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나오글쓰기체크보드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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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50회차 2일차

바게트

처음 보는 빵이었다. 크림이나 앙금이 없으면서 그렇다고 식빵도 아닌 기다란 모양의 빵.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고 내가 이제 막 초등학교 5학년 새 학기를 맞이했을 무렵이었다. 조별 과제를 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 집에 갔을 때 그 집 식탁에서 바게트를 처음 보았다. 우리는 반에서 제법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 남학생으로 여겨져 담임선생님이 대표로 내준 과제를 하게 된 터였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키가 컸던 그 친구는 자기 엄마가 교수라고 반 아이들에게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걔가 부잣집 아들이라고도 했다. 식탁의 빵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주로 자기 할머니가 드시는건데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이라고 했다. 대체 어떤 할머니가 빵과 버터를 즐기는 것일까? 드라마에서 본 우아한 할머니가 떠올랐다. 그날 무슨 과목의 숙제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고고한 할머니가 내가 속할 수 없는 드라마에서 바게트에 버터를 바르는 장면이 생각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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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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