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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50회차

빵순이의 아홉 조각

식빵에서 크루아상까지, 빵으로 더듬은 추억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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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원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를 쓰는 열흘, 나는 열 개의 자리 중 아홉 편을 채웠다. 그런데 아홉 편이 모두 빵 이야기가 되었다. 식빵, 바게트, 베이글, 단팥빵, 소보로빵, 모닝빵, 찐빵, 피자, 크루아상. 스스로도 "빵순이가 매일 빵을 묵상하다보니 더 빵이 먹고 싶어져서" 웃음이 났다. 빵을 쓰다 보니 빵만 나오지 않았다. 갓 구운 바게트를 야금야금 먹던 20대 회사 시절이 나오고, 소보로빵을 납작하게 눌러 먹던 대학 매점이 나온다. "소보로빵 하나로 40여 년 전의 장면 하나가 떠오르다니" 나도 놀랐다. 빵 하나가 열쇠처럼 옛 시간을 열어주었다. 한 편은 250자 안팎이다.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한 편씩 넘겨 주시면 좋겠다. 좋아하는 빵을 참는 마음, 그래도 그 빵으로 웃는 마음이 함께 담겼다. 이 아홉 조각이 당신의 오래된 한 장면도 데려오기를 바란다.

목차

  1. 1식빵
  2. 2바게트
  3. 3베이글
  4. 4단팥빵
  5. 5소보로빵
  6. 6모닝빵
  7. 7찐빵
  8. 8피자
  9. 9크루아상

01 · 50회차 1일차

식빵

닭가슴살처럼 족족 찢어지는 하얀 속살, 나는 그 하얀 속살의 식빵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아무 것도 안 바른 채로 그 포근포근한 하얀 맨살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버터나 마요네즈만 발라서 먹어도 정말 맛있다. 식빵 중에서 가장 맛있는 식빵은 탕종 식빵으로 발효종을 키워서 발효시켜서 굽는 빵이다. 또 가장 맛없는 식빵이라면 아무런 포근함이 없는 마트 식빵이다. 식빵의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는 레시피는 샌드위치라고 생각한다. 내용물이 이것저것 많이 포함되면 맛이 섞여서 막상 식빵 자체의 고소하고 포근한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빵순이인 나에게 가장 형벌이라면 그 좋아하는 식빵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뇨 전단계만 아니었다면 나는 오늘도 식빵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겠지.

02 · 50회차 2일차

바게트

60대인 내가 직장인이던 20대 때, 회사 바로 앞 건물에 파리바게트 제과점 광화문 본점이 있었고 매일 직접 바게트를 구워냈었다. 우리 부서 직원들은 아침 회의가 끝나고 커피타임이 되면 우루루 내려가 바게트를 사먹는 것이 낙이었다. 출근 때부터 코 끝을 유혹하는 빵굽는 냄새를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갓 구워낸 주먹만한 바게트(길지 않은)를 하나씩 들고 분석하듯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딱딱한 겉껍질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좀 버티다 바스락 부서지는 딱딱한 겉뚜껑을 먹어치우며 구멍을 뚫는다. 그 안에는 따끈따끈하고 연한 속살이 채워져있다. 탐닉하듯 바게트 하나씩 먹어치우고 나서야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빵집이지만 지금도 바게트를 먹을 때는 그때의 맛을 더듬어 추억하며 향수에 젖어 먹는다.

03 · 50회차 3일차

베이글

한동안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베이글을 사다 먹었다. 베이글의 매력에 한 번 꽂히면 베이글만 찾게 된다. 베이글의 매력은 빵처럼 생긴 서양떡이라는 점. 빵은 부드럽다는 통념과 달리 베이글은 단단하고 쫄깃하다. 그렇다고 딱딱하지는 않고 질기고 쫀득하다. 그래서 오래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씹다 보면 그 고소함에 또 다음 한입을 뜯어 물게 된다. 한 개를 다 먹으면 든든한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카페 근처에 뉴욕베이글 매장이 생겨서 사다 먹어보았다. 그런데 앗! 이 부드러움이라니~ 그냥 쑥 베어 물어지는 빵이었다. 오래오래 꼭꼭 씹을 필요도 없었다. 원조에서 벗어난 퓨전 베이글이라고나 할까? 이래서 인기가 있었나? 하지만 난 질기고 단단한 베이글이 좋다. 오래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원조 베이글. 사람도 오래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고 서로 상승하는 친구가 있다. 원조 베이글 친구다.

04 · 50회차 4일차

단팥빵

빵순이가 매일 빵을 묵상하다보니 더 빵이 먹고 싶어져서 오늘의 주제인 단팥빵을 사다가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어릴 때는 소보로빵이 그렇게 맛있더니 나이 들어가면서는 단팥빵에 저절로 손이 간다. 어릴 때는 싫어하던 음식이 어른이 되면서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시레기, 우거지, 선지처럼 팥도 마찬가지다. 팥밥, 팥죽, 팥칼국수, 팥빙수, 팥케잌, 팥아이스크림..... 어릴 때는 팥죽 그릇을 쓱 밀어놓았었는데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다. 집 앞 시장에서 찐빵을 가끔 사다 먹는다. 통팥소가 가득 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팥빵을 볼 때마다 침이 고인다. 얘들아~ 찐빵 먹자 하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잘 먹는다. 아이들은 슈크림빵, 피자빵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단팥빵을 오늘도 맛있게 먹었다. 취향은 개인적이지만 세대와도 연관이 있나보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은 슈크림 빵에서 향수를 느끼려나?

05 · 50회차 5일차

소보로빵

요즘은 맛있는 빵이 정말 많이 나와 있어서 소보로빵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약 40여 년 전 나 대학 다닐 때 학교 매점에는 늘 소보로빵이 가득 쌓여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친구들과 소보로빵 먹는 방법은 좀 특이했었다. 빵을 납작하게 눌러서 얇게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소보로빵의 윗부분의 곰보 부분을 먹고 나면 나머지 빵 부분은 먹기에 다소 뻑뻑해서 곰보 부분과 빵을 함께 즐기려는 이유도 있었고, 도톰한 소보로 빵이 화장한 입술에 묻지 않게 하려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당시 여대생들만의 빵먹는 노하우라고나 할까? 공강 시간에 납작하게 누른 소보로 빵과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도 즐거워하며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던 추억. 소보로빵 하나로 40여 년 전의 장면 하나가 떠오르다니... 십나오 글쓰기는 마법의 시간이다.

06 · 50회차 6일차

모닝빵

모닝빵~ 아침빵? 왜 모닝빵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작고 동글동글한 것이 아침에 먹기 부담없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일까? 나는 모닝빵을 아침에 먹지 않는다. 모임에 갈 때 먹는다. 모닝빵의 폭신폭신하고 한 손에 꼭 들어오는 작은 크기가 사람들과 한 개씩 나누어 먹기 좋기 때문이다. 나는 모닝빵 샌드위치를 잘 만든다. 가운데를 갈라 무엇을 끼워 먹어도 맛이 있지만 특히 에그 모닝 샌드위치는 더욱 맛있다. 달걀을 삶아 으깨어 오이, 사과 등을 다져서 마요네즈와 버무려 가운데를 가른 모닝빵에 빵빵하게 채우면 푸짐한 에그모닝빵이 된다. 모양도 예쁘고 단백질과 탄수화물, 섬유질이 적절히 배합되어 영양도 좋고 맛도 좋다. 매주 모이는 교회 소그룹 모임에 간간히 이렇게 만들어 가면대환영을 받는다. 커피와 함께 먹는 에그 모닝빵~ 나에게 모닝빵은 모임빵이다. 즐거운 모임을 책임져 주는 모임빵~

07 · 50회차 7일차

찐빵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가려면 재래시장을 가로질러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재래시장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꼭 있는 가게가 있다. 만두가게, 찐빵가게, 꽈배기 가게, 떡볶이 집... 그 참새방앗간들을 그냥 지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고문이다. 특히 퇴근길, 배가 고플 때 김이 무럭무럭 나는 하얀 찐빵 가게 앞을 지나칠 때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팥소가 가득 든 하얗고 탐스러운 찐빵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열 번에 한두 번 정도 사들고 들어간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푸사리를 실컷 듣는다. 엄마~ 이거 살쪄요 엄마 탄수화물 많이 드시면 당뇨 걸려요~ 살 안 빼실 거에요? 나 어릴 때는 엄마, 아빠가 찐빵을 사다주시면 참 반갑고 행복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참 현실적이다. 그래서 결심을 한다. 맛있는 찐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그래 살을 빼자! 그때 맘껏 먹어줄게 기다려 찐빵아.

08 · 50회차 8일차

피자

나는 치즈가 듬뿍 얹혀있는 노란색 고구마 피자를 좋아한다. 고구마의 달콤한 무스와 쭉쭉 늘어나는 치즈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사실은 조금 아까 카페에서 직원들과 따끈따끈한 고구마 피자 한 판을 사다 한 쪽씩 나누어 먹은 참이다. 피자는 이렇게 간편하게 여럿이 먹기도 좋다. 내가 피자를 처음 먹어본 것은 1985년 대학 1학년 때였다. 당시 학내 매점의 단팥빵이 150원, 학생 식당의 우동이 350원이었는데 피자는 학교 밖 레스토랑에서 무려 3,000원이었다. 용돈이 넉넉치 않았던 나에게 있어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던 그 죽죽 늘어나는 피자 한 쪽은 아주 가끔씩만 누릴 수 있는 사치였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맛있어진 피자를 이렇게 손쉽게, 입이 심심하다고 척척 사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니 내 인생 이 정도면 성공 아닌가 싶다.

09 · 50회차 9일차

크루아상

크루아상은 효자다. 우리 카페의 디저트 매출을 책임져 주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크루아상이 와플기에 들어가 버터의 향과 결로 바삭하게 압축되어 재탄생된 크로플이라는 메뉴이다. 당시 케잌과 티라미수밖에 없던 나의 카페에서 크로플이라는 메뉴를 개발하여 출시한 것은 기사회생이었다. 왜냐하면 단골 손님들에게도 똑같은 디저트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크로플은 나에게 와서 또 여러가지 메뉴로 개발되었고 손님들의 반응이 대박이었다. 내가 만든 크로플 한접시를 받아드는 손님들의 환한 표정, 잘 먹겠습니다 하는 반응에서 하루의 보람이 다 채워졌었다. 맛있는 크루아상 생지의 기본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나의 인생도 카페지기라는 직업을 바탕으로 또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십나오 글쓰기도 그중의 하나이다.

나가는 글

열흘 중 아홉 편을 발행했다. 하루를 비웠지만 아쉽지 않다. 빵 하나로 시작한 글이 이렇게 멀리까지 나를 데려갈 줄 몰랐다. 쓰기 전에는 빵이 그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쓰고 나니 빵마다 사람이 붙어 있었다. 바게트 냄새를 참지 못하던 부서 동료들, 자판기 커피와 수다를 떨던 친구들, 찐빵 앞에서 "엄마 당뇨 걸려요" 하던 아이들. 좋아하는 빵을 마음껏 못 먹는 아쉬움도 솔직하게 적어보니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살을 빼자! 그때 맘껏 먹어줄게 기다려 찐빵아" 하고 나 자신과 약속도 했다. 혹시 글쓰기가 멀게 느껴진다면, 오늘 5분만 내어 한 편을 써보시길 권한다. 좋아하는 음식 하나면 충분하다. 함께 열흘을 쓴 시즌 6 동료들, 그리고 이 시간을 마련해 준 여유당에 고맙다. 크로플처럼, 나도 또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중이다.

글이 말해주는 이민영 작가

이민영 작가는 빵 하나에 지난 시간을 얹어 두는 사람 같습니다. 바게트를 먹으면 20대 회사 앞 제과점이 떠오르고, 소보로빵을 보면 40여 년 전 매점이 떠오른다고 적는 걸 보면, 음식이 곧 기억을 여는 열쇠인 듯합니다. 좋아하는 빵을 당뇨 걱정에 참아야 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기다려 찐빵아" 하고 웃으며 넘기는 모습에서 삶을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에그 모닝빵을 만들어 모임에 가져가고, 카페에서 크로플을 내며 손님의 환한 표정에 하루의 보람을 채운다는 대목에서는, 나누어 먹을 때 더 기뻐하는 분 같습니다. 이미 아홉 편에 사람과 세월이 가득합니다. 다음엔 어떤 음식이 어떤 장면을 데려올지, 계속 써 내려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이민영 작가가 쓴 9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빵순이의 아홉 조각 — 식빵에서 크루아상까지, 빵으로 더듬은 추억

지은이이민영
펴낸이이윤정
펴낸곳(주)에이치엘원
기획이윤정 (파이어북 여유당)
발행일2026-08-14 (초판 1쇄, 전자책)
판형전자책 (PDF / EPUB)
가격무료

Copyright © 이민영, HL1, 2026. Printed in Korea.

이 책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HL1이 저작권자와의 동의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인용하시거나 참고하실 경우 반드시 본사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책의 본문 9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여유당 오픈채팅방 입장 QR💬 여유당 오픈채팅open.kakao.com/o/g6xohpjg파이어북 책쓰기 프로그램 QR✍ 파이어북 책쓰기firebook.kr/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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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