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50회차 3일차
베이글
어릴 적 부모님이 가끔씩 동네 제과점에서 빵을 사 오셨다. 나는 주로 크림빵과 흰 앙금으로 만든 상투과자를 좋아했다. 그것들은 달콤하고 폭신한 구름 같은 맛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빵을 먹고 나면 종종 김치를 찾으며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느끼한 것만 먹고살 수 있는지를 의아해했다. 우리는 빵은 다 이런 건 줄 알았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갔던 뉴욕, 번화한 맨해튼 상점가 사이에 평범한 빵집이 보였다. 작은 가게 안에 종류를 헤아리기 벅찰 만큼 다양한 베이글이 전시되어 있었고 비좁은 실내로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와서 베이글을 주문해 갔다. 나도 한참을 기다려 아랍계로 보이는 직원이 건네준 따뜻한 베이글을 맛보았다. 입안에 꽉 차는 쫄깃한 질감. 씹을수록 깊어지는 짠맛의 풍미. 이런 빵이라면 매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다른 세계를 맛본 것일지도 모른다. 김치를 찾지 않아도 되는, 내가 알던 것과 다른 세계가 있다고.
— 6 —
반주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