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51회차. 8월 11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흘 동안 과자 열 개를 썼다. 과자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과자만 있는 게 아니다. 새우깡에 손이 계속 가는 것처럼 오 년째 매일 손이 가는 책 이야기가 나오고, 포카칩을 덥석 사는 손끝에 어릴 적 아껴 사던 기억이 겹친다. 호기심이 생겨야 시작한다는 마음도, 먹는 것 하나에도 나만의 기준이 있다는 고집도 그대로 담겼다. 무엇보다 오빠가 자주 등장한다. 초코파이를 똥으로 만들어 먹던 휴가, 용돈 모아 오징어땅콩 앞에서 실랑이하던 날들. 과자를 고르는 손끝마다 그 시간이 배어 있다. 한 편은 250자 안팎이다. 읽는 데 1분이면 된다. 과자 하나 집어 먹듯 가볍게 한 편씩 넘겨 보시길. 다 읽고 나면 과자보다 사람이 남는다. 그 담백한 맛을 약속한다.
01 · 51회차 1일차
새우깡
과자는 잘 사먹지 않는다. 그래도 추억의 과자가 있다. 새우깡을 빼먹을 수 없다. 광고 한 구절은 지금도 회자된다. "손이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가~" 바삭바삭 소리에 광고처럼 손이 계속 간다. 한 웅큼 먹고, 우유먹고, 또 한 웅큼 먹고 우유먹고. 이 정도면 세뇌됐을지도 모르겠다. 절반도 못 먹고 입 천장 까져서 손을 멈춘다. 강제 종료다. 봉지를 고이 접어 공기를 차단한다. 몇 시간 딴짓한다. 입이 심심하다. 남겼던 새우깡을 다시 찾는다. 손이가는 매력이 새우깡 뿐이랴. 책도 있다. 오 년 가까이 매일 손이 가고있다. 인문, 경제, 경영을 포함해서 내가 하고있는 전공까지 다양하다. 손이 가다보면 새우깡이 출시 해서 지금까지 사랑받듯이, 책도 오래 함께하면 좋겠다.
02 · 51회차 2일차
포카칩
2000년대초 포카칩은 비쌌다. 큰 마음 먹어야 살 수 있는 과자였다. 그 당시 얇은 감자칩이 포카칩밖에 없었다. 감자칩은 빵빵한 봉지에 절반도 들어있지 않았다. 공기값인 거냐고 불만을 토했다. 결과는 달라질리 없지만. 과자 두 개 살 수 있는 가격으로 포카칩을 산다. 과자봉지를 뜯으면, 푸시시 공기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 개씩 들고, 한 입에 넣지 못하고 조금씩 먹는다. 짭짤한 감자맛이 조금 느껴진다. 감질맛 난다. 2026년에 달라진 점이 있다. 포카칩을 덥석산다. 워낙 과자값이 비싸서 포카칩만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과자양은 인색하다. 그럼에도 조각내서 먹지않고 두 새개 집어서 한 입에 넣는다. 와그작. 이 맛이다. 짭짤한 감자맛이다. 어렵게 사던 물건을 덥석 산다는건 기분 좋은 일이다.
03 · 51회차 3일차
꼬북칩
최근에 나온 과자들 중에 내 입맛을 사로잡은 과자다. 씹는맛이 좋다. 바사삭 소리가 귀를 즐겁게한다. 한 입에 쏙 들어오는 크기가 먹기 편해서 좋다. 때때로 다양한 맛이 나오는 듯 하다. 나왔다가 단종된 맛들이 있다. 인절미맛 즐겨먹었는데, 어느순간 보이지 않는다. 녹차맛도 안보인다. 얼마 전에 꼬북칩 바베큐맛을 먹었다. 몇 개 먹지 못하고 질려버렸다. 좋아하는 과자여서 새로운 맛이 보이면 사먹어 보곤 한다. 경험하는 일이여서 그렇다. 맛이 그려지면 궂이 사먹진 않는다. 호기심이 든다면 시도해 볼만하다. 먹어보고 아니면 그만. 먹었는데 내 마음에들면 또 먹고, 질리지 않으면 계속 간다. 뭐든 호기심이 생겨야 시작한다. 의무감, 책임감으로 시작하는건 사회생활로 족하다. 그 외에는 나 편한 세상에 살란다.
04 · 51회차 4일차
허니버터칩
허니버터칩은 왜 인기있었을까? 어떤 매력이었나? 이제껏 과자계에서 못 먹어본 맛이라서 그런가? 선풍적인 인기에 구하기 힘들었던 과자로 기억된다. 내가 알고 있는 과자 중에 그런 적 없었다. 유행이 지나고 허니버터칩을 먹었다. 거의 과자이름을 잊고 있었다. 하루는 가게에 갔더니 허니버터칩이 눈에 띄었다. "어? 있네?" 허니버터칩을 사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봤으니 궁금해서 사 먹어봐야지. 기대감이 최고다. 봉지를 뜯자 버터향이 진하다. 포카칩처럼 얇은 감자칩이다. 큰 조각을 입에 넣었다. 허니맛은 어디갔나? 버터때문인지 느끼하다. 결국 남겼다. 인기있는 과자가 무색하다. 나는 대중적인 입맛과 다른가. 버터도 좋아하고 꿀도 좋아한다. 단지, 많이 먹지 못 할 뿐이다. 그러니 과자도 그럴수밖에 없나보다.
05 · 51회차 5일차
초코파이
초코파이 똥을 아는가? 오빠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때로 기억한다. 맛있는거 알려주겠다며 초코파이를 사오란다. 오빠한테 초코파이를 내밀었다. 오빠 왈. "봉지안에 공기를 빼기 위해서 살짝 뜯어. 그 다음 마구잡이로 주물럭거리면돼. 뭉쳐질때까지 계속 반복해." 응? 전혀 이해가 되지않았다. 뒤에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됐다. 내가 이해못할 표정으로 쳐다보는걸 알았는지 오빠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빠가 초코파이 봉지를 내민다. 봉지 몰골이 처참했다. 빳빳하고 깨끗했던 봉지는 어디가고 쭈굴쭈굴한 봉지만 남았다. 봉지를 뜯었다. 봉지 안에 똥이 들어 있었다. 시선강탈이다. 조심스레 한 입 먹었다. 초코파이 그대로 먹는것보다 똥으로 만들어 먹으니 더 맛있다고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일까?
06 · 51회차 6일차
몽쉘
초코파이랑 생긴게 비슷해서 맛도 비슷할까? 웬걸. 다르다. 식감이 이렇게 부드러울수 있나? 초코파이 안에는 마시멜로고 몽쉘 안에는 크림이다. 빵부분도 다르다. 초코맛도 다르다. 부드러움이 어색해서 몽쉘에 손이 안갔다. 만약, 진한 초코맛을 느끼고 싶다면 선택한다. 하지만 보통 후순위로 밀린다. 현재 사무실 서랍 안에 몽쉘이 하나 있다. 3주전쯤 동료가 먹으란다. 출근해서 서랍을 열면 바로 보인다. 그럼에도 먹고싶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당이 떨어진 기분이 들거나, 먹을게 없을 경우, 그때가 되면 먹으려나? 이러다 유통기간 가까이 다가와서 배우자에게 넘길지도 모르겠다. 그 전까지 서랍속에 고이 잠들어 있을테다. 까탈스러움이 또 발동한다. 먹는것도 예외가 없다. 나만의 기준이다.
07 · 51회차 7일차
홈런볼
왜 홈런볼인지 이름에 호기심을 두지않았다. 봉지를 뜯으면 플라스틱 통 안에 왕사탕만한 과자가 들어있다. 뜯자마자 먹느라 바쁘다. 슈 빵의 작은 버전이랄까. 일반 생크림이 들어있었다면 먹지 않았을테다. 초코가 들어있어 달달한 과자가 생각날때 선택한다. 남기는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과자다. 편의점에서 초코가 아닌 다른 크림이 들어있는 버전도 봤다. 그래도 초코맛만 사먹는다. 어떤 면에서 생각이 유연하곤 하는데, 홈런볼만큼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부정적이다. 초코 보다 더 나은 맛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얼마전 유행했던 녹차크림이나, 우베크림 ? 생각만 해도 별로다. 녹차를 좋아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세상엔 어울리는게 있고 어울리지 않는게 있다. 바로 조화다.
08 · 51회차 8일차
빼빼로
오독오독. 초코 묻은 막대가 순시간에 없어진다. 감질맛 나서 여러개 집고 먹는다고 더 맛있지 않다. 11월 10일. 학창시절, 주고싶은 사람에게 줄 빼빼로를 산다. 덤으로 내가 먹을 것도 한 개 산다. 아몬드 빼빼로, 누드 빼빼로 종류도 가지가지다. 그 날이 아니면 사먹는 날이 드물다. 11월 11일. 교실에 가면 서로 빼빼로 교환하기 바쁘다. 정성 들인다고 포장도 하고 편지도 썼다. 빼빼로 교환이 평생갈 줄 알았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거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습관처럼 주고 받았던거 같다. 사회생활 시작하고 추억을 살려볼 요량으로 같은 사무실 쓰는 동료들에게 전달한다. 마음전달은 시기가 정해져있지 않다. 이 날이라서 보다, 그때 그때 진심으로 전할 때 통하는게 아닐까?
09 · 51회차 9일차
콘칩
어릴 땐 옥수수를 잘 먹었는데, 성인되고나서 옥수수를 잘 안먹는다. 눈앞에 있어도 안먹는다. 갓 찐 옥수수가 있으면 반쪽 먹을까 말까다. 그러니 옥수수맛 과자는 더 손이 안간다. 좋아하는 과자 순위에 들어있지 않다. 그러다 한번씩 손이 갈 때가 있다. 여러명이서 놀러갈때 사가는 과자에 콘칩이 있다. 사온 과자를 나눠서 담는다. 콘칩도 있고, 초코칩도 있고, 다양하다. 앞에 놓아진 과자를 한 개 두 개 입에 넣다보면 과자가 전부 사라져있다. 콘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뻘쭘하다. 행동과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좋아서 먹었다기 보다, 있으니까 먹었다가 맞다. 입이 심심해서, 먹다보니, 등등 이유도 많다. 좋아하는 과자와 싫어하는 과자 두 가지로 나눌 수 없다. 세상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10 · 51회차 10일차
오징어땅콩
일명 '오땅'이라고 불렀다. 견과류를 조금만 먹어도 탈나니 땅콩 과자도 예외는 아니다. 어릴때 친오빠랑 용돈 모아서 과자를 사먹곤 했다. 오빠 좋아하는거랑 내가 좋아하는걸 사먹었다. 가끔 오빠가 오징어땅콩을 사면 아쉬웠다. 내가 식탐이 있어서다. 좋아하지 않는 과자가 있으면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종종 오징어땅콩 말고 다른거 먹으라고 오빠를 설득했다. 오땅보다 맛있는 과자가 있다며, 초코칩 쿠키 어떻냐며 물었다. "니 맘대로 해라." 허락이 떨어지면 헤벌쭉. "싫은데." 부정적이면 시무룩. 지금은 내가 먼저 오빠한테 말한다. "오빠야. 오땅 묵을래?" 오빠는 여전히 대답이 똑같다. 그때와 반응이 다르다. 오빠 대답이 어떻든, 오징어땅콩 하나랑 내가 좋아하는 과자 하나랑 사면 그만이니까.
나가는 글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 편을 모두 발행했다. 과자 열 개를 다 채웠다. 처음엔 그냥 과자 이야기였다. 그런데 쓰다 보니 과자 뒤에 있는 것들이 딸려 나왔다. 손이 가는 것과 안 가는 것을 가르는 나만의 기준, 새로운 맛 앞에서의 호기심, 그리고 자꾸 돌아오는 오빠. 과자 하나로 이렇게 많은 게 나올 줄 몰랐다. 좋아하는 과자와 싫어하는 과자 두 가지로만 나눌 수 없다는 걸, 열 편을 쓰고 나서 더 또렷이 알았다. 세상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읽는 분께 말하고 싶다. 오늘 5분, 한 편이면 된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다. 손에 잡히는 과자 하나면 글이 시작된다. 함께 열흘을 달린 51회차 동료들과 여유당에 고맙다. 혼자였다면 열 편을 채우지 못했을 것이다.
글이 말해주는 김유진 작가
김유진 작가는 기준이 분명한 사람 같습니다. 허니버터칩이 유행해도 느끼하면 남기고, 홈런볼은 초코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몽쉘은 서랍에 몇 주째 두고도 손이 안 간다고 솔직하게 적습니다. 남의 인기나 유행보다 내 입맛을 믿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많습니다. 새 맛이 보이면 일단 사먹어 보고, 아니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먹어보고 판단하는 사람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글마다 오빠가 돌아옵니다. 초코파이 똥을 알려주던 오빠, 오징어땅콩 앞에서 실랑이하던 오빠. 지금은 먼저 오땅 먹자고 묻는 걸 보면, 그 정을 오래 품고 있는 사람 같습니다. 과자 하나에도 이렇게 이야기가 딸려 나오니, 다음엔 또 무엇이 손끝에서 풀려나올지 궁금합니다.
이 글은 김유진 작가가 쓴 10편을 AI가 읽고 쓴 것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글에서 읽힌 인상입니다.
손이가요 손이가 — 과자 열 개에 딸려 나온 나의 기준과 오빠
Copyright © 김유진, HL1, 2026. Printed in Korea.
이 책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HL1이 저작권자와의 동의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인용하시거나 참고하실 경우 반드시 본사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책의 본문 10편은 저자가 직접 썼습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 「글이 말해주는 작가」는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AI가 쓰고 저자와 편집부가 다듬었습니다.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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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1회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