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47회차 2일차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두툼한 고기를 불 위에 올리는 순간부터 사람은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너무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빠지고, 너무 서두르면 속까지 익지 않는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야 겉은 고소한 갈색으로 변하고, 속은 부드러운 분홍빛을 품는다. 인생도 그렇다. 빨리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질 때가 많지만, 충분한 시간을 견딘 것만이 깊은 맛을 만들어 낸다. 나 역시 항암 치료를 견디며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몸은 더디게 나아졌지만, 그 느린 시간은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 스테이크를 한 점 천천히 씹을 때마다 입안에 퍼지는 풍미는 기다림이 만든 선물이라는 것을 느낀다. 겉으로는 강인해 보여도 속은 부드러운 스테이크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상처와 따뜻함을 품고 살아간다. 오늘도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삶을 천천히 익혀 본다. 서두르지 않은 시간은 결국 가장 깊고 진한 맛으로 내 삶을 채워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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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7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