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44회차 9일차
냉면
냉면은 여름이다. 냉면은 여름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무더운 날씨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가족과 고깃집에 가면 고기를 실컷 먹고도 꼭 물냉면을 주문한다. 평소에는 입맛이 다른 가족들이지만 냉면만큼은 신기하게 마음이 잘 맞는다. 나는 식초와 겨자를 적당히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담백한 맛을 즐긴다. 이미 배가 부른데도 차가운 냉면 한 그릇은 부담 없이 들어간다. 불판의 뜨거운 열기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한 육수가 단번에 식혀 주기 때문이다.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를 마시고 쫄깃한 면발을 먹다 보면 더위도, 짜증도 조금씩 사라진다. 어쩌면 냉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여름을 견디게 해 주는 작은 위로인지도 모른다. 올여름에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일이 생긴다면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와 걱정을 함께 식혀 보고 싶다. 냉면은 언제나 여름의 고마운 친구다.
— 12 —
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