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습니다.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면 요리를 받았습니다. 쓰다 보니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음식마다 이름을 붙이는 일입니다. 잔치국수는 할머니의 손이라고 적었습니다. 칼국수는 기다림이라고 적었습니다. 비빔국수는 함께라는 이야기라고 적었습니다. 이름을 붙이고 나면 그다음이 이어졌습니다. 음식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저에게로 말입니다. 한 편에 250자입니다. 읽는 데 1분이면 됩니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적어 두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열 편을 묶습니다.
01 · 48회차 1일차
잔치국수
잔치국수는 할머니의 손이다. 한 그릇을 받아 들면 먼저 따뜻한 온기가 손끝에 전해지고, 그 온기는 어느새 마음까지 데워 준다. 간편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와 정성껏 삶은 면, 고명 하나까지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다. 멸치와 다시마를 끓여낸 국물은 깊은 맛을 내고, 가늘고 부드러운 면은 국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편안한 한 끼를 완성한다. 할머니는 늘 “많이 먹어야 힘이 난다”며 국수를 한 젓가락 더 얹어 주셨다. 그 손길에는 배를 채우는 것보다 마음을 채워 주려는 사랑이 더 컸다. 우리는 몇 분 만에 후루룩 국물까지 비워 내지만, 그 한 그릇이 남기는 따뜻함은 오래도록 가슴에 머문다. 살다 보면 화려한 음식보다 문득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잔치국수는 배고픔을 달래는 음식이 아니라 가족의 온기와 추억을 이어 주는 음식이다.
02 · 48회차 2일차
칼국수
칼국수는 기다림이다. 신영시장 끝자락에 있는 작은 칼국수집은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인다. 손으로 직접 반죽한 면이라 더 맛있다는 말에 긴 줄도 기꺼이 기다리게 된다. 선항암 치료를 받을 때 지인과 함께 가고 싶었던 곳이지만, 그때는 제대로 맛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구수한 국물의 따뜻함만큼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바지락을 하나씩 골라내며 면발을 후루룩 삼킬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건강해져라. 무엇을 먹든 건강해져라. 어떤 시간도 끝까지 견뎌내라.' 그 말은 음식을 향한 주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응원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빠질 것 같던 손톱도 다시 자라고, 풍선처럼 부풀었던 물집도 사라졌다. 칼국수가 완성되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듯 내 삶도 천천히 회복의 시간을 지나왔다. 평범하게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그 맛보다 감사가 먼저 입안에 번진다.
03 · 48회차 3일차
비빔국수
비빔국수는 '함께'라는 이야기다. 신김치와 파, 마늘, 초고추장, 설탕, 참기름, 그리고 잘 삶아낸 새하얀 국수면을 한데 넣고 정성껏 버무린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빨갛게 물든 국수는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한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젓가락을 들면 세콤달콤한 국수 가락이 금세 사라진다. “여름엔 역시 비빔국수지.” 누군가의 한마디에 웃음이 번지고, 이야기꽃도 함께 피어난다.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지고, 배보다 마음이 먼저 든든해진다. 비빔국수는 재료 하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저마다 다른 맛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깊은 풍미를 낸다. 사람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 그리고 서로를 향한 배려가 함께 어우러질 때 인생은 더욱 새콤달콤하고 깊은 맛을 품는다.
04 · 48회차 4일차
막국수
막국수는 고향이다. 강원도 가면 국수하면 막국수다. 여름이면 더 별미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국수와함께 수북히 올려진다. 도토리전분으로 만들어서 일반국수가 아니라 건강국수다. 힘들 농사로 풀과 전쟁을 치른 엄마도 자식들이 오면 바쁜 일도 마다하고 맛집이라면 외출하자고 한다. 주문하기도 전에 계산먼저 하는 법은 또 무엇인지. 벌써 꼬깃한 돈을 꺼내서 사장님께 건네준다. 맛있게 만들어줘.라는 소리가 감사하다
05 · 48회차 5일차
우동
우동은 따뜻한 힘이다. 우동 한 그릇의 주는 의미는 삶의 작은 에너지다. 그 힘은 따뜻함에서 온다. 김이 모락거리는 우동 그릇에서 착하고 든든한 힘이 새어 나오는 생각이 든다. 지방에 가거나 할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우동이 있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배가 든든해 진다. 주변엔 한 마디 말로, 혹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든든한 힘이 될때가 있다. 오늘은 초복이다. 어제부터 친정엄마 먹으라고 떡이며, 수박이며 사들고 오신 요양사님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한결같은 마음이 꼭 휴게소의 우동 한 그릇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사라가면서 나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
06 · 48회차 6일차
짜장면
짜장면은 진한 새김이다. 어느 집이나 진한 갈색면과 각종 야채을 넣어 한 그릇 나온다. 두 아들은 심심하면 짜장면이다. 주문할 때 고민을 오래한다. 결국은 짜장면인데 말이다. 맛은 조금씩 다르지만 색깔은 비슷하다. 강한 새김을 내 몸속에 넣는다. 모든 재료를 진한 갈색으로 만든다. 면발과 익은 야채를 씹으면서 내 몸속도 색깔이 변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소소한 일상에서 진한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갈등을 주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에겐 담을수 없는 난관일 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매일매일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07 · 48회차 7일차
짬뽕
짬뽕은 두 번째 선택이다.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중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붉은 국물 속 오동통한 면발과 오징어, 채소가 어우러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먼저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혀 끝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칼칼한 시원함이 온몸을 깨운다. 하지만 몇 숟가락 더 먹다 보면 어김없이 기침이 나온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먹던 매운 음식이 이제는 부담이 되었다. 몸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음식 앞에서 다시 깨닫는다. 사람과의 관계도 짬뽕을 먹는 일과 닮았다. 처음에는 시원하게 대화가 이어지다가 예상하지 못한 상대의 모습에 마음이 걸릴 때가 있다. 그 순간 선입견을 내려놓고 다시 이해하려 애쓰지만, 목에 사리가 걸린 듯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마음이 관계를 이어 준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짜장면이 편안한 일상이라면, 짬뽕은 조금은 맵고 불편하지만 새로운 이해를 배우게 하는 음식이다. 때로는 자극이 강해도 그 칼칼함 덕분에 미처 몰랐던 나의 한계와 타인을 품는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짬뽕은 언제나 첫 번째가 아닌, 의미 있는 두 번째 선택으로 오래 기억된다.
08 · 48회차 8일차
파스타
파스타는 어울림이다. 광화문역 근처 유명 파스타집에 방문하는 날이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토마토와 어울어진 풍미는 오길 잘 했다고 같이 사람과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 한다. 한 접시 수북하게 올려진 그릇이 어느새 모두 비워진다. 어울림은 자신을 비워 낼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자신의 색이 유난히 선명한 사람은 그 색을 보존 하면서 어울리는건 어렵다.
09 · 48회차 9일차
콩국수
콩국수는 건강을 말한다. 여름이면 시장 두부 가게에서 갓 만든 콩물을 사 오는 일이 작은 즐거움이다. 집에 돌아와 국수를 삶고 오이를 송송 썰어 올린 뒤 시원한 콩물을 넉넉히 붓는다. 얼음 몇 조각까지 띄우면 보기만 해도 더위가 달아난다. 이번에 산 콩물은 기대만큼 진하지 않았지만 소금을 조금 넣어 저으니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갈 떠먹고, 국수를 함께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면발과 담백한 콩물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시원함과 고소함, 든든함이 한꺼번에 전해지며 몸과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콩 한 알에 담긴 단백질은 지친 몸에 힘을 더하고, 차가운 국물은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 준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한 그릇이다. 다 먹고 난 빈 그릇을 바라보며, 올여름도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품어 본다.
10 · 48회차 10일차
라면 or 라멘
라면은 다정함이다. 오랜 세월 사랑 받아 온 음식 답게 어떻게 끓여도 맛있다. 파를 넣어도, 양파를 넣어도, 해물을 더해도 좋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꼬들꼬들한 라면도 금세 한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암 환자에게는 자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꼽히지만, 가족들까지 라면을 끊게 할 수는 없다. 몇 봉지 사다 두면 어느새 모두의 손길을 거쳐 사라진다. 그래서 라면은 혼자보다 함께 떠오르는 음식이다. 나는 라면을 볼 때마다 다정한 사람을 생각한다. 어떤 말을 건네도 편안하게 받아 주고,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사람 말이다.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은 삶의 큰 선물이다. 문득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떠올려 본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구에게 라면 한 그릇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한다.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함께하는 시간으로 위로가 되는 다정함을 오래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열 편을 다 썼습니다. 칼국수 편을 쓰면서 지나온 시간을 적었습니다. 빠질 것 같던 손톱이 다시 자라고 부풀었던 물집이 사라진 이야기입니다. 칼국수가 완성되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듯 제 삶도 천천히 회복의 시간을 지나왔다고 적었습니다. 쓰고 나니 그 말이 저를 다시 세워 주었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라면 한 그릇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 말입니다. 이 열 편이 그 다짐의 첫 자리입니다. 오늘 5분, 한 편. 그거면 됩니다. 함께 걸어 준 48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감사드립니다.
글이 말해주는 이복선 작가
이복선 작가는 음식에 이름을 붙여 마음을 정리하는 분 같습니다. 열 편이 모두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잔치국수는 할머니의 손이다, 칼국수는 기다림이다, 파스타는 어울림이다. 먼저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따라 사람 이야기로 걸어가십니다. 그리고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고요. 짜장면 편에서도 그렇게 물었고, 라면 편에서는 다정한 사람을 떠올리며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으셨습니다. 평범한 한 그릇에서 감사를 먼저 꺼내는 눈을 가지셨습니다. 그 눈으로 쓰신 글이라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이복선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국수는 기다림이다 — 한 그릇마다 붙여 본 이름
ⓒ 이복선, 2026
이 책의 글은 저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인용 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write, share, enjoy!
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8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