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7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9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게으른 성격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힘나는 고기」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만난 날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음식과 추억, 감사로 행복합니다.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자신은 지금 더 행복한 순간을 발견하고 재산이 됩니다.
목차
01 · 47회차 1일차
삼겹살
삼겹살은 든든한 힘이다. 점심에 삼겹살을 먹으면 저녁때까지 허기를 잊을 만큼 속이 든든하다. 노릇하게 구운 고기 한 점에 파김치를 올리고 따뜻한 밥 한 숟갈과 함께 먹으면 고기의 고소함과 파김치의 새콤한 맛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번에는 생양파를 된장에 찍어 곁들인다. 알싸한 향과 은은한 단맛이 삼겹살의 쫄깃한 식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묵은지와 함께 먹으면 깊은 감칠맛이 더해져 또 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삼겹살은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며 서로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성격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할 때 삶은 더욱 단단해지고 넉넉해진다.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힘이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그 힘은 어려운 시간을 견디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02 · 47회차 2일차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두툼한 고기를 불 위에 올리는 순간부터 사람은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너무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빠지고, 너무 서두르면 속까지 익지 않는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야 겉은 고소한 갈색으로 변하고, 속은 부드러운 분홍빛을 품는다. 인생도 그렇다. 빨리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질 때가 많지만, 충분한 시간을 견딘 것만이 깊은 맛을 만들어 낸다. 나 역시 항암 치료를 견디며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몸은 더디게 나아졌지만, 그 느린 시간은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 스테이크를 한 점 천천히 씹을 때마다 입안에 퍼지는 풍미는 기다림이 만든 선물이라는 것을 느낀다. 겉으로는 강인해 보여도 속은 부드러운 스테이크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상처와 따뜻함을 품고 살아간다. 오늘도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삶을 천천히 익혀 본다. 서두르지 않은 시간은 결국 가장 깊고 진한 맛으로 내 삶을 채워 줄 것이라 믿는다.
03 · 47회차 3일차
장어구이
장어는 특별한 음식이다. 예부터 기운을 북돋워 주는 보양식이라며 많은 사람이 찾는다. 나도 장어가 몸에 좋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막상 먹으려 하면 선뜻 발걸음이 가지 않는다. 혼자 먹기에도 가격이 부담스럽고, 가족이 함께 먹으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장어를 먹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자연스레 다른 음식을 찾게 된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삼계탕이다. 푹 고아낸 국물과 부드러운 닭고기를 먹고 나면 장어를 먹지 못한 아쉬움도 조금은 사라진다. 보양식의 값어치는 가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아끼고 건강을 챙기려는 마음에도 있는 것 같다. 언젠가 특별한 날에는 가족과 함께 장어를 구워 먹으며 웃음까지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장어는 내게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라, 건강과 가족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음식으로 남아 있다.
04 · 47회차 4일차
치킨
치킨은 감사함이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치킨을 주문한다. 신기하게도 서로 닭다리를 먼저 집으려 하지 않는다. “네가 먹어.” 하며 양보하는 마음이 먼저 식탁에 오른다. 나는 바삭한 날개를 좋아하고, 아이들은 담백한 가슴살을 골라 먹는다. 콜라는 마시지 않아도 웃음과 대화만으로 식탁은 충분히 풍성하다. 기본으로 주문한 두 마리는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앙상한 뼈만 남는다. 맛있게 먹고 나면 단백질을 든든히 채웠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한결 건강해진 기분이 든다. 치킨의 진짜 맛은 바삭한 튀김옷이나 촉촉한 살코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함께 웃으며 한자리에 둘러앉을 수 있는 시간,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족의 온기에 있다. 언제든 함께 치킨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지, 치킨을 먹는 날이면 그 감사가 두 배로 커진다.
05 · 47회차 5일차
찜닭
찜닭은 젊음이다. 나는 간장으로 짭조름하게 졸여 낸 찜닭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닭고기도 맛있지만, 양념이 깊이 밴 두꺼운 당면을 더 좋아했다. 쫄깃한 당면을 한입 가득 먹을 때면 그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당면을 씹고 소화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항암 치료를 지나온 몸은 먹고 싶은 마음과 달리 쉽게 지치고 부담을 느낀다. 그럴 때면 문득 젊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밤늦도록 뛰어다녀도 지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가끔은 에너지가 넘쳐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스무 살 두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들의 젊음이 부럽기도 하지만, 나 역시 그런 계절을 지나왔음을 안다.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찜닭 한 접시에 스며든 간장 향은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불러온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가장 따뜻한 추억이기도 하다.
06 · 47회차 6일차
오리고기
오리고기는 내게 겸손을 가르쳐 준 음식이다. 닭백숙 재료를 사러 갔다가 세일 중이라는 말에 오리 한 마리를 덜컥 사 왔다. 닭집 사장님은 뼈와 살을 나눠 손질해 주며 주물럭으로 만들면 맛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집에 돌아와 알려준 대로 양념을 하고 정성껏 볶았다. 냄새도 좋았고 보기에도 제법 그럴듯했다. 하지만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한 점씩 맛본 뒤 조용히 다른 반찬으로 젓가락을 옮겼다. 나 역시 애써 만든 오리주물럭을 더 이상 먹지 못했다. 그날 알았다. 좋은 재료를 만났다고 누구나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손맛은 레시피만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의 깊이였다. 실패한 한 끼였지만, 그 경험 덕분에 나는 전문가의 솜씨를 존중하게 되었고, 무엇이든 쉽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마음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07 · 47회차 7일차
생선구이
생선구이는 건강한 소문이다. 아침이면 아래층에서 생선을 굽는 냄새가 계단을 타고 우리 집까지 올라온다. 창문을 닫아도, 문을 열어도 고소한 향은 어느새 집 안에 머문다. 점심에 생선구이를 먹고 환기를 해도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방문하면 오늘 반찬이 무엇이었는지 금세 알아챌 정도다. 특히 고등어구이는 담백한 맛만큼이나 진한 향으로 오래 기억된다. 한때는 냄새가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냄새가 건강하게 밥을 먹는 일상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좋은 음식의 향기가 집 안을 채우듯, 사람 사이에도 오래 머무는 건강한 소문이 퍼졌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헐뜯는 말보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이야기가 이웃의 창문을 넘어 은은하게 번져 가는 세상이면 좋겠다
08 · 47회차 8일차
돈가스
돈가스는 오감을 깨우는 음식이다. 기름 위를 지나며 피어나는 고소한 향, 입안을 채우는 바삭한 소리, 하얀 속살의 부드러움이 한순간에 허기를 달랜다. 옛날 왕돈가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추억도 함께 베어 무는 중년일 것이다. “돈가스나 먹고 올게.” 하며 집을 나서는 아들의 뒷모습에 오늘도 안심이라는 마음이 따라간다. 예전에는 먹고 싶은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건강을 먼저 생각하며 한 번 더 망설이게 된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돈가스를 마주하면 배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문득 사람도 돈가스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곁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되고, 따뜻한 온기와 든든한 위로를 전하는 사람. 누군가의 하루를 채워 주는 한 끼처럼,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 오래 기억되고 싶다.
09 · 47회차 9일차
탕수육
탕수육은 특별한 응원이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식탁 위에 오른다. 생일이나 졸업, 작은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한 접시를 가운데 두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고했어.", "잘했어."라는 따뜻한 말이 오간다. 그 짧은 한마디는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준다. 탕수육의 바삭한 튀김옷은 삶의 역경을 닮았다. 단단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부드럽고 든든한 살코기가 숨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힘든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겉은 강해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누구보다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와 눈물을 이겨 낸 시간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콤달콤한 소스가 탕수육의 맛을 완성하듯, 가족의 응원과 믿음은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혼자서는 버거웠던 시간도 누군가의 격려가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탕수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전하는 특별한 마음이다. 한 점을 함께 나누는 순간마다 우리는 가장 든든한 응원을 먹으며 내일을 향해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나가는 글
열흘 중 9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힘나는 고기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저자 소개
이복선
이복선.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판권
고기를 망친 날, 겸손을 배웠다 좋은 재료도 손맛을 못 이긴다 — 실패한 한 끼가 남긴 뜻밖의 선물 발행일 2026년 7월 10일 지은이 이복선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7회차 · 7월 1일–7월 10일 · 9편 ⓒ 2026 이복선.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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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십나오 여유당」 시리즈 1·2·3·4·5·6 더 보기write, share, enjoy!
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7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