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 44회차 6일차
비빔밥
20년 전 회사에서 비빔밥 전문점을 만들라는 업무를 받았다. 전주에 가서는 하루에 대여섯 끼를 비빔밥만 먹으러 다녔다. 서울에 와서도 맛집을 찾아다녔다. 언뜻 보면 이것저것 비벼먹으니 별거 아닌 것 같다. 양념만 맛있으면 뭘 넣어도 비슷하지 않냐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막상 파고들면 그렇지 않다. 나물의 종류, 색감, 양념의 간, 비볐을 때의 농도까지 모든 게 조화로워야 한다. 수많은 그릇을 비우고 시간을 보낸 결론은 하나였다. 맛의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재료였다. 신선한 나물, 한입 크기로 썬 식감, 참기름 한 방울의 고소함. 기본이 맛을 결정한다.
— 9 —
김한조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4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