아내가 좀전에 만들어준 딸바스무디를 맛있다고 벌컥벌컥 먹고, 한잔 더 먹었단다. 아이고 아들아. 스무디를 참 좋아하는 나와 아들덕에 아내는 과일들을 냉동해 두고 가끔씩 만들어 준다. 왠만한 카페보다 훨씬 맛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을 뿐더러, 아내의 정성이 들어갔으니 그럴 수 밖에. 오늘도 아내에게 맛있게 한잔 만들어 달랬더니, 야근수당을 달랜다. 아들들이 웃으면서 아내한테 뽀뽀를 한다. 엄마 이거면 됐지? 라며
07 · 49회차 7일차
식혜
식혜를 먹을때면 누룽지 먹을때 마냥 밑에서부터 조심스레 뜨곤 했다. 어머니가 새 주신 식혜는 유난히 밥알이 많아서 밥한그릇 더 먹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많이 달지도 않아서 한그릇 먹고 또 먹곤 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밖에서 먹어본 식혜는 어머니의 식혜와 영 달랐다. 밥알이 거의 없었고, 달기도 무척이나 달았다. 생강이 둥둥떠더니던 어머니의 식혜와 달리, 맑기만 했다. 뭔가 특색이 없어 보였다. 달기만 한 식혜는 나에게 전혀 입맛을 돋우지 못했다. 뭔가 가공된 느낌이었다. 건강을 챙긴다는 미명하에 잘 먹지 않으니, 언젠가부터 어머니도 식혜를 만들지 않으신다. 생각해 보면 자식들 먹일 생각에 새벽부터 만드셨을텐데,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번 추석에는 어머니 식혜를 좀 만들어 달라고 해 봐야겠다. 아마도 씩 웃으실 것 같다.
08 · 49회차 8일차
수정과
어머니의 수정과는 계피맛이 강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수정과에 곷감이 있던걸 본적이 거의 없다. 그 강한 계피맛 때문에 왠지 잘 먹지 않게 됐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먹어본 시중판 수정과는 엄청 단 맛이 강했다. 단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시중 수정과도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먹어본 어머니의 수정과. 그 피하고 싶었던 강한 계피맛이 왠지 향긋하게 느껴졌다. 단맛이 덜해 입에 맞았다. 많이 먹기 보단 가끔 시원하게 한잔씩 먹기에는 딱 좋았다. 생각해 보니, 우리집의 대부분 음식은 아버지의 입맛에 맞춰져 있었다. 당뇨 위험이 있는 아버지는 무슨 음식이든 조심하셔야 했기 때문이다. 외가쪽도 당뇨가 있어, 우리 남매들도 결국 당뇨를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사실 어머니는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우리 집안의 의사였던 셈이다.
09 · 49회차 9일차
탄산음료
"아빠, 나는 오늘부터 탄산음료 안먹을꺼야, 그거 먹으면 이가 다 녹아내리고 위에도 안좋대" 사이다와 환타를 가끔 즐겨먹던 둘째 아이가 제로칼로리 탄산음료를 컵에 따르는 나를 보고 이야기 한다. 같이 하자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음.. 그..그럴까? 원래 탄산음료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탄산수는 꽤 즐기는 편이다. 다만 집에 있으면 자꾸 냉장고를 열어젖히는 통에 입막음 템으로 탄산수에 제로탄산음료를 좀 섞어서 마신다. 왠지 죄를 좀 덜 짓는 느낌이랄까. 탄산수에 얼음을 넣으면 거품이 솨아아아아 올라온다. 톡쏘는 느낌도 좋아하고 시원한것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여름에 이만한 갈증해소음료가 없다. 그래, 아들한테도 배워야지, 탄산음료는 이제 굿바이다.
10 · 49회차 10일차
물
"물한잔 가져와라" 어릴적 아버지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술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물을 참 자주 드셨다. 술을 한잔 하실때면 그렇게 가져다 드린 물잔이 다섯개 여섯개가 될때도 있었다. 건강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셨던지라, 물도 한번에 많이는 못드시고 꼭 한모금씩만 드셨더랬다. 물을 좋아하는건 아버지를 닮았다. 다행히 오장육부는 외가를 닮은 덕인지 뭐든 벌컥벌컥 잘 마신다. 이 모습을 본 아내가 언젠가 나에게 위에 구멍뚫린줄 알았단다. 한번에 물을 1리터도 먹으니까. 무더위가 너무 심한 요즘, 얼음물 한잔이 생명수같다. 시원한 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내 몸과 주위 환경이 새삼감사하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열 편을 다 썼다.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쓰기 전에는 아메리카노를 왜 5천원씩 주고 사먹는지 모른다고 투덜대던 사람이었다. 원가부터 계산하는 버릇도 있었다. 그런데 열 잔을 적는 동안 알게 됐다. 카페는 음료를 파는 게 아니고 공간을 파는 곳이었다. 아들과 마주 앉은 그 몇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식혜를 쓰면서는 어머니께 죄송했고, 물을 쓰면서는 아버지가 그리웠다. 음료 하나 붙잡고 앉으니 가족이 줄줄이 따라 나왔다. 그게 이 열흘의 가장 큰 소득이다.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오늘 마신 음료 한 잔부터 적어보시길. 5분, 한 편이면 충분하다. 함께 열흘을 걸어준 49회차 동료들, 그리고 자리를 열어준 여유당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글이 말해주는 최민욱 작가
최민욱 작가는 빨리 지나치던 것을 이제 천천히 들여다보려는 사람 같습니다. 뭐든 벌컥벌컥 마시던 스타일이라 맛을 잘 몰랐다고 하면서도, 홍차 한 잔에서 쌉쌀함 속 달콤함을 찾아내고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달콤함'이라 적는 걸 보면요. 가족을 오래 지켜보는 눈도 가진 듯합니다. 탄산수를 챙겨주는 아내, 에이드를 쪼로록 마시는 아들, 새벽부터 식혜를 만들던 어머니가 열 편 내내 돌아옵니다. 어머니를 '집안의 의사'라 부르고, 아버지의 물 한잔을 떠올리는 대목에서는 말수를 줄이고 마음을 아끼는 분처럼 보입니다. 음료 하나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내는 분이라면, 앞으로 어떤 소재를 쥐여드려도 그 안에 사람을 담아내실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최민욱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달콤함 — 음료 열 잔으로 다시 만난 나의 가족
ⓒ 최민욱, 2026
이 책의 글은 저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인용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write, share, enjoy!
최민욱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