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8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흘 동안 열 편을 썼다. 식빵으로 시작해 샌드위치로 끝나는, 빵 열 가지 이야기다. 왜 빵이었을까. 엄마가 사 오던 옥수수 식빵부터 시작한 걸 보면, 빵은 그냥 먹을거리가 아니라 곁의 기억이었던 것 같다. 혈육 김군이 대전에서 사 온 빵, 지인이 알려준 베이글 칼로리, 전통시장 만두집의 하얀 김. 빵마다 사람이 붙어 있다. 다양한 빵을 두루 좋아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자리가 있다. "역시 단팥빵이 제일 맛있는 나를 발견한다"고 썼다. 호빵도 찐빵도 붕어빵도 단팥파다. 화려한 걸 다 맛보고도 담백한 자리로 돌아오는 마음이 열 편에 흐른다. 한 편은 250자 남짓,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출출할 때 한 편씩 읽어 보시길. 다 읽고 나면 단팥빵 하나가 먹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01 · 50회차 1일차
식빵
엄마는 노란 옥수수 식빵을 좋아했다. 늘 건포도가 박힌 옥수수 식빵을 사 왔다. 달짝지근하면서 종종 씹히는 건포도의 새콤함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들었다. 새하얀 우유식빵은 보드랍고 말랑하고 촉촉해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그냥 먹게 된다. 사자마자 곧장 2~3장은 먹는데 살짝 굳으면 구워서 토스트로 먹는다. 밤식빵도 좋아한다. 결대로 찢어지는 하얀 식빵 사이에 달달하고 노란 밤알갱이들이 별처럼 박혀있는데 서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식빵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브랜드의 식빵가게가 동네에 문열었다. 가격은 엄청나게 비쌌지만 맛만큼은 '과연 이 가격 받을만하네!'라며 인정하고 말았다.
02 · 50회차 2일차
바게트
빵집 이미지 중 원탑이 아닐까? 빵집에 가면 늘 바구니에 담긴 모습으로 기억되는 바게트 처음엔 이건 빵이 아니라 몽둥이라고 착각했다. 정말 먹을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의 딱딱함. 바게트는 어떻게 먹는 걸까? 마늘과 버터를 발라서 구운 마늘바게트를 먹고 나서 바게트의 맛에 눈을 떴다. 역시 마늘의 민족답다. 본고장 프랑스 사람들은 손으로 뜯어서 커피나 수프에 적셔서 먹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딱딱한 빵을 오래 씹어 먹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그렇게 긴 것일지도 모른다. 마늘바게트가 아니라면 바게트 그 자체로는 사 먹지 않는다. 다른 말랑하고 달달한 빵도 많으니까. 누군가 선물로 준다면 감사히 먹겠다.
03 · 50회차 3일차
베이글
"그거 알아? 베이글은 생각보다 칼로리가 높다?" 밥 대신 고른 베이글을 바라보며 지인이 알려주었다. 몰랐다. 설탕도 버터도 넣지 않고 밀가루, 물, 소금, 효모만 들어갔을 뿐인데 칼로리가 그렇게 높다니!! 그냥 먹으면 밋밋하고 다소 퍽퍽한 까닭에 크림치즈나 생크림만 발라먹어도 식사 한 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정말 작정하고 먹는다면 샌드위치처럼 다양한 토핑을 넣어먹는 게 낫다. 그래서 베이글을 먹어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딱 맛만 봤다. 한창 베이글이 유행하던 시절에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맛만 봤다. 기왕 살찌는 빵이라면 다른 맛난 빵도 많으니까!
04 · 50회차 4일차
단팥빵
어릴 적 가장 좋아한 빵은 단팥빵이었다. 하얀 앙금빵도 완두앙금빵도 아닌 설탕에 조린 새빨간 팥을 넣은 단팥빵이 제일 맛있었다. 겨울의 별미 호빵과 붕어빵도 단팥파를 고집했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토핑이 든 맛있는 빵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점점 고급진 맛에 익숙해지면서 심지어 단팥빵은 '나이 드신 분이나 먹는 빵'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단팥빵이 찾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그 나이 드신 분이 된 것이다. 이 빵 저 빵 다 먹어보아도 역시 단팥빵이 제일 맛있는 나를 발견한다.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회귀하듯 나 또한 모든 빵의 차원을 건너 다시 단팥빵으로 회귀한 참이다.
05 · 50회차 5일차
소보로빵
엊그제 혈육인 김군이 휴가를 맞아 대전의 유명 빵집을 다녀왔다며 어렵게 구한 케이크와 빵을 하사했다. 실물을 영접한 나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시그니처인 튀김소보로는?" 어허, 적반하장일세! 단팥빵의 단맛에 살짝 질릴 쯤이면 소보로빵의 소보로를 뜯어먹었다. 이 빵은 그 부분이 적당히 달콤하기에 다 뜯어먹고 나면 밋밋한 빵이 된다. 종종 소보로 부분만 뜯어 먹힌 빵이 발견되면 서로 누가 범인이냐며 따지기도 했다. 소보로는 일본어 'そぼろ'가 기원으로 고기를 갈아서 잘게 볶은 상태를 뜻한다. 예전에 소보로빵은 다른 명칭으로 불렸는데 종종 어르신들이 '곰보빵'이라고 칭한다. 그래서 튀김소보로는 어떻게 되었냐면 혈육 김군이 다 먹어치웠단다. 흠, 결국 대전으로 빵지순례를 떠나야 하나?
06 · 50회차 6일차
모닝빵
생각보다 아침에는 먹지 않는 모닝빵 모닝빵은 점심과 저녁 사이 식사와 식사 사이 간식으로 자주 먹게 된다. 모닝빵은 모든 빵의 기본점 같다. 일단 우유, 달걀, 버터를 넣고 만들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뭘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잼을 바르든 에그마요를 넣든 햄과 치즈를 넣든 다양한 토핑의 샐러드를 넣어도 다 맛있다. 한번 장난 삼아 모닝빵에 떡갈비를 넣었더니 마치 미니 햄버거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 수프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가끔 라면 국물이랑 같이 먹을 때도 있다. (좀 괴식인가?) 샌드위치로 식빵 2장을 먹기엔 조금 부담스럽기 때문에 식빵 대용으로 모닝빵을 구입한다. 비상식량용으로 딱 좋다.
07 · 50회차 7일차
찐빵
겨울엔 언제나 호빵이다. 전용찜기에서 갓 꺼낸 호빵을 양손으로 주고받으며 한입 베어 물면 포슬포슬한 빵과 달달한 단팥이 추위를 잊게 한다. 호호 불어 먹어서 호빵일까? 전통시장엘 가면 새하얀 김을 뿜어대는 만두집이 있다. 만두만 파는 게 아니라 찐빵도 있다. 호빵과 달리 찐빵은 피가 쫄깃하다. 만두 속에 단팥을 넣은 느낌이랄까? 호빵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찐빵이나 호빵이나 단팥만 있는 게 아니다. 고기와 야채도 넣고 치즈와 피자토핑을 넣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는 단팥 뿐이다. 호빵은 겨울 한정인 반면 찐빵은 사계절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한여름에 호빵이 먹고 싶을 때 찐빵을 먹는다.
08 · 50회차 8일차
피자
피자는 왜 비쌀까? 처음 피자를 사 먹었을 때 궁금했다. 그냥 납작한 빵에 토마토소스 바르고 채소와 고기, 햄 등 토핑 조금 얹고 치즈를 뿌려서 구웠을 뿐인데 가격이 이해가 안 되는데? 그때는 몰랐다. 당시에 치즈가 비쌌다는 걸. 피자는 어지간해서 맛없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꼭 챙겨 먹을 정도는 아니다. 최근 이웃동네에 가성비 좋고 정말 맛있어서 줄 서서 먹는 피자가게가 생겼다는 걸 알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서 줄 서서 먹을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는 정도? 그래도 좋아하는 피자를 꼽으라면 고르곤졸라피자다. 아니면 가장 보편적인 콤비네이션 피자. 사실 피자보다는 사이드로 먹는 오븐스파게티 쪽이 더 끌린다.
09 · 50회차 9일차
크루아상
크루아상은 예민한 빵이다. 잘못 건드리면 가루가 날린다. 웨하스와 후렌치파이, 쿠크다스 다음으로 차 안에서 먹어서는 안 되는 간식이다. 버터에 반죽을 겹겹이 쌓아서 구운 빵이라 결대로 찢어먹는 재미가 있지만 어쩐지 1개 이상 먹기에는 질린다. 맛잘알 한국인은 그 특유의 식감을 이용해 크루아상으로 크룽지도 만들어 먹는다. 집에서 크룽지를 해 먹으려고 크루아상 냉동생지와 와플메이커를 구입했지만 딱 한번 크루아상을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어 보고 아직 와플메이커는 박스도 뜯지 않았다. 이미 유행도 지나갔건만 언제 해 먹게 될지.
10 · 50회차 10일차
샌드위치
샌드위치는 한 손에 들고 먹기 좋도록 만들어졌다. (도박을 좋아하는 귀족이 만들었다) 하지만 넉넉한 인심을 가진 한국인들은 음식이 모자라 배곯는 건 못 참는다. 샌드위치의 속을 어찌나 꽉꽉 채워 넣었는지 뚱뚱해진 샌드위치는 한 손으로 들고 먹긴 어렵다. 바삭하게 구워 잼만 발라도 되는 토스트와 달리 샌드위치는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간다. 양상추와 햄, 치즈 등 무엇이든 넣으면 샌드위치 하나만으로 배가 든든해진다. 냉장실 속 시들어가기 시작한 양상추를 발견한다. 그러면 냉동실에 넣어둔 식빵을 해동시켜 양상추를 깔고 달걀프라이에 햄과 치즈를 곁들여 소스를 뿌린 후 간단하게 그날의 일용할 양식으로 즐긴다.
나가는 글
열흘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 편을 모두 발행했다. 빵 열 가지를 하나씩 골라 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샌드위치까지 왔다. 처음엔 그냥 좋아하는 빵을 적으려 했는데, 쓰다 보니 빵보다 사람과 기억이 더 많이 나왔다. 엄마의 옥수수 식빵, 소보로만 뜯어 먹고 누가 범인이냐 따지던 일, 크룽지 만들겠다고 사 놓고 박스도 안 뜯은 와플메이커. 빵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내 이야기였다. 한 가지를 정하고 매일 쓰면 그 사이로 나머지가 딸려 나온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 오늘 5분, 한 편이면 충분하다. 좋아하는 것 하나만 붙들고 써 보시길. 열흘 함께 달린 시즌 6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다. 덕분에 빵 한 바구니를 다 채웠다.
글이 말해주는 플로라 작가
플로라 작가는 좋아하는 걸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같습니다. 빵 하나를 두고 식감, 유래, 곁들여 먹는 법까지 찬찬히 짚습니다. 소보로가 일본어에서 왔다는 것, 샌드위치를 도박 좋아하는 귀족이 만들었다는 것까지 이야기에 슬쩍 얹는 걸 보면, 아는 걸 나누는 재미를 아는 분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돌아올 줄 아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온갖 빵을 맛보고도 "역시 단팥빵이 제일 맛있는 나를 발견한다"고 쓰고, 호빵도 찐빵도 단팥만 고집합니다. 화려한 걸 겪고도 담백한 자리로 돌아오는 마음이 열 편 내내 흐릅니다. 엄마의 옥수수 식빵, 혈육 김군의 빵 선물처럼 곁의 사람도 빵 사이에 함께 담깁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 하나로 열 편을 채우는 분이니, 다음엔 어떤 100개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이 글은 플로라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다시 단팥빵으로 — 온갖 빵을 건너 결국 돌아온 자리, 빵 열 가지 이야기
Copyright © 플로라, HL1, 2026. Printed in Korea.
이 책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HL1이 저작권자와의 동의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인용하시거나 참고하실 경우 반드시 본사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write, share, enjoy!
플로라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