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51회차 5일차
초코파이
나는 고등학생 시절 상당히 많이 먹었다.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던 무렵에는 집착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이 먹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는데, 무엇이든 먹기 시작하면 끝까지 먹었다. 통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뜨면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었고, 초코파이를 뜯으면 한 박스를 먹었다. 처음 한 봉지는 그냥 먹고 두 번째는 마시멜로와 빵을 분리해서 마시멜로만 빼먹다 남은 빵을 모아 금세 먹어버렸다. 초코파이 한 박스에 12개가 들었으니까 지금식으로 해석하면 도파민으로 12번 도망친 셈이다. 다이어트에 민감하던 시절이라 초코파이 칼로리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식탐과 다이어트'라는 긴 전쟁의 시작이었다는 것은 몰랐다. 평화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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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1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