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7회차
고기 앞에서 아들은 지갑을 걱정했다
실컷 먹으라는데 '금액 많이 나와도 괜찮아요?' 묻던 아이 — 고기 한 점에 배어든 가족의 시간
김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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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이 책은 7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8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힘나는 고기」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01 · 47회차 1일차
삼겹살
고등학교를 마치고 공구상가에서 일했다. 쇠 냄새, 기름 냄새 가득한 곳이었다. 창고 정리라도 하는 날엔 무거운 짐을 하루 종일 옮겨야 했다. 사장님은 그런 날 저녁을 사주셨다. 지하 식당, 호일 깔린 철판 위. '치익'하는 소리로 구워지는 냉동 삼겹살. 쓴 소주 한 잔이 온몸의 피로를 녹여줬다. 삼겹살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특별한 날에도 언제나 어울리는 음식이다. 지금은 생삼겹살이 당연하지만 그때는 냉동이 전부였다. 언제부터인가 냉동 삼겹살이 다시 유행을 탄다. 냉삼의 맛보다 지난 시절이 그리운 게 아닌가 싶다.
02 · 47회차 2일차
스테이크
주방에서 직접 대면하고 판매하는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코너를 담당했다. 고객이 종류를 선택하면 익힘 정도를 물어보고 그릴에 굽기 시작한다. 대여섯 명까지는 수월하다. 얼굴, 고기 종류, 익힘 정도. 전부 기억한다. 열 명이 넘어가면서부터는 헷갈려 초집중한다. 이때 주문하지 않은 사람이 대신 받으러 오면 대혼란이 온다. '이 사람이 뭘 주문했지? 기억에 없는데?' 주문표를 확인하고 일단 내어준다. 애써 잡고 있던 기억은 한 번에 사라진다. 이제부터는 누가 누구 건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돌고 돌다 보면 어느새 자리를 찾는다. 살아가며 꼬이는 일이 있어도 일상에 다시 집중하다 보면 결국 풀린다.
03 · 47회차 3일차
장어구이
아들이 초등학교 5~6학년쯤의 일이다. 저녁으로 장어를 먹으러 갔다. 한창 클 나이에 뭐든 잘 먹던 때였다. 통통하게 구워진 장어를 맛있게도 먹었다. 1인분씩을 다 먹고 나서 더 먹겠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쭈뼛쭈뼛 물어왔다. "더 먹어도 돼요? 금액이 많이 나와도 괜찮아요?" 너 먹는거에 돈 아깝다고 생각한 적 없으니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했다. 얼굴이 금방 밝아지더니 양껏 먹고서야 나왔다. 아들은 왠지 끝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장어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 주머니 사정을 걱정했던 게 기특했다. 지금은 군에 있는 아들, 휴가 나오면 장어를 배불리 먹으러 가야겠다.
04 · 47회차 4일차
치킨
가끔씩 닭다리를 잔뜩 사다가 직접 튀긴다. 미리 염지를 해도 좋지만 신선한 재료는 바로 튀겨도 충분히 맛있다. 기름을 넉넉히 올리고 온도계를 보며 온도를 맞춘다. 치킨 파우더에 케이준 시즈닝을 조금 섞어 반죽을 입힌다. 달콤하고 매콤한 향이 배어든다. 기름에 넣는 순간부터 냄새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타이머 4분이 울리면 한 번 건져낸다. 초벌로 건져낸 치킨을 다시 넣고 또 4분. 치킨이 접시 가득 쌓인다. 집안은 이미 치킨집이다. 아이들은 다음 날까지도 남은 걸 데워 먹는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가보다. 치킨처럼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일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째, 아직 질리지 않는다.
05 · 47회차 5일차
찜닭
찜닭이 유행한 지도 꽤 됐다. 간장 양념에 달달하고 매콤한 맛이 어우러졌다. 두껍고 넙적한 당면 식감도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닭과 감자, 당면이 진하게 윤기 나는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찜닭 브랜드들이 연이어 생기며 곳곳에 문을 열었다. 저마다 원조를 내세우며 경쟁했고, 줄을 서서 먹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때 브랜드들을 잘 보지 못한다. 유행이 지난 건지, 내가 관심이 없어서 눈에 안 띄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수도 있다. 한때 뜨거웠던 것들이 어느 순간 조용해진다. 음식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
06 · 47회차 6일차
오리고기
아이들은 양념 없이 구운 오리고기도 잘 먹는다. 아들은 흑마늘 양념을 입힌 쪽을 유독 좋아한다. 외갓집 식구들을 만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오리고기집으로 향한다. 팔순이 가까운 장인어른부터 처남네 막내 조카까지, 삼대가 한 상에 둘러앉아도 메뉴 걱정이 없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상 위를 채운다. 다 먹고 나면 죽 한 그릇도 더해진다. 숯불 속 호일에 싸둔 고구마도 빠지지 않는다. 집에서는 손도 안 대던 딸아이가 고구마를 까서 먹는다. 함께하는 자리가 입맛도 바꾼다.
07 · 47회차 7일차
생선구이
속초에 가면 항상 생선구이집을 찾았다. 테이블 위 화로에 숯불을 올리고, 생선을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 신기했다. 대략 여덟 가지 정도의 다양한 생선이 올라와 골라 먹는 재미가 컸다. 매년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었다. 10년 전쯤부터 발길이 뜸해졌다. 가격이 갈 때마다 올라 있었다. 처음엔 조금 올랐나 했지만, 해가 갈수록 폭이 달라졌다. 그러면서 주변엔 먹을 곳도 늘었다. 처음 느꼈던 신선함도, 그 집만의 특별함도 이제는 없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한 것도, 시들해지면 결국 값을 따지게 된다. 다른 선택들도 다르지 않다.
08 · 47회차 8일차
돈가스
어릴 때 집에서 먹던 돈까스는 고기를 갈아 만든 냉동제품 뿐이었다. 갈은 고기를 얼려놓은 수준이지만 케찹에 찍으면 나름 맛있었다. 초등학교 때 처음 경양식집을 가보았다. 얇게 편 고기에 바삭한 튀김옷, 부드러운 데미글라스 소스까지, 그곳의 돈까스는 다른 음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일본식 돈까스가 유행했다. 두툼한 안심, 등심 중에 골라가며 먹었다. 치즈를 넣거나 맵게 만들거나 점점 종류도 늘었다. 이제는 마트에서도 통살 냉동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예전 맛이 그립다. 마트에 가면 일부러 갈아만든 제품을 집어 올 때도 있다. 품질은 좋아졌어도, 잊히지 않는 맛은 따로 있다.
나가는 글
열흘 중 8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힘나는 고기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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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한조
김한조.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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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고기 앞에서 아들은 지갑을 걱정했다 실컷 먹으라는데 '금액 많이 나와도 괜찮아요?' 묻던 아이 — 고기 한 점에 배어든 가족의 시간 발행일 2026년 7월 10일 지은이 김한조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7회차 · 7월 1일–7월 10일 · 8편 ⓒ 2026 김한조.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단으로 전재·복제·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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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7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