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44회차 1일차
김치찌개
보글보글 김이 모락모락, 앞접시에 김치 세 개, 두부 한 개, 국자에 붙어 온 돼지고기 조각이 담긴다. 김치찌개엔 누가 뭐라 해도 하얀 쌀밥이 제격이다.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잊은 채 크게 한술 뜬 밥을 입에 오물거린다. 오늘의 주인공인 시큼하고 짭조름한 찌개를 조심히 떠먹는다. 흰밥과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그 행복한 순간은 잊을 수 없다. 정신없이 먹다 공깃밥이 두세 숟가락 남았을 때, 누구와 왔는지 고개를 들어 "이 맛은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했다"며 서로 감탄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추억의 맛이 되었다. 회사에서, 집에서 받은 작은 스트레스를 김치찌개로 덜어냈다. 그때 김치찌개와 무언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대화는 소리로 내어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깊은 대화는 소리 없는 대화이다. 누군가와 멀어졌다고 생각되면 소리 없는 진실한 시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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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