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6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10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따뜻한 한 끼」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01 · 44회차 1일차
김치찌개
보글보글 김이 모락모락, 앞접시에 김치 세 개, 두부 한 개, 국자에 붙어 온 돼지고기 조각이 담긴다. 김치찌개엔 누가 뭐라 해도 하얀 쌀밥이 제격이다.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잊은 채 크게 한술 뜬 밥을 입에 오물거린다. 오늘의 주인공인 시큼하고 짭조름한 찌개를 조심히 떠먹는다. 흰밥과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그 행복한 순간은 잊을 수 없다. 정신없이 먹다 공깃밥이 두세 숟가락 남았을 때, 누구와 왔는지 고개를 들어 "이 맛은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했다"며 서로 감탄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추억의 맛이 되었다. 회사에서, 집에서 받은 작은 스트레스를 김치찌개로 덜어냈다. 그때 김치찌개와 무언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대화는 소리로 내어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깊은 대화는 소리 없는 대화이다. 누군가와 멀어졌다고 생각되면 소리 없는 진실한 시간일 수 있다.
02 · 44회차 2일차
된장찌개
식탁에 올렸을 때 두툼한 뚝배기, 뚜껑을 열었을 때 호박과 두부, 느타리버섯이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다. 느끼한 고기라도 먹은 다음 날 먹게 된다면 부드러운 담백함이 입안에서 함성을 지른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지 않아도 내 몸속에선 충분하다고 전해 온다. 주변에 꾸미지 않아도 된장찌개처럼 오랜 담백함으로 단단히 살아가는 사람을 본다. 화려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존경스러운 사람, 힘든 날이 지속돼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민들레 홀씨가 되는 사람이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 오늘 내가 먹은 된장찌개 같은 사람이다.
03 · 44회차 3일차
순두부찌개
항암 치료를 받는 날이면 병원에서의 기다림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긴장감도 있지만, 치료 후 찾아올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런 날마다 병원 근처 작은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주문한다. 작은 뚝배기에는 순두부와 달걀, 꽃게 다리, 오징어, 조개가 가득 담겨 있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 한 숟가락에 정신이 들고, 부드러운 순두부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입맛이 없어도 어느새 공기밥 한 그릇을 비우게 된다. 식사하는 동안만큼은 항암 치료도, 부작용도 잠시 잊는다. 아플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떠오른다. 순두부찌개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항암의 시간을 견디게 해 준 작은 응원이자 따뜻한 위로였다. 그 짧은 식사 시간은 다시 치료실로 걸어 들어갈 힘을 내게 해 주는 소중한 쉼표가 되었다.
04 · 44회차 4일차
불고기
불고기는 식탁의 손님이다. 귀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지녀 특별한 날에 찾아오는 사람을 닮았다. 익숙한 음식이지만 의외로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그래서 식탁에 오르는 날이면 더욱 반갑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직접 만들려면 왠지 부담이 된다. 반면 누군가 정성껏 차려 준 불고기는 더욱 맛있게 다가온다. 자주 먹는 반찬과 달리 특별한 날 식탁에 오른 불고기는 그 자체만으로 작은 기쁨이 된다. 달콤한 향이 퍼지고 가족들의 젓가락이 모이는 순간, 식탁에는 웃음이 함께 차려진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가끔 찾아오는 특별한 순간 덕분에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불고기는 그런 순간을 닮아 있다. 늘 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만나기에 더 반갑고 소중하다. 식탁 위 불고기 한 접시는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하루로 바꾸며, 소소한 행복과 감사의 마음을 선물한다.
05 · 44회차 5일차
제육볶음
제육볶음을 맛있게 하면 일등 엄마가 된 기분이 든다. 빨갛게 양념이 밴 돼지고기에 살코기와 비계가 적당히 어우러져야 한다. 마늘과 상추는 빠질 수 없는 짝꿍이다. 깻잎까지 곁들이면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환상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청양고추 한두 개가 들어가면 깔끔한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자주 만들지는 못한다. 정육점 아저씨에게 부위도 물어보고 양념도 물어보지만, 막상 집에 와 주방에 서면 레시피가 가물가물해진다. 결국 생각나는 대로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을 넣어 볶는다. 완성된 제육볶음이 늘 기대만큼 맛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두 아들은 말없이 밥 한 그릇을 비운다. “맛있다”는 말도, “별로다”는 말도 없다. 하지만 남김없이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안다. 오늘 제육볶음은 성공이었다는 것을.
06 · 44회차 6일차
비빔밥
비빔밥은 1.5배이다. 야채와 고추장을 함께 넣어서 그런지 평소 먹는 것보다 더 먹는다. 약간 익은 얼갈이 열무 김치를 큰 양푼에 넣는다. 양념 고추장과 참기름을 조금 섞는다. 달걀 프라이도 넉넉히 준비한다. 인 당 두 개는 기본이다. 마땅히 먹을 반찬이 없을 때 비빔밥 먹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 식탁 앞에서 각자의 배를 두드린다. 서로 더 많이 먹었다며 미소 짓는다. 사람과의 관계도 1.5배의 긍정적인 행동과 마음이 통하면 주변은 더 행복한 삶이 만들어진다. 자녀에게 한 번 더 웃어준다. 부모에게 전화 한 번 더 한다고 욕할 사람은 없다. 주변 사람에게 겸손한 인사 한 번 더 하는 하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내 삶이 활짝 웃을 수 있게.
07 · 44회차 7일차
잡채
잡채는 내게 정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잡채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함께 먹는 사람이 있을 때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특히 친정엄마가 만든 잡채는 언제 먹어도 최고의 음식이다. 엄마는 직접 기른 시금치와 당근, 양파에 고기와 버섯, 맛살까지 정성껏 준비해 잡채를 만드신다. 잡채를 만들 때마다 간을 보라고 하시지만, 내가 맛있다고 말하면 늘 간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내게는 이미 충분히 맛있다. 그 맛은 재료나 양념 때문만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손이 크신 엄마는 항상 큰 양푼 가득 잡채를 만드신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잡채를 나누어 먹으며 웃고 이야기하던 시간들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래서 잡채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의 정과 사랑을 나누게 해주는 따뜻한 음식으로 기억된다.
08 · 44회차 8일차
갈비
갈비는 먹고 나면 뼈를 남긴다. 나는 갈비를 직접 만들어 본 기억이 없다. 친척들이 모이는 날이면 동서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갈비를 준비했다. 간장과 과일, 양파, 키위, 마늘, 생강을 넣어 양념하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정작 따라 해보지는 못했다.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갈비를 맛보며 간이 잘 배었다고 칭찬하고, 동서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정성과 솜씨가 부럽게 느껴진다. 식사가 끝나면 밥그릇 옆에는 갈비뼈가 남는다. 뼈는 맛있게 먹은 흔적이자 함께한 시간의 증거처럼 보인다. 동물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무언가를 남긴다. 문득 사람은 무엇을 남기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성 어린 마음,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갈비뼈를 바라보며 나 또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좋은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09 · 44회차 9일차
냉면
냉면은 여름이다. 냉면은 여름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무더운 날씨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가족과 고깃집에 가면 고기를 실컷 먹고도 꼭 물냉면을 주문한다. 평소에는 입맛이 다른 가족들이지만 냉면만큼은 신기하게 마음이 잘 맞는다. 나는 식초와 겨자를 적당히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담백한 맛을 즐긴다. 이미 배가 부른데도 차가운 냉면 한 그릇은 부담 없이 들어간다. 불판의 뜨거운 열기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한 육수가 단번에 식혀 주기 때문이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를 마시고 쫄깃한 면발을 먹다 보면 더위도, 짜증도 조금씩 사라진다. 어쩌면 냉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여름을 견디게 해 주는 작은 위로인지도 모른다. 올여름에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일이 생긴다면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와 걱정을 함께 식혀 보고 싶다. 냉면은 언제나 여름의 고마운 친구다.
10 · 44회차 10일차
볶음밥
냉장고 문을 열면 콩나물, 묵은지, 멸치볶음이 조금씩 남아 있다. 어느 것 하나 한 끼를 완성할 만큼 넉넉하지 않지만,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루 묵은 찬밥까지 꺼낸다. 부족한 것들끼리 모이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찬들을 볶다가 찬밥을 쏟아 넣고 뚜껑을 덮는다. 딱딱하게 굳은 밥알이 서서히 풀리고,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묵은지의 시큼함과 멸치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동안, 기다림은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든다. 뚜껑을 열면 시큼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제각각이었던 재료들이 비로소 하나의 맛으로 모인다. 따로 반찬이 필요 없다. 볶음밥 그 자체가 이미 완성이다. 글쓰기도 볶음밥과 닮았다. 거창한 재료 하나가 아니라, 작고 소박한 생각들이 모여 뜻밖의 풍미를 만든다. 부족한 듯 보여도, 정성껏 볶아낸 한 그릇은 사람을 든든하게 채운다.
나가는 글
열흘 중 10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따뜻한 한 끼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저자 소개
이복선
이복선.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판권
글이 막히면 냉장고를 여세요 남은 반찬이 모여 한 그릇이 되듯, 작고 소박한 기억이 글이 된다 발행일 2026년 6월 10일 지은이 이복선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4회차 · 6월 1일–6월 10일 · 10편 ⓒ 2026 이복선.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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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십나오 여유당」 시리즈 1·2·3·4·5·6 더 보기write, share, enjoy!
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