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6월 21일부터 6월 3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10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후다닥 한 입」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떡볶이와 순대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01 · 46회차 1일차
떡볶이
떡볶이는 맵고, 달고, 쫄깃한 인생이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와 나눠 먹던 떡볶이 한 접시에는 늘 웃음이 있었다. 빨간 양념이 입가에 묻어도 개의치 않고 먹던 시절, 떡볶이는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나누는 음식이었다. 한 입 베어 물면 먼저 매운맛이 찾아온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걱정과 눈물 같다. 하지만 곧 달콤한 맛이 뒤따른다. 힘든 날이 지나고 찾아오는 작은 기쁨과 위로를 닮았다. 쫄깃한 떡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삶의 끈기와 닮아 있다. 몇 번을 씹어도 제맛을 내듯 사람도 수많은 시간을 견디며 자신의 맛을 만들어 간다. 떡볶이에는 다양한 재료가 함께 들어간다. 떡, 어묵, 계란, 때로는 라면까지 어우러져 더 풍성한 맛을 낸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다. 가족과 친구, 사랑과 이별, 성공과 실패가 섞여야 비로소 깊은 맛이 난다.
02 · 46회차 2일차
순대
순대는 선택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음식이다. 분식집에 들어가 따뜻한 순대를 주문하면 사장님은 묻는다. "어떤 부위로 드릴까요?" 순대, 간, 허파, 귀, 혀까지 한 접시에 담기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부위는 다르다. 누군가는 고소한 간을 찾고, 누군가는 쫄깃한 순대를 먼저 집어 든다.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선택의 폭은 의외로 넓다. 그래서 순대를 먹을 때마다 작은 존중을 받는 기분이 든다. 생각해 보면 삶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취향과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때로는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 순대집 사장님의 짧은 질문처럼 "무엇을 원하세요?"라고 다정하게 물어보는 세상. 그 한마디가 사람을 존중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순대 한 접시에는 배를 채우는 맛뿐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의미도 담겨 있다.
03 · 46회차 3일차
튀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고, 부담 없이 손이 가는 음식이다. 검은 김 위에 하얀 밥을 펴고, 노란 단무지와 초록 시금치, 계란과 당근을 올려 돌돌 말아 낸다. 재료 하나하나는 평범하지만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김밥이 된다. 일요일 아침이면 김밥 세 줄을 사 와 식탁에 올린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괜찮다. 한 조각 집어 먹는 순간 든든함이 밀려오고, 하루를 시작할 힘이 생긴다. 간단한 음식 같지만 그 안에는 재료를 다듬고 준비한 시간, 흐트러지지 않게 말아 낸 손길과 정성이 담겨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삶도 김밥과 닮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경험과 마음이 어우러질 때 더욱 풍성해진다. 그래서 김밥은 늘 맛있다. 배를 채워 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정성과 따뜻함을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 소박한 진심 때문일 것이다.
04 · 46회차 4일차
김밥
라면은 유혹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장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도 그랬고, 치료가 끝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냥 라면도 좋고 계란을 넣은 라면도 좋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짭조름한 국물 냄새는 식욕을 자극한다. 특히 라면을 먹고 남은 국물에 흰밥을 말아 먹는 맛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하지만 맛있는 만큼 건강에는 부담이 되어 자주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라면은 늘 먹고 싶은 마음과 참아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입이 좋아하는 것과 몸이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언젠가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라면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날이 온다면 죄책감 없이 따뜻한 한 그릇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라면은 가장 가까이 두고 싶지만 쉽게 가까이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으로 남아 있다.
05 · 46회차 5일차
라면
튀김은 모순이다. 골목을 걷다가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노릇하게 익은 튀김옷과 바삭거리는 소리는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고구마튀김은 각자의 맛을 품고 사람을 유혹한다. 하지만 튀김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복잡하다. 특히 암 치료를 경험한 뒤에는 더욱 그렇다. 먹고 싶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왜 맛있는 음식은 대부분 조심해야 하는 음식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입이 기억하는 행복과 몸이 원하는 건강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튀김 앞에서의 갈등은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삶도 늘 비슷하다. 즐거움과 절제, 욕망과 건강 사이에서 우리는 수없이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내게 튀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인생의 모순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06 · 46회차 6일차
쫄면
쫄면은 용기를 배우는 음식이다. 인생을 쫄며 살지 말라는 말을 한 그릇에 담고 있다. 통통한 면발에 아삭한 채소를 올리고 새빨간 양념장을 넣어 비비면 평범한 재료들이 하나의 맛으로 완성된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한입 먹는 순간 새콤함은 마음을 깨우고, 달콤함은 지친 하루를 위로하며, 칼칼함은 다시 살아갈 힘을 북돋운다. 먹기 전에는 걱정 때문에 작아졌던 마음도 어느새 한결 가벼워진다. 분식집에서 쫄면은 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아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맛을 잃지 않기에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꼭 1등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더 오래 기억된다. 나 역시 화려한 삶보다 새콤한 기쁨과 달콤한 여유, 칼칼한 시련을 모두 품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인생은 두려움에 쫄며 사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끝까지 자신의 맛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07 · 46회차 7일차
라볶이
만두는 정성이다. 만두소를 만들고 반죽을 치대 만두피를 빚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하다. 정성껏 빚은 만두를 겨울 문밖에 잠시 두면 금세 단단하게 얼어 겨울의 풍경이 된다. 갓 빚은 만두는 사골국물에 집간장과 마늘, 파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큰 대접에 담는다. 숟가락으로 만두를 살짝 으깨고 묵은지를 올려 한입 먹으면 담백한 만두소와 새콤한 김치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만두 한 알에는 만드는 사람의 사랑과 기다림이 담겨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먹는 만두는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추운 겨울이면 더욱 생각나는 만두는 가족의 정을 이어 주는 음식이다. 오래 걸릴수록 더 깊은 맛을 내는 만두처럼 인생도 정성을 들인 시간만큼 따뜻한 결실을 맺는다. 그래서 만두는 겨울을 이겨 내게 하는 든든한 별미이자, 사랑을 빚어 나누는 가장 따뜻한 음식이다.
08 · 46회차 8일차
어묵
어묵은 뜨거운 부드러움이다. 추운 겨울, 길모퉁이 포장마차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한다. 기다란 꼬치에 꽂힌 어묵은 착한 가격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차가워진 몸과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 준다. 입안에 넣으면 뜨겁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천천히 퍼지고, 짭조름한 감칠맛은 소박한 행복을 선물한다. 하나만 먹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손에는 두 개, 세 개의 어묵 꼬치가 들려 있다. 마지막으로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목을 지나 가슴까지 온기가 번지고, 얼어 있던 몸도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린다. 어묵은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추운 날 가장 먼저 생각나는 따뜻한 위로다. 우리의 삶도 어묵처럼 뜨겁되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열정은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품을 수 있는 온기를 간직하고, 거친 말보다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데워 주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인생은 겨울 포장마차의 어묵 국물처럼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09 · 46회차 9일차
핫도그
핫도그는 소리 나는 고소함이다. 항암 치료를 마친 뒤에도 튀긴 음식 앞에서는 늘 망설이게 된다. '쌀핫도그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같은 병을 겪은 친구가 "너무 먹고 싶어서 결국 사 먹었다."고 말하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먹고 싶은 음식 하나에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현실이 가끔은 서글프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소시지만 들어 있는 기본 핫도그다. 케첩을 지그재그로 뿌리고 한입 베어 물면 '바사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번진다. 그 순간만큼은 별빛이 쏟아지는 것처럼 행복하다. 하지만 마지막 한입을 남기면 또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혹시 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병을 겪고 난 뒤 먹는 일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과 타협하는 일이 되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맛있게 먹은 음식이 후회보다 기쁨으로 남기를. 입가에 묻은 튀김가루를 털어내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10 · 46회차 10일차
떡꼬치
길거리토스트는 아침밥이다.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허기를 가장 먼저 달래 주는 따뜻한 한 끼다. 양배추와 달걀을 섞어 동그랗게 부쳐 놓고, “토스트 하나 주세요”라는 말이 들리면 버터가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낸다. 노릇하게 구워진 식빵 위에 부드러운 달걀과 아삭한 양배추를 올리고, 달콤한 케첩과 소스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뿌린다. 마지막 식빵 한 장을 덮으면 평범한 재료는 어느새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된다. 이른 새벽 자신의 식사도 미뤄 둔 채 출근길에 오른 회사원들에게 토스트는 배를 채우는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따뜻한 온기와 함께 “오늘도 잘해낼 수 있다”는 작은 용기를 건네는 응원이다. 엄마가 차려 준 집밥은 아니지만,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 손끝을 데우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한 끼다. 그렇게 길거리토스트는 하루를 살아갈 힘을 조용히 건네며,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을 응원하는 가장 소박하고 따뜻한 아침이 된다.
나가는 글
열흘 중 10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후다닥 한 입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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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복선
이복선.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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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쫄지 말고, 쫄면부터 비벼요 '인생을 쫄며 살지 말라'는 한 그릇의 말, 분식이 건넨 용기 열 접시 발행일 2026년 6월 30일 지은이 이복선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6회차 · 6월 21일–6월 30일 · 10편 ⓒ 2026 이복선.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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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6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