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49회차 10일차
물
새벽에 사이렌이 울렸다. 잘못 울린 줄 알았다. 공습 경보가 맞았다. 스마트폰 안전 재난 문자까지 왔다. 집에 혼자였다. 작은 여행가방을 꺼냈다. 뭘 챙겨야 하지? 귀중품과 현금을 챙겼다. 배우자가 쓰는 NAS도 담았다. 등기권리증도 담았다. 마지막으로 삼다수 2리터 2병과 약까지 챙겼다. 여행 가방을 잠그고 현관 앞에 내다 놓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물 없으면, 못 사는데. 4리터로는 이틀을 넘길 수 없었다. 현관 밖으로 나가려다가 그냥 집에남기로 했다. 다행히 오보로 끝이 났지만, 물은 내게 생명과도 같다. 글도 그렇다. 직장 다니다가 인생 경보가 울렸다. 탈출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었다. 대신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갔다. 네이버 카페,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채널까지 생겼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여러 채널에 내 물을 쌓아가는 중이다. 어디든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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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49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