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12pt

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5회차

반전의 한 숟가락

국 열 그릇에서 배운 글쓰기

이윤정

📖 연속 보기
에이치엘원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6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습니다.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국과 탕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먹다가 자꾸 글을 생각했습니다. 큰언니가 끓인 미역국에 참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낯선 조합이라 망설였는데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났습니다. 글도 그러면 좋겠다고 적었습니다. 익숙한 재료만 넣기보다 예상치 못한 연결이 있는 글이 신선하니까요. 설렁탕집에서는 소면이 붇기 전에 먹느라 늘 속도전을 벌입니다. 작가가 한 권 쓰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독자는 나오자마자 읽지요. 한 편에 250자입니다. 읽는 데 1분이면 됩니다. 매일 쓰고 싶은 분들에게 이 열 편을 건넵니다.

목차

  1. 1미역국
  2. 2콩나물국
  3. 3북엇국
  4. 4소고기 무국
  5. 5떡국
  6. 6삼계탕
  7. 7설렁탕
  8. 8감자탕
  9. 9육개장

01 · 45회차 1일차

미역국

녹차 라떼 같은 연녹색의 들깨 미역국을 좋아한다. 어릴 적 엄마는 들깨를 갈아 체에 걸러 넣어 더욱 부드럽고 고소한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얼마 전 큰언니가 끓인 미역국에는 뜻밖에도 참치가 들어 있었다. 낯선 조합이라 망설였지만 한 숟가락 먹어보니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났다. 글도 참치 미역국 같으면 좋겠다. 익숙한 재료만 넣기보다 예상치 못한 연결과 반전이 있는 글은 독자에게도 신선하다. 반전의 한 숟가락이 글의 맛을 바꾼다.

02 · 45회차 2일차

콩나물국

식당에 들어가자 마자 "콩나물 국밥 두 개요!"하고 주문한다. 검은 콩자반, 양념된 오징어 젓갈, 물에 한 번 씻어 나온 것 같은 신 김치와 무 생채, 우표 만한 크기의 김이 담긴 통, 스텐레스 밥 그릇에 담겨 나오는 달걀 수란과 공기밥이 나온다. 보글보글 끓는 상태로 맑은 콩나물국 뚝배기가 나온다. 볼터치 한 것 마냥 고추가루가 콩나물 위에 뿌려져 있다. 콩나물 국물 두 세 스푼을 설익은 계란 위에 떠 담고, 작은 김을 서너 장 넣고 휘리릭 저어 먼저 먹는다. 콩나물 국을 한 스푼 떠 먹으면 나의 식도, 위, 장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느껴질 정도로 뜨끈하게 속을 풀어주듯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맑은 콩나물 국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처럼 깔끔하지만, 멸치를 넣었을 것 같은 데 전혀 멸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장염에도 콩나물 국밥을 먹으면 염증이 다 치료될 것 같아서 속이 불편하면 늘 찾는 식당이다. 집에서 끓이면 전혀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 티나지 않게 어울어진 개운한 국물 맛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교회 갔다가 부담없이 들리는 콩나물 국밥집이다. 10 년 이상 계속 먹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아삭한 콩나물을 주로 건져 먹고 국물이 남고, 배우자는 콩나물을 남기고 뜨끈한 국물만 떠 먹는다. 글쓰기

03 · 45회차 3일차

북엇국

대형 병원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러 간다. 공복 상태로 새벽 7시부터 채혈하는 환자들이 꽤 많다. 채혈 후에는 지하 푸드 코트로 가서 허기를 달랜다. 공복 상태에서 먹는 뜨끈한 북엇국을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다. "띵동" 주문 하자 마자 몇 분도 되지 않아 전광판에 번호가 뜬다. 북엇국과 공기밥, 김치가 고동색 쟁반 위에 놓여 있다. 군데군데 갈색 빛이 도는 노란 황태살, 콩나물, 초록색 파, 푹 익은 무 조각이 국물에 푹 잠겨 있다. 수저로 한 입 떠먹으면 속이 풀린다. 한 움큼 뽑아낸 피를 맑은 피로 채워주는 느낌이다. 채혈 후 병원에서 먹는 북엇국을 배우자는 특히 좋아한다. 다른 식당보다 병원 북엇국이 진하고 맛있다면서. 멘탈이 탈탈 털릴 때는, 콕콕 찌르는 뼈있는 말보다 뽀얀 국물처럼 정화시켜주는 사람냄새나는 글을 남겨본다.

04 · 45회차 4일차

소고기 무국

안동식 쇠고기국밥'을 마트에서 발견했다. 레토르트 간편식이다. 학창 시절을 안동에서 보내서인지, 장터국밥처럼 고춧가루가 들어간 얼큰한 소고기무국이 종종 생각난다. 하나 사왔다. 냄비에 한 봉지를 뜯어 붓고 끓인다. 부글부글 끓어오른 국을 그릇 두 개에 나눠 담는다. 고기가 실처럼 주욱 찢어져 있다. 파, 무 등 건더기도 풍부하다. 무는 수분이 좀 빠져나갔는데 단단하지 않고 조금은 물컹하다. 그래도 예전에 먹던 칼칼한 맛을 재현한 듯하다. 종종 사 먹게 된다. 대량 생산해도 맛을 유지하는 쇠고기국밥 레토르트 식품처럼, 경험 콘텐츠를 대중화시킬 수 있도록 널리 퍼질 수 있는 글쓰기 레시피를 만들어 보고 싶다.

05 · 45회차 5일차

떡국

평소에 몸이 으스스하면, 간단한 떡만두국을 끓여 먹는다. 육수는 간편 한알 야채 육수다. 물에 하나 육수 한 알 넣고, 끓으면, 왕만두 4개에 냉동 떡꾹떡을 넣고, 파만 넣으면 끝이다. 달걀은 따로 풀어 마지막에 휘리릭 부어 끓어 옳으면 끝난다. 깔끔한 육수에 든든한 한끼가 된다. 뜨끈하니 몸이 따뜻해진다. 새해에 먹는 떡꾹은 유독 고명까지 챙긴다. 달걀도 흰자, 노른자를 구분해 굽는다. 노른자는 마름모로 자르고, 흰자는 길게 채썬다. 조미김도 부스러뜨려 올린다. 소고기 양지를 고아 육수를 내고, 고기는 결대로 찢어 고명에 올려져 있다. 떡국을 한 입 입에 넣으면 떡에 이가 쩍쩍 붙을 정도로 쫀득하다. 한끼 먹으면 든든하다. 새해에 먹는 떡국떡은 퇴고할 때 정성스럽게 다듬는 글이고, 평소에 먹는 떡꾹은 초고라 할 수 있겠다.

06 · 45회차 6일차

삼계탕

영계 닭 반마리가 큰 스테인레스 대접에 담겨 있다. 초복이었다. 삼복 더위가 찾아오면 회사 식당에서는 반계탕이 나왔다. 식당 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복 날에는 회사 식당을 찾는다. 외부 식당에서 삼계탕을 먹으면 한 마리가 나오지만, 회사에서는 1인 당 반 마리가 할당된다. 인삼 뿌리 하나, 대추, 밤 반개, 마늘 몇 조각을 품고 있다. 닭고기를 덜어 식판에 올려 놓는다. 살코기는 찢어서 국물 안으로 다시 집어 넣고, 닭 다리 하나를 휴지로 싸서 집어 든다. 한 입 베어 문다. 촉촉하다. 살코기도 부드럽다. 영계라 뱃 속에 품은 찹쌀 양이 작다. 공기밥 반 그릇을 남은 육수에 말아 고기와 함께 떠 먹는다. 삼계탕은 찹쌀, 인삼, 대추, 밤, 마늘을 품고 있지만 겉에서 보면 안에 들어 있는 걸 알 수 없다. 풀어 헤쳐야 나온다. 글도 겉보기에는 별 것 없는 경험같아도, 속을 풀어내면 영양가 풍부한 글감이 가득하다.

07 · 45회차 7일차

설렁탕

나는 설렁탕, 배우자는 선지국을 주문한다. 그 다음 속도전에 돌입한다. 한쪽 켠 옹기 뚜껑을 연다. 손바닥만 한 깍두기 두 개를 덜어 가위로 숭덩숭덩 자른다. 겉절이 배추 두 쪽을 잘라 깍두기 옆에 나란히 내려놓기 전에 카트가 등장한다. "늦었다." 배우자랑 웃는다. 직원이 "설렁탕 어디에 놓을까요?" 하고 묻는다. 갈색 옹기에 하얀 국물, 연갈색 살코기 위로 연두색·초록색 파가 하트 모양, 타원 모양으로 올려져 있다. 숟가락보다 젓가락을 먼저 집어 든다. 국물 안에 숨은 하얀 소면을 풀어 후후 불며 한 입 먹는다. '고기 먼저 먹어야 하는데, 또 밀가루부터 먹었다.' 후회하지만, 소면은 두세 젓가락만에 사라진다. 설렁탕은 속도전이다. 나오기 전에 김치와 깍두기를 자르고, 소면이 붇기 전에 먹은 다음에야 본연의 국물을 맛본다. 끓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먹을 때는 빠르게 해치운다. 작가가 책 한 권을 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독자는 신간이 나오자마자 읽을 준비를 한다. 설렁탕처럼.

08 · 45회차 9일차

감자탕

전골 냄비에 살코기가 붙은 돼지 등뼈, 시래기, 깻잎이 산더미처럼 쌓여 나온다. 가스레인지를 돌리면 타다닥 소리와 함께 파란 불꽃이 냄비를 달군다. 한참 끓으면 등뼈를 앞 접시에 옮겨, 뼈 마디에 낀 살코기를 젓가락으로 콕콕 발라 먹는다. 비가 와서 축축한 날, 뜨끈한 국물이 당긴다. 양이 많아 1인용 뚝배기를 두 개 주문한다. 배우자는 기본, 난 우거지. 종업원은 매번 확인한다. "우거지엔 고기 안 들어갑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고기보다 우거지를 더 좋아해서다. 주재료는 등뼈지만, 부재료인 감자와 야채가 더 좋다. 독서할 땐 핵심 메시지보다 주변 문장이 더 맛깔 날 때가 있다. 좋아하는 고기 없는 우거지 뚝배기처럼.

09 · 45회차 10일차

육개장

하루는 사람들과 직장근처 설렁탕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설렁탕 집이니 난 설렁탕을 주문했지만, 맞은 편 선배가 육개장을 주문했다. 뻘건 고추기름이 떠있고 계란도 풀어 넣어져 있었다. 파, 당면, 고사리가 듬뿍 담겼다. 배우자나 친구들과 왔다면, 한 입 맛봐도 되냐고 물었을 텐데. 밖에서 육개장을 사 먹어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선배가 주문한 육개장이 트리거가 되었다. 다음에 배우자 데리고 가서 육개장을 주문했다. 그 후로 육개장 파는 식당을 찾아간다. 근처에 맛있는 곳을 찾다가 새벽에 채혈하러갔다가 들린 병원 식당에 육개장이 있었다. 처음엔 순두부만 먹다가 육개장을 시도했다. 입맛에 맞았다. 이제 병원만 가면 육개장을 먹고 온다. 글도 그렇다. 한 번도 써 보지 않았을 땐 맛을 몰랐다.글 한 번 써본 후에야 또 쓰고 싶은 맛을 알게 해주었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열 편을 다 썼습니다. 삼계탕 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겉에서 보면 찹쌀도 대추도 밤도 보이지 않지만 풀어 헤치면 나온다고요. 글도 겉보기에 별것 없는 경험 같아도 속을 풀어내면 영양가 있는 글감이 가득합니다. 육개장 편에서는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밖에서 사 먹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가 선배가 시킨 걸 보고 처음 시도했고, 그 뒤로 육개장 파는 식당을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한 번도 안 써 봤을 때는 맛을 몰랐는데, 한 번 써 보고 나서야 또 쓰고 싶은 맛을 알았습니다. 오늘 5분, 한 편. 그거면 됩니다. 함께 쓴 45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습니다.

글이 말해주는 이윤정 작가

이윤정 작가는 국 한 그릇을 글쓰기 수업으로 바꾸는 분 같습니다. 열 편이 같은 자리에서 방향을 틉니다. 참치가 들어간 미역국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이 글을 신선하게 만든다는 말을 꺼내시고, 겉에서는 안 보이지만 풀어 헤치면 재료가 나오는 삼계탕에서 별것 없어 보이는 경험 속의 글감을 짚으십니다. 묘사가 유난히 촘촘합니다. 콩나물 위에 볼터치한 것처럼 뿌려진 고춧가루, 옹기에 담긴 국물 위로 하트 모양과 타원 모양으로 올라간 파까지 적어 두셨습니다. 한 번 써 보고 나서야 또 쓰고 싶은 맛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가르치며 스스로도 지키고 계십니다.

이 글은 이윤정 작가가 쓴 9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저자 소개

이윤정

이윤정.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반전의 한 숟가락 — 국 열 그릇에서 배운 글쓰기

지은이이윤정
펴낸이이윤정
펴낸곳(주)에이치엘원
기획이윤정 (파이어북 여유당)
발행일2026-07-22 (초판 1쇄, 전자책)
판형전자책 (PDF / EPUB)
가격무료

ⓒ 이윤정, 2026

이 책의 글은 저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인용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 책의 본문 9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여유당 오픈채팅방 입장 QR💬 여유당 오픈채팅open.kakao.com/o/g6xohpjg파이어북 책쓰기 프로그램 QR✍ 파이어북 책쓰기firebook.kr/program
📚 교보문고 「십나오 여유당」 시리즈 더 보기

write, share, enjoy!

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5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