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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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49회차 4일차

홍차

내가 좋아하는 홍차는 얼그레이. 베르가못의 향기는 그야말로 향그럽고 환상적이다. 다만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티백을 꺼내야 그 향그러움이 유지되며 만약 계속 티백이 담겨있는 상태라면 쓰고 텁텁하고 불쾌해져서 더이상 먹기가 힘들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건강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자식과도 그렇고 배우자와도 그런데 외부 사람이야 오죽할까. 나는 요즘 딸과 너무 밀착되어 있어서 향기를 넘어 텁텁하고 불쾌한 단계에까지 이른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건강한 거리두기에 실패한 결과다. 서로 너무 시시콜콜 나누고 자기자신처럼 생각하게 되면 존중이 슬며시 사라지고 참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티백을 3분만에 꺼내야 오래도록 향기로운 홍차처럼 딸과도 적당히 떨어져야겠다. 모녀간의 사랑이 언제까지나 향기로우려면 3분의 시간을 잘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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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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