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51회차 1일차
새우깡
커다란 쟁반을 꺼내 새우깡 몇 봉지를 뜯어 쟁반을 향해 와르르 쏟았다. 냉장고에서 콜라 페트병을 꺼냈다. 1.5리터 대용량은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했다. 친구들과 교복 치마가 구겨지는 줄도 모르고 나란히 방바닥에 업드려 놀았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수다 한가운데엔 한쪽에 탑처럼 쌓인 만화책과 새우깡이 있었다. "엄마, 벌써 이걸 주면 어떡해?" 아이는 양손에 쥔 새우깡으로 근질근질한 잇몸을 비벼댔다. 두 주먹은 침 범벅이 되었지만 뭉그러진 새우깡은 놓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남편과 맥주한 잔을 기울이는 순간까지 이렇게 새우깡은 오랜 친구이자 내 인생 곳곳에 빛나는 추억이다.
— 4 —
이시영 · 십나오 여유당 · 시즌 6 51회차