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 50회차 10일차
샌드위치
샌드위치를 받아 들 때면 언제나 공항 카페가 떠오른다. 돈은 없고 체력은 많았던 배낭여행객 시절, 나는 싼 비행기표를 구하느라 종종 스탑오버 표를 사곤 했다. 몇몇 국가를 거쳐 목적지에 가는 거라 표값이 쌌다. 경유지에서 몇시간쯤은 낯선 도시에 대한 호기심으로 금방 지나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 체류시간이 매우 길어서 공항의자에서 한밤을 자고 일어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밤새 불편한 의자에서 뒤척인 후 닫혀있던 공항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할 즈음이 되면 나는 평소보다 더 배가 고팠다. 쭈글쭈글해진 모양새로 커피향이 퍼지는 카페로 가봤다. 진열대에는 두툼한 치아바타에 서양식 치즈가 들어간 신선한 샌드위치가 가득했다. 얇은 식빵사이에 햄치즈나 사라다가 들어간, 한국에서 보던 샌드위치와 사뭇 달라보였다. 그 맛이 궁금하지만, '곧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이 나오는데, 비싼 샌드위치를 사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사지 않았다. 요즘 회사 조식으로 제법 잘 만들어진 샌드위치가 매일 나온다. 이제 나는 샌드위치와 커피쯤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일까? 그곳이 물가가 비싼 어느 타국의 공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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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0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