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 45회차 7일차
설렁탕
나는 설렁탕, 배우자는 선지국을 주문한다. 그 다음 속도전에 돌입한다. 한쪽 켠 옹기 뚜껑을 연다. 손바닥만 한 깍두기 두 개를 덜어 가위로 숭덩숭덩 자른다. 겉절이 배추 두 쪽을 잘라 깍두기 옆에 나란히 내려놓기 전에 카트가 등장한다. "늦었다." 배우자랑 웃는다. 직원이 "설렁탕 어디에 놓을까요?" 하고 묻는다. 갈색 옹기에 하얀 국물, 연갈색 살코기 위로 연두색·초록색 파가 하트 모양, 타원 모양으로 올려져 있다. 숟가락보다 젓가락을 먼저 집어 든다. 국물 안에 숨은 하얀 소면을 풀어 후후 불며 한 입 먹는다. '고기 먼저 먹어야 하는데, 또 밀가루부터 먹었다.' 후회하지만, 소면은 두세 젓가락만에 사라진다. 설렁탕은 속도전이다. 나오기 전에 김치와 깍두기를 자르고, 소면이 붇기 전에 먹은 다음에야 본연의 국물을 맛본다. 끓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먹을 때는 빠르게 해치운다. 작가가 책 한 권을 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독자는 신간이 나오자마자 읽을 준비를 한다. 설렁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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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5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