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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50회차

뭐라도 채워져 있어야

빵 열 개에 담은 이십 년의 손맛

김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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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원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에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빵 열 가지를 썼다. 나는 빵을 즐겨 먹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빵 곁에서 오래 살았다. 군 전역 후에 제빵 학원을 다녔고, 고등학교 때부터 피자집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일이 이어져 20년 넘게 외식업에 몸담았다. 그래서 빵 하나를 떠올리면 맛만 떠오르지 않는다. 반죽하던 손, 손님과 얽힌 일, 어릴 적 슈퍼 앞 찐빵 기계까지 함께 따라온다. 이 책에는 그렇게 따라온 이야기를 담았다. 발효 시간과 오븐 온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무너지는 식빵 이야기를 썼고, 소시지빵이나 고로케처럼 뭔가 들어있어야 손이 가는 내 입맛도 적었다. 소보로빵을 두고 나와 딸의 취향이 갈리는 이야기도 넣었다. 한 편은 250자 남짓이다.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아침에 빵 하나 고르는 시간에 한 편씩 읽어도 좋다. 빵 열 개를 따라가다 보면, 빵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더 많이 보일 것이다.

목차

  1. 1식빵
  2. 2바게트
  3. 3베이글
  4. 4단팥빵
  5. 5소보로빵
  6. 6모닝빵
  7. 7찐빵
  8. 8피자
  9. 9크루아상
  10. 10샌드위치

01 · 50회차 1일차

식빵

군 전역 후에 제빵 학원을 다녔다. 제일 처음 배웠던 게 식빵이다. 재료를 섞어 반죽을 만든다. 빵틀에 넣고 발효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면 달군 오븐에 넣는다. 열이 고르게 닿도록 중간중간 방향을 돌려준다. 오븐에서 빵이 익어가는 냄새는 늘 고소하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을 꺼내보니 처음치고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였다. 조심스레 잘라보니 폭신한 식감에,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간단해 보여도 재료의 작은 오차 하나 허용하지 않는 게 식빵이다. 발효 시간과 오븐 온도,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모양이 무너진다. 작은 기본 하나하나가 결국 전체를 만든다.

02 · 50회차 2일차

바게트

10년 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였다. 손님이 바게트를 먹다가 이가 부러졌다. 바로 치과로 갔다. 다행히 속 깊이까지 다친 건 아니었다. 보험 접수를 했지만, 보상이 지급되려면 레스토랑에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보험사는 정상적인 음식을 먹다 이가 부러진 건 손님 부주의라고 판단해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치료비까지는 보상해드리기로 했다. 손님은 치료비 외의 무리한 보상금을 요구했다. 한 달을 시달리다 본사로 사안을 넘겼다. 협의를 보는 데 또 한 달이 걸렸다. 정성껏 만든 빵 하나에도 예상 못 한 일이 따라온다. 음식을 만드는 일에는 맛 말고도 책임져야 할 게 많다.

03 · 50회차 3일차

베이글

베이글을 먹어 본 적은 거의 없다. 빵을 즐겨 먹지도 않지만, 그나마 먹는 빵도 소시지빵이나 고로케처럼 뭔가 들어있는 쪽이다. 씹히는 재료가 있거나 조금 자극적인 맛이 더해져야 빵도 나와 어울린다. 빵 자체로만 있는 건 아무래도 나한테는 안 맞는다. 베이글은 안에 아무것도 없이 밍밍한 느낌이라 손이 잘 안 간다. 씹는 맛이야 있겠지만 그 자체로는 심심할 것 같다.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다는 것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먹어본 적은 없다. 카페 진열대에 놓인 걸 봐도 눈길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뭐라도 채워져 있어야 정이 간다.

04 · 50회차 4일차

단팥빵

어릴 때는 동네 빵집에 단팥빵이 흔했다. 여럿이 나눠 먹는 자리에도 단팥빵이 빠지지 않았다. 딱히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 손이 잘 안 갔다. 꾸덕한 팥 맛이 그리 좋지 않아 있어도 지나쳤다. 20대가 넘으면서 입맛이 조금 달라졌다. 굳이 찾지는 않아도 억지로 피하지도 않게 됐다. 필요하면 거부감 없이 집어 들었다. 간단히 배를 채우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빵 종류가 다양해지고 선택지가 늘면서, 이제는 다시 눈이 잘 안 간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결국 진짜 좋아하는 것만 남는다.

05 · 50회차 5일차

소보로빵

빵 종류가 많지 않던 시절엔 소보로빵을 제일 좋아했다. 소시지빵, 피자빵처럼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아무것도 안 든 소보로빵을 고르는 일은 점점 줄었다. 요즘엔 팥이나 크림을 채운 소보로빵도 나와서, 가끔 그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대형마트에도 팥소보로가 있는데 양이 많아 선뜻 손이 안 간다. 딸도 소보로빵을 제일 좋아하는데, 정작 다른 재료가 들어간 건 먹지 않는다. 나는 점점 다른 맛도 궁금해지는데, 딸은 처음 그대로가 좋다고 한다. 한결같은 것도, 자꾸 바뀌는 것도 다 나름의 취향이다.

06 · 50회차 6일차

모닝빵

자주 찾는 레스토랑에서는 식전빵으로 모닝빵이 나온다. 오븐에서 갓 구워 바로 내어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빵집에서 사 온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살짝 온기가 남은 빵에 시나몬 버터를 바른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부풀어 있다. 평소 즐기는 맛도 아닌데 그곳에서는 유독 손이 간다. 한 개면 될 걸 두 개씩 집어 먹을 때도 있다. 이러다 배가 불러 다른 음식을 못 먹을까 봐 손을 멈춘다. 아무것도 안 들어간 단조로운 빵인데도, 갓 구워냈다는 사실 하나로 이만큼 달라진다. 기본만 지켜도 이렇게 되는구나 싶다.

07 · 50회차 7일차

찐빵

겨울이 되면 곳곳에 찐빵이 깔린다. 어릴 때는 슈퍼 앞에 찐빵 찌는 기계가 놓여 있었다. 김이 올라오는 기계 앞을 지나칠 때마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발이 멈췄다. 유리문 너머로 찐빵이 층층이 쌓여가는 걸 구경하는 것도 재미였다. 전자레인지가 없던 시절엔 밥솥에 넣어 쪄 먹기도 했다. 뚜껑을 열면 밥과 함께 찐빵 냄새도 함께 퍼졌다. 집에서 찌기 번거로울 땐 이미 쪄 놓은 찐빵을 사 오기도 했다. 슈퍼 앞 찐빵 기계도, 밥솥에 쪄 먹던 방식도 이제는 찾기 어렵다. 편해진 만큼 어딘가는 비어간다.

08 · 50회차 8일차

피자

고등학교 때부터 피자집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국내에 피자가 막 유행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이어져 군 전역 후에도 외식업으로 직장을 잡았다. 그 뒤로 20년 넘게 평생을 외식업에서 일했다. 일하는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를 잘못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후회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부터 쌓아온 경험이 나를 전문가로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있을 땐 후회했지만, 평생 나를 지탱해 준 고마운 일이었다. 지금 하는 일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눈앞의 일부터 소중히 여겨야 한다.

09 · 50회차 9일차

크루아상

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빵에는 좀처럼 손이 안 간다. 손으로 집어 먹는 것도 사실 그리 편하지 않다. 그런데 크루아상만은 예외다. 포크로 자르는 것도 아니고, 손에 들고 그냥 베어 먹는 것도 아니다. 겹겹이 쌓인 층을 한 겹씩 찢어가며 먹어야 제맛이 난다.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지는 게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한 겹씩 떼어낸다. 그렇게까지 해서 먹는 이유는 조화로운 맛 때문이다.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 은은한 버터 향으로 만든 사람의 수고가 와닿는다. 층을 내고 말아 만든 하나씩의 결이, 먹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10 · 50회차 10일차

샌드위치

샌드위치는 바쁜 아침에 즐겨 찾던 메뉴다. 출근길 중간에 빵집에 들러 가장 집기 편한 걸로 하나 든다. 한입 크기로 잘려 있으면 더 좋다. 렌지에 데우지 않아도, 따뜻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내용물이 깔끔하게 들어가 있어 여기저기 흘릴 일도 없다. 차 안에서 먹기에도 편하고, 냄새도 거의 안 나서 여러모로 손이 간다. 하나만 먹어도 아침 한 끼로 충분하다. 하지만 평소에 직접 만들거나 굳이 찾아 먹지는 않는다. 바쁜 아침이 아니면 굳이 생각도 안 난다. 필요한 시간과 상황이 맞을 때만 손이 가는 음식이다.

나가는 글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 편을 모두 발행했다. 처음엔 빵 이름만 적어놓고 무슨 말을 쓸까 막막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빵 하나마다 기억이 딸려 나왔다. 손님이 바게트를 먹다 이가 부러졌던 일, 밥솥에 찐빵을 쪄 먹던 시절, 후회했다가 고맙게 여기게 된 20년의 일. 쓰기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일들이다. 쓰면서 다시 보게 됐다. 음식을 만드는 일에는 맛 말고도 책임져야 할 게 많다는 것도, 기본만 지켜도 갓 구운 모닝빵처럼 달라진다는 것도 글로 옮기고 나서 더 또렷해졌다. 눈앞의 일부터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마음도 그렇다. 오늘 5분이면 한 편을 쓸 수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 빵 하나면 충분했다. 열흘을 함께 달린 50회차 동료들과, 이 자리를 마련해 준 여유당에 고맙다. 덕분에 끝까지 썼다.

글이 말해주는 김한조 작가

김한조 작가는 오래 음식 곁에서 살아온 사람 같습니다. 빵 하나를 이야기하는데 반죽하던 손, 손님과 얽힌 일, 20년 외식업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옵니다. 그냥 먹는 사람은 이렇게 못 씁니다. 만들어 본 사람만 아는 것들이 문장 사이에 배어 있습니다. 안에 뭐가 들어있어야 손이 간다는 말을 여러 번 하시는 걸 보면, 담백한 것보다 채워진 것에 정을 두는 분인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갓 구운 모닝빵 앞에서는 기본만 지켜도 이렇게 되는구나 하고 감탄하십니다. 후회했던 일을 두고 결국 고마운 일이었다고 적는 대목에서는, 지나온 시간을 미워하지 않고 품는 마음이 보입니다. 빵 열 개에 이만큼 담으셨으니, 남은 아흔 개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따라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 글은 김한조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뭐라도 채워져 있어야 — 빵 열 개에 담은 이십 년의 손맛

지은이김한조
펴낸이이윤정
펴낸곳(주)에이치엘원
기획이윤정 (파이어북 여유당)
발행일2026-08-14 (초판 1쇄, 전자책)
판형전자책 (PDF / EPUB)
가격무료

Copyright © 김한조, HL1, 2026. Printed in Korea.

이 책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HL1이 저작권자와의 동의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인용하시거나 참고하실 경우 반드시 본사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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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