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44회차 10일차
볶음밥
냉장고 문을 열면 콩나물, 묵은지, 멸치볶음이 조금씩 남아 있다. 어느 것 하나 한 끼를 완성할 만큼 넉넉하지 않지만,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루 묵은 찬밥까지 꺼낸다. 부족한 것들끼리 모이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찬들을 볶다가 찬밥을 쏟아 넣고 뚜껑을 덮는다. 딱딱하게 굳은 밥알이 서서히 풀리고,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묵은지의 시큼함과 멸치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동안, 기다림은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든다. 뚜껑을 열면 시큼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제각각이었던 재료들이 비로소 하나의 맛으로 모인다. 따로 반찬이 필요 없다. 볶음밥 그 자체가 이미 완성이다. 글쓰기도 볶음밥과 닮았다. 거창한 재료 하나가 아니라, 작고 소박한 생각들이 모여 뜻밖의 풍미를 만든다. 부족한 듯 보여도, 정성껏 볶아낸 한 그릇은 사람을 든든하게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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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