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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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 47회차 6일차

오리고기

오리고기는 내게 겸손을 가르쳐 준 음식이다. 닭백숙 재료를 사러 갔다가 세일 중이라는 말에 오리 한 마리를 덜컥 사 왔다. 닭집 사장님은 뼈와 살을 나눠 손질해 주며 주물럭으로 만들면 맛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집에 돌아와 알려준 대로 양념을 하고 정성껏 볶았다. 냄새도 좋았고 보기에도 제법 그럴듯했다. 하지만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한 점씩 맛본 뒤 조용히 다른 반찬으로 젓가락을 옮겼다. 나 역시 애써 만든 오리주물럭을 더 이상 먹지 못했다. 그날 알았다. 좋은 재료를 만났다고 누구나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손맛은 레시피만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의 깊이였다. 실패한 한 끼였지만, 그 경험 덕분에 나는 전문가의 솜씨를 존중하게 되었고, 무엇이든 쉽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마음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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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7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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