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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NAO · 시즌 6 「나의 음식 100개」 · 45회차

국물 한 그릇이 나를 일으켰다

입맛도 마음도 잃은 날, 뜨끈한 국 한 술이 다시 걸어 나갈 힘이 되었다

이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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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북

들어가는 글

이 책은 6월 11일부터 6월 20일까지 하루 5분씩 쓴 7편의 기록입니다. 저는 ______ 때문에 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뜨끈한 국물」 주제가 하나씩 도착했습니다. 미역국과 콩나물국를 만난 날은 ______. 한 편에 250자, 읽는 데 1분이면 충분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펴도 괜찮아요. 다 읽고 나면, ______하고 싶어질 겁니다.

밑줄(______)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들어갈 자리예요. ✍ 댓글로 채워 보내기

목차

  1. 1미역국
  2. 2콩나물국
  3. 3북엇국
  4. 4소고기무국
  5. 5떡국
  6. 6삼계탕
  7. 7육개장

01 · 45회차 1일차

미역국

미역국은 내게 ‘성장’의 다른 이름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 남편은 고기와 버섯을 듬뿍 넣은 미역국을 유독 자주 끓였다. 물려받은 이내 지친 아이들이 “또 미역국이야?”라며 국그릇을 밀어내면, 남편은 화를 내면서까지 먹이려 들었다. 옆에서 “애들을 사육하냐”며 핀잔을 줄 정도로 고집스러운 식탁이었다. 그 배경에는 키가 작아 남모를 열등감을 겪었던 남편의 아픔이 있었다. 자식만큼은 훤칠하게 키우고 싶었던 간절함이었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아이들을 보며 주변에선 키 큰 비결을 묻는다. 남편의 눈물겨운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이다. 신체의 성장도, 마음의 성장도 결국 그 따뜻한 미역국 안에 있었다. 투박한 고집 속에 진하게 우러나던 부모의 사랑이 아이들을 키운 가장 좋은 거름이었다.

02 · 45회차 2일차

콩나물국

콩나물국은 내게 ‘소박한 배부름’의 다른 이름이다. 마트나 시장 어디서나 착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이 국물은 흔한 해장국을 넘어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다정한 일상식이다. 집에서 신김치를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여 내면,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입안 가득 시큼하고 시원한 개운함이 차오른다. 정작 이 국물이 간절해지는 순간은 따로 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지독한 오심에 시달리며 입맛을 잃었을 때다. 음식이 모래알 같던 세상에서 콩나물국에 밥 두세 숟가락을 말아 넣으면 메스꺼움이 가라앉는다. 그렇게 간신히 한 그릇을 비우고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속으로 ‘살았구나!’ 하고 안도한다. 콩나물국은 허기를 넘어 삶의 문턱에서 다시 걸어 나갈 힘을 주는 생명의 온기였다. 내가 쓰는 글도 이 글을 닮기를 바란다. 화려하지 않아도 지친 누군가의 마음에 소박한 배부름을 주고, 잠시나마 고통을 잊은 채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다정한 글이 되고 싶다.

03 · 45회차 3일차

북엇국

북엇국은 구수한 속풀이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떠먹는 순간 몸속까지 따뜻함이 스며든다. 북어는 오랜 시간 말라 있다가 물을 만나 다시 부드러워진다. 그 모습이 마치 지친 사람이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내는 과정과 닮아 있다. 어릴 적 감기에 걸리거나 속이 좋지 않을 때면 엄마는 늘 북엇국을 끓여 주셨다. 뽀얀 국물에 계란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송송 썬 파가 떠 있는 북엇국 한 그릇은 약보다 든든한 위로였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입맛이 없던 날에도 북엇국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나고, 따뜻한 국물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 주었다. 북엇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응원의 한 그릇이다.

04 · 45회차 4일차

소고기무국

소고기무국은 조상님과 함께하는 식사다. 우리 집 제사상에는 늘 소고기무국이 오른다. 정성껏 차린 음식이 많지만,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허기와 피로를 가장 먼저 달래 주는 것은 따뜻한 소고기무국 한 그릇이다. 푹 익은 무는 시원하고 부드럽고, 소고기는 담백한 깊은 맛을 더한다. 오랜 시간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다가도 국 한 숟갈을 떠먹으면 마음이 놓인다. 제사는 단순히 음식을 차리는 의식이 아니라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다. 그래서 소고기무국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조상님께는 오랜만에 받는 따뜻한 한 끼가 되는 듯하다. 국물에서 피어오르는 온기를 바라보며 우리는 다시 한 번 가족의 뿌리를 떠올리고, 함께했던 시간들을 조용히 기억한다.

05 · 45회차 5일차

떡국

떡국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음식이다. 떡국 한 그릇 앞에 앉으면 문득 묻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소한 육수 속에서 하얗게 익은 떡을 한 입 베어 물면 쫄깃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 하얀 떡은 마치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도화지 같다.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위에 어떤 이야기를 그려 넣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기쁨도, 아픔도, 도전도 모두 삶의 무늬가 된다. 떡국 한 그릇을 비우며 새해의 소망을 떠올린다. 국물과 떡이 서로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내듯, 나 또한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다. 인생의 끝에 다다랐을 때 후회보다 감사가 많은 삶, 그것이 떡국이 내게 들려주는 성숙의 의미인지도 모른다.

06 · 45회차 6일차

삼계탕

삼계탕은 건강을 기원하는 음식이다.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들이 함께 모여 뜨거운 국물을 나누며 건강한 시간을 보낸다. 실제로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삼계탕을 먹는 모습만으로도 서로에게 "아프지 말고 잘 지내자"는 마음을 전하게 된다. 특히 초복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이겨 내기 위해 삼계탕을 찾는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닭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힘을 얻지만 그 음식이 오기까지의 생명과 자연의 은혜를 쉽게 잊고 살아간다. 삼계탕 한 그릇 앞에 앉아 잠시 감사의 마음을 가져 본다. 오늘도 나를 살게 하는 모든 생명과 수고에 고개 숙여 감사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삼계탕은 단순한 보양식이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감사의 음식이다.

07 · 45회차 10일차

육개장

육개장은 사랑이다. 엄마가 그립다며 사회복지사는 육개장 한 냄비를 끓여 왔다. 고사리와 숙주, 대파와 닭고기를 정성껏 넣어 만든 육개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그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중년이 되면 누구나 조금씩 고아가 된다. 부모님이 곁에 계셔도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쓸쓸해진다. 그런 쓸쓸함을 따뜻한 국물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친정엄마는 육개장을 한 숟가락 드시더니 "잘 끓였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또 한 숟가락 드시며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그 모습에 사회복지사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육개장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사랑과 나눔의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나가는 글

열흘 중 7일을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______, 가장 좋았던 날은 ______였어요. 뜨끈한 국물 열 가지를 쓰고 나니 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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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복선

이복선. 십나오 여유당에서 하루 5분씩 씁니다.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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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국물 한 그릇이 나를 일으켰다
입맛도 마음도 잃은 날, 뜨끈한 국 한 술이 다시 걸어 나갈 힘이 되었다

발행일  2026년 6월 20일
지은이  이복선
기 획  이윤정
펴낸곳  파이어북 ·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수 록  시즌6 「나의 음식 100개」 45회차 · 6월 11일–6월 20일 · 7편

ⓒ 2026 이복선.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파이어북의 동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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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 챌린지로 완성되었습니다. write, share, enjoy!

이 책은 하루 5분 글쓰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유당’에는 매일 아침 글감이 도착합니다.
다음 책의 주인공은 당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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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5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