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열흘 동안 열 편을 썼다. 빵 이야기로 채웠다. 식빵을 자르면서 초고를 떠올렸고, 바게트를 데우면서 글의 쓰임을 생각했다. 빵 하나를 먹을 때마다 글쓰기가 겹쳐 보였다. 그래서 매일 빵 한 개를 골라 글로 옮겼다. 식빵은 식혀야 자를 수 있다고 썼고, 찐빵은 담백해서 질리지 않는다고 썼다. 화려한 표현 없이도 생각 하나만 담으면 담백한 글이 된다고 믿는다. 이 책은 그 믿음을 열 편으로 쌓은 기록이다. 한 편은 250자 안팎이다.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아침에 빵 하나 먹듯 가볍게 한 편씩 읽어 주면 좋겠다. 다 읽고 나면 오늘 한 문장 쓰고 싶어질 것이다. 그거면 됐다.
01 · 50회차 1일차
식빵
집 근처 백화점에 밀도 매장이 들어왔다. 식빵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주말이었다. 식빵 하나 사려는 데 대기줄이 20-30명 정도 되는 듯 보였다. 식빵 사기를 포기했다. 평일 낮에 갔더니 대기줄이 없었다. 식빵이 통째로 진열되어 있다. 직육면체 모양의 리치 식빵을 골랐다. 뜨거운 식빵은 너무 부드러워 커팅이 불가능 할 수 있다고 한다. 계산대 앞에 내려 놓았다. 커팅해 달라고 했다. 점원이 손으로 식빵을 만져본다. 아직 온기가 있어서 자르면 모양이 뭉게 질 수 있단다. 잘라 달라고 했다. 기계에 넣으니 식빵이 잘려 나왔다. 모양이 조금 일그러진 곳이 있었다. 글도 그렇다. 초고를 완성하면 따끈따끈하다. 다음은 퇴고할 차례이다. 초고 쓴 다음 바로 퇴고하면 식빵 자르듯 문장을 짧게 자를 수 없다. 초고는 최소 3~4일은 식혀야, 퇴고하면서 문장을 덜어내고 자를 수 있다.
02 · 50회차 2일차
바게트
빵집에 갔는데 남은 빵이 바게뜨 밖에 없었다. 잘라 달라고 했다. 칼로 자르는데 스걱스걱 소리가 난다. 손가락 두께만큼 굵게 잘라 주었다. 종이 봉투에 담아 나왔다. 차타러 가는 길에 하나 꺼내 먹었다. 겉은 딱딱한데,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빵 안쪽은 구멍이 크게 숭숭 비어 있었다. 바게뜨 바깥 부분은 질근질근 씹어 먹었더니 씹는 식감이 있었다. 남은 건 냉동실에 보관해뒀다. 새우 스캠피를 하면서 냉동실에 있던 바게뜨를 에어 프라이어에 4분 정도 데웠다. 빵이 금방 한 것 처럼 맛이 되살아 났다. 바게뜨를 남은 올리브오일에 찍어 먹었다. 다음에 또 사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바게뜨는 기본에 충실했고, 다른 요리의 풍미를 더 느끼게 해주는 베이스였다. 글도 그렇다. 글은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개인적인 메모나 생각 기록, 일기, SNS, 상세 페이지, 보고서, 논문, 기획서, 프리젠테이션까지 모두 쓰인다. 요즘은 AI 프롬프트도 글이 사용된다. 다른 콘텐츠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글은 기본 베이스다.
03 · 50회차 3일차
베이글
베이글 파는 매장에 가면 플레인 베이글 옆에 블루베리, 무화과, 어니언, 할라피뇨 베이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베이글 사이에 발라먹는 대파, 무화과, 블루베리, 바질 등의 크림치즈도 형형색색으로 진열되어 있다. 플레인 베이글만 먹으면 심심할 것 같아 한참 고민한다. 크림치즈 하나를 추가하면 가격이 훌쩍 올라간다. 베이글 사이에 앙버터, 잠봉, 야채 등을 넣은 샌드위치를 선택하면 한 끼 밥값이다. 간단히 먹으려던 간식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바뀐다. 글도 그렇다. 글 한 편 쓰기 위해 예쁜 노트, 만년필, 멋진 표현, 특별한 소재를 추가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글보다 글 쓰는 준비가 더 커진다. 화려한 표현 없이도 생각 하나만 담은 담백한 플레인 베이글만으로도 담백한 글이 된다. 무엇을 더 채워넣을까 보다 지금 한 문장 쓰는 게 플레인이다.
04 · 50회차 4일차
단팥빵
단팥빵은 단 팥빵이다. 며칠 전 롯데몰 지하 태극당이 마지막 영업일이라길래 기념으로 빵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단팥빵을 집었다. 3800원이었다. 기대하며 뜯었다. 내가 생각했던 단팥빵이 아니었다. 계피 향이 더 났고, 달았다. 호두도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냥 순수한 단팥빵이 좋다. 추억의 맛이기 때문이다. 맘모스 제과에 가면 단팥빵을 담는다. 아빠는 많은 빵 중에 단팥빵을 사달라고 하셨다. 단팥빵을 보면 아빠 생각이 난다. 글도 그렇다. 글을 쓰면 독자 생각이 난다. 항상 누군가를 떠올리며 써야 한다. 독자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순수한 경험만 담는다.
05 · 50회차 5일차
소보로빵
밥을 못 먹어서 빵집에 들리면, 이상하게 소보로빵 하나를 사게 된다. 그냥 간단하게 한 끼,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다. 위에 올라가 있는 달콤한 소보로가 달콤하고 맛있다. 윗부분 부터 뜯어 먹는다. 밑부분 빵은 배를 채운다. 밑에 있는 빵만 남으면 맛이 없다. 빵과 소보로가 같이 어우러져야 온전한 소보로빵을 맛있게 다 먹을 수 있다. 글도 그렇다. 작가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가 있다. 메시지만 전하면 독자의 공감을 사로잡지 못한다. 소보로가 메시지라면, 밑에서 받쳐주는 빵이 사례와 근거다. 둘이 어우러져야 온전한 한 편이다.
06 · 50회차 6일차
모닝빵
모닝빵은 둥글고 조그맣다. 오븐에 구워낸 모닝빵은 윗부분은 갈색빛이 돌고 아랫부분은 연한 노란색이 돈다. 입이 크다면 한입에도 먹겠다.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침 대용으로 수프에 찍어 먹기도 한다. 가운데를 갈라 감자, 달걀, 오이, 마요네즈를 버무려 샌드위치를 만들기도 한다. 식빵 대신 야채를 넣어 미니 햄버거를 만들 수도 있다. 하나만 먹으면 속에 부담이 없다. 글도 그렇다. 책 한 꼭지를 쓰려면 A4 1.5매에서 2매 분량이 필요하다. 한 번에 다 쓰려면 부담스럽다. 모닝빵을 문단이라 생각하면 된다. 서론 본론 결론 세 덩어리나, 기승전결 네 덩어리로 쪼개 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문단은 쓸 수 있다.
07 · 50회차 7일차
찐빵
주택가 골목에 안흥찐빵을 파는 곳이 있었다. 빌라 반지하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팔았다. 찐빵 네 개에 1000원이었다. 찜기에서 방금 꺼낸 찐빵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한입 베어 물면 담백한 팥과 바깥 빵의 배합이 완벽하다. 이스트 냄새도 거의 없다. 호빵처럼 달지 않다. 동네를 떠난 지 20년이 지났는데 그 집은 그대로 있었다. 최근에 근처 갔다가 남편과 그 자리에서 다섯 개를 먹었다. 빵은 더 커졌다. 하나 베어 물었다. 그때 맛 그대로다. 입맛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내 취향이다. 글도 그렇다. 담백한 맛은 질리지 않는다. 오늘 써두면 1년 뒤, 2년 뒤에 다시 읽을 수 있다. 멋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담아 둔 글은 다시 봐도 맛이 난다. 오며 가며 기록을 남겨 두면 된다.
08 · 50회차 8일차
피자
저녁으로 혼자 피자를 먹으러 갔다.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그리말디 피자 가게였다. 대기 줄이 있었다. 몇 명이냐고 묻길래 혼자라고 했다. 안내를 받아 입장했다. 피자 한 판을 골랐다. 기본이 라지 사이즈였다. 지금은 정확한 맛이 기억나진 않는다. 세 조각을 먹었고, 반을 남겼다. 두고 나오자니 아까웠다. 숙소에 싸 왔다. 다음 날 먹으려고. 맛집이라 다양한 종류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다 맛볼 수 없었다. 글도 그렇다. 오늘 있었던 일을 한 편에 다 담으려면 소재가 넘친다. 그중에서 담을 수 있는 세 가지만 고른다. 나머지는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에 써먹어야 한다.
09 · 50회차 9일차
크루아상
크루아상이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방금 구워낸 크루아상은 버터향까지 유혹한다. 초콜릿, 아몬드, 설탕가루까지 묻혀 유혹한다. 빵 냄새와 다양한 토핑의 크루아상이 유혹한다. 버티지 못하고 몇 개를 담았다. 빵을 한 입 깨물기도 하고, 켜켜이 쌓인 빵을 한 겹씩 벋겨 먹는 재미도 있었다. 먹을 때까진 맛있었다. 잠시 후 속이 더부룩하고, 매슥거렸다. 맛있어 보여도 나는 소화를 못 시켰다. 크루아상이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이제는 욕심내지 않는다. 글도 그렇다. 오늘 있었던 일을 통째로 쓰려니 어렵고 소화가 안 된다. 하루를 한꺼번에 쓰려고 해서다. 떠오르는 장면을 한 줄 한 줄 쌓아놓는다. 그중 오늘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소재만 골라 소화시켜 쓴다. 하루를 한 겹씩 들여다보면 글이 된다.
10 · 50회차 10일차
샌드위치
일요일 점심으로 배우자가 가끔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를 산다. 볶은 아몬드와 닭고기, 크랜베리, 마요네즈가 섞인 층이 있고, 양파, 토마토, 오이, 로메인이 들어간 샌드위치다. 아침 먹고 가면 샌드위치가 아직 준비되지 않을 때도 있다. 점원에게 다 팔린 거냐고 물었더니, 바로 만들어 줬다. 점심 시간에 가면 없다. 다른 매장에서도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를 사 봤지만, 그 매장만큼 맛이 없다고 한다.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는 늘 그 매장에서만 산다. 글도 그렇다. 유독 잘 써지는 공간이 있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쓸 때 제일 맛깔나는 글이 나온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 편을 모두 발행했다. 매일 빵 하나를 골라 글로 옮겼다. 쓰기 전에는 소재가 넘쳐서 한 편에 다 담고 싶었다. 피자 한 판을 혼자 다 먹을 수 없듯, 이제는 세 가지만 골라 담는다. 나머지는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에 쓴다. 크루아상처럼 한 번에 다 쓰면 소화가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조금씩 나눠 쓰면 해 볼 만하다. 담백하게 담아 둔 글은 1년 뒤, 2년 뒤에 다시 봐도 맛이 난다. 그래서 오며 가며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이 책을 읽는 분도 오늘 5분, 한 편이면 된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열흘 동안 함께 쓴 50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다. 같이 썼기에 열흘을 걸어올 수 있었다.
글이 말해주는 이윤정 작가
이윤정 작가는 담백한 것을 오래 좋아하는 사람 같습니다. 열 편 내내 화려한 빵보다 기본에 충실한 빵으로 돌아옵니다. 바게트는 기본에 충실했다고 하고, 찐빵은 호빵처럼 달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단팥빵도 너무 달지 않은 게 좋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20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남은 찐빵집을 찾아가 남편과 다섯 개를 먹습니다. 오래 남는 것, 다시 봐도 맛이 나는 것에 마음이 가는 분으로 보입니다. 냉동실에 빵을 두었다가 다시 데워 먹는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걸 보면, 좋은 것은 아껴 두었다 꺼내는 사람인 듯합니다. 이미 담백한 글이 무엇인지 아는 분입니다. 그 손으로 다음 빵 이야기를 계속 써 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이윤정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담백한 맛은 질리지 않는다 — 빵으로 배운 글쓰기, 열흘
Copyright © 이윤정, HL1, 2026. Printed in Korea.
이 책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HL1이 저작권자와의 동의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인용하시거나 참고하실 경우 반드시 본사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write, share, enjoy!
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